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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법 이야기] 사실 말해도 명예훼손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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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73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6.03.10 08:59:00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2011년 경기도 김포의 한 아파트 노인정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입주민 A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습니다. 노인회 임원이었던 B씨가 노인회 회원들에게 욕설을 하고 상해를 입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B씨는 A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A씨가 게시한 글의 내용은 모두 사실로 밝혀졌지만, A씨는 기소돼 벌금 5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A씨는 반발했고, 이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우리 형법은 명예훼손죄에 대해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거나,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처벌하고 있습니다. 사실을 말한 경우에도 처벌하며, 허위 사실을 말한 경우에는 가중처벌 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다만 사실을 말한 경우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경우”는 처벌하지 않습니다(형법 제307조, 제310조). 그리고 죽은 사람에 대한 명예훼손의 경우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만 처벌하고,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의 경우 “비방할 목적으로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 처벌합니다(형법 제308조, 제309조).

이런 명예훼손죄도 인터넷 환경이 발달하면서 새롭게 사이버 상의 명예훼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약칭 정보통신망법)은 제70조에서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한 사실 또는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망법에는 일반 명예훼손과 달리 ‘비방의 목적’이 범죄 구성요건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위 사건에서 문제가 된 조항이 정보통신망법 제70조입니다. 여기서 ‘헌법에 위반되는가?’ 하는 쟁점은 결국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였습니다. 이는 ‘사실을 말했는데 범죄가 되는가?’라는 문제에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정보통신망법에 규정된 ‘비망의 목적’이라는 문구도 문제가 됐습니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당사자는 “‘비방의 목적’이라는 법 규정이 ‘비판할 목적’과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위 규정에 대해 7대 2로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비방’이나 ‘목적’이라는 용어가 정보통신망법에서만 사용하는 고유 개념이 아니고 일반적으로 사용하거나 다른 법령에서도 사용하는 일반적인 용어”라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관의 보충적 해석 없이도 일반인들이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표현으로 불명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해당 조항은 명예훼손적인 표현을 규제하면서도 ‘비방할 목적’을 추가로 요구해 규제 범위를 최소한도로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이수, 강일원 재판관은 해당 조항이 과잉금지 원칙에 반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이들 재판관은 “해당 조항은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스스로 표현 행위를 자제하는 위축 효과를 일으킨다”며 “정보통신망에서 비방할 목적으로 이뤄지는 명예훼손 행위를 규제할 필요가 있더라도 반박문 게재나 게시글 삭제 요청, 민사상 손해배상 등 형사처벌 외에 다른 덜 제약적인 명예훼손 구제에 관한 제도들이 있기 때문에 해당 조항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3월 2일 테러방지법제정촉구국민운동연합 대표들이 4·13 총선에 더민주 소속으로 출마할 예정인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를 명예훼손죄로 고발했다. 이날 국민연합은 “테러방지법이 IT 업계에 큰 타격을 준다는 근거 없는 발언으로, 테러방지법을 발의한 새누리당 국회의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사진 = 연합뉴스

요약하자면 사이버 명예훼손이 합헌이라는 주장의 논거는 ①현재 사이버 명예훼손이 심각한 상태에 있으며 ②처벌받기 위해서는 비방 목적이 있어야 하므로 표현의 자유 침해가 적고 ③민사로 손해배상을 받기에는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형사절차로 인격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위헌이란 논거를 요약하면 ①사실을 말하는 것까지 처벌하는 것은 심하고 ②비방과 비판의 구분이 모호하며 ③형사처벌이 아닌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 욕설·비방의 모욕죄와는 구분돼

저도 명예훼손과 관련해서 의뢰인을 대리해 고소장을 써보기도 하고,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의뢰인을 위해 법정에서 변론을 하기도 합니다. 이 명예훼손이라는 것이 좀 애매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키보드 워리어’라는 신조어가 있을 정도로 사이버 명예훼손 문제가 심각합니다.

이 명예훼손은 단순히 욕하고 비방하는 모욕죄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모욕죄와 명예훼손에 대해 좀 쉽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가령 “OOO이 OOO이라는 행위를 했다”는 내용은 명예훼손의 범주에 속하고 “OO새끼, OO같은 놈” 등은 모욕죄에 해당합니다.

모욕에 해당하는 부분은 누가 봐도 그냥 욕설이나 비방에 불과합니다. 이 모욕적인 단어를 놓고 추가적인 논의가 확대 재생산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명예훼손의 경우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이 내용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내용을 반박하더라도 계속 소모적인 논쟁이 확대 재생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이를 민사적인 문제로 접근할 경우 손해배상을 받기 위한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그래서 저는 이 사이버 명예훼손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사실을 말했는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경우 당사자들은 모두 ‘억울하다’ ‘왜 진실을 말했는데 처벌받느냐’ 말합니다. 그러니 인터넷에 글을 올릴 경우 명예훼손 혹은 모욕죄에 해당할 내용이 없는지 한 번쯤 살펴봐야 합니다. 

(정리 =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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