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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 “조드윅 아직 안 죽었다고 전해라~”

뮤지컬 ‘헤드윅’서 돋보인 ‘조드윅’ 조승우의 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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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74호 김금영 기자⁄ 2016.03.14 11:04:58

▲뮤지컬 ‘헤드윅’에서 ‘조드윅’의 매력을 마음껏 드러내는 조승우. 사진 = 쇼노트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조승우는 공연계에서 불변의 티켓 파워 1인자였다. 보조석까지 모두 매진돼 그의 공연을 보기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들어 실력 있는 아이돌들의 잇따른 뮤지컬 진출과, 신흥 강자로 김준수가 떠오르면서 일각에서는 조승우에 대해 “세대교체의 시기다” “예전 같지 않다” “한물갔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공연을 보면 그런 소리는 넣어두라고 전해야 할 듯하다. 조승우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공연이 ‘지킬 앤 하이드’ 그리고 바로 이 공연, ‘헤드윅’이다. 뮤지컬 문화가 활성화되기 이전, 이례적인 전회 매진으로 일명 조드윅(조승우+헤드윅 합성어)의 탄생을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조승우는 2005년 초연부터 2016년 10번째 시즌 공연에 이르기까지 총 6번의 시즌을 함께 해왔다. 출연 횟수로 보면 헤드윅 역으로 함께 출연하는 윤도현, 조정석, 정문성, 변요한 중 가장 터줏대감이다.

‘헤드윅’은 1961년 동독을 배경으로, 성전환자 록 가수인 헤드윅이 공연을 통해 자신이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을 취한다. 본래 남자 한셀로 태어나, 처음으로 록 음악을 접하고, 자유를 맛봤다가 절망했으며, 나중엔 여성 헤드윅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사랑했던 토미에게 버림받은 채 자작곡을 도난당하기까지…. 이 과정에서 음악에 대한 열정, 자유에 대한 끝없는 갈망, 그리고 사랑에 대한 애달픔까지 전개된다. 과거 먼 시대의, 조금은 평범하지 않은 인물의 이야기라 멀게 느껴질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알고 보면 사랑의 배신에 아파하고, 음악을 순수하게 좋아하는, 그저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였음이 느껴지면서 공감을 주는 매력이 있다.

올해 ‘헤드윅’은 부제 ‘뉴 메이크업’을 달고 돌아왔다. 뉴욕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브로드웨이 공연에 발맞춰, 더 큰 규모로 업그레이드 했다. 기본 줄거리는 그대로 가져가되, 극 중 헤드윅이 공연하는 장소가 기존 뉴욕의 허름한 모텔에서 브로드웨이로 확장됐다. 이 특성에 따라 주로 소극장 무대에서 공연됐던 ‘헤드윅’은 올해 대극장으로 무대를 옮겼다. 무대 위엔 실제 폐차장에서 공수한 다수의 차량을 이용한 세트가 세워졌고, 영상도 큰 화면으로 펼쳐진다.

노련미 갖추며 진화한 ‘조드윅’ 언니
관객 자유로이 갖고 노는 밀당의 귀재

발전하는 무대와 더불어 진화해야 하는 의무는 배우에게도 해당된다.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면 “진부하다” “발전이 없다”는 혹평이 쏟아진다. 평소 상남자 이미지가 강한 조승우는 이 공연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요염하고, 새침하고, 민감한 ‘조드윅’으로 변신한다. 그를 보고 “어머, 언니”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객석 중간으로 걸어오는 첫 장면부터 환호성이 쏟아진다. 환호성에 답하면서, 여성은 새침하게 쏘아보고 남성 관객 무릎 위에 앉아 껴안는 센스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지난 2015년 말 ‘베르테르’에서 만났던 젠틀한 모습과는 천지차이다.

과거 ‘헤드윅’ 초창기 때는 진한 화장과 화려한 가발과 의상, 그 전까지는 없었던 파격적인 내용이 관객을 열광시켰다. 지금의 조드윅은 노련함으로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한다. 극 중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대본과 애드리브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지나친 애드리브는 극의 몰입을 방해할 수도 있지만, 조드윅은 무리수를 던지면서도 “이거 시험해본 건데 다시는 안 해야지” 하며 능청맞게 다시 관객을 극 속으로 끌고 돌아온다. “지금 뭐하는 거야” 하며 관객을 야단치다가도, “여러분은 황금손이야. 티케팅에 성공했잖아” 하며 우쭈쭈 치켜세운다. 관객 조련이 무르익었다.

▲뮤지컬 ‘헤드윅’은 성전환자 록 가수인 헤드윅이 자신이 살아온 삶을 고백하는 방식으로 꾸려진다. 사진 = 쇼노트

특히 그는 수위 높은 이야기에 강점을 보인다. “누가 이 공연을 15세 이상 관람가로 정했어”라며 아슬아슬 수위를 오가는데, 관객과 벌이는 밀당이 상당하다. 수다쟁이인 것 같지만, 친한 언니와 정말 수다를 떠는 것처럼 지루하지 않다. 인터미션이 없는데도 몸이 찌뿌듯하지 않다. 가벼워야 할 때는 한없이 가볍다가, 진지해야 할 때는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역시 노래를 빼놓을 수 없다. 배우로서의 강점은 그가 들려주는 노래에서도 효과를 발휘한다.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이야기하는 것 같다. 천천히 잔잔하게 가사를 읊조리다가, 감정이 폭발할 때는 포효하듯 울부짖는다. 이런 기승전결을 잘 보여주는 노래가 ‘디 오리진 오브 러브(The Origin of Love)’다. 어렸을 적 엄마에게 들었던, 세상 한가운데에 떨어진 자신의 반쪽은 누구일지 이야기하는 이 노래에는 강한 외로움과 반쪽에 대한 열망이 공존한다. ‘헤드윅’ 전체를 관통하는 큰 줄기이기도 하다.

“손을 들어”라는 가사가 인상적인 마지막 넘버 ‘미드나이트 라디오’ 장면도 주목된다. 손을 들라는 조드윅과, 그의 파트너 이츠학 역의 서문탁의 목소리에 홀린 듯 관객들이 너도나도 손을 든 상태에서 특정 제스처를 취한다. ‘헤드윅’ 공연에서만 매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 광경이 공연장에 재현됐다.

조드윅이 유독 매력적인 건 그가 다른 어떤 공연보다 이 공연을 즐기고, 자유로움을 느끼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다. 가식 없고, 직설적인 헤드윅의 성격도 실제 그의 성격과 많이 닮았다. 그래서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꾸준히 ‘헤드윅’ 출연을 고집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조드윅 언니’가 다음엔 어떻게 관객과 놀지, 앞으로의 현장도 지켜보고 싶다. 공연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5월 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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