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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정의 요즘 미술 읽기 - 작품 속의 스타] 연예인 따라 미술 입문하면 안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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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75호 이문정(미술평론가, 이화여대/중앙대 겸임교수)⁄ 2016.03.24 08: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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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이문정(미술평론가, 이화여대/중앙대 겸임교수)) 오늘날 우리는 TV와 인터넷, 신문과 잡지를 비롯한 수많은 매체를 통해 스타를 본다. 드라마와 영화, 광고, 오락 프로그램, 공연에 이르기까지 호감 혹은 호기심을 갖게 된 스타를 만날 수 있는 길은 많다.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부와 명성을 모두 가진 셀러브리티(celebrity)들은 선망의 대상이 된다. 독특한 개성이 두드러지는 스타들은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예술 작품, 예술가로 여겨지기도 한다. 또 하나의 특권층이 생긴 것 같은 현재의 상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지만, 자본주의와 대중매체가 지배하는 동시대를 반영하는 하나의 풍경임에는 분명하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최근 들어 유명 스타들을 주제로 한 미술 작품과 전시가 자주 눈에 띤다. 그 중 가장 이슈가 되었던 것은 2015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피스마이너스원: 무대를 넘어서’(PEACEMINUSONE: Beyond the Stage)’이다. 지드래곤(G-Dragon)이 기획에 참여하고 그에게 영감을 받아 제작된 작품들로 꾸며진 이 전시회에는 권오상, 손동현, 진기종 등을 비롯한 국내외 유명 미술가들이 참여했다. 

스타 다룬 해외 유명 미술관과 작가들

‘피스마이너스원’은 열광적인 반응과 날선 비판을 동시에 받았고, 미술의 상업화와 대중성 등에 대한 열띤 토론을 불러왔다. 또한 2013년과 2015년에 각각 열렸던 전시,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Victoria and Albert Museum)의 ‘데이비드 보위 이즈(David Bowie is)’나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비요크(Björk)’와 비교되면서 하나의 시대적 트렌드로 분석되기도 했다. 

‘작품 속 스타’라는 키워드를 제시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앤디 워홀(Andy Warhol)의 ‘마릴린(Marilyn)’ 시리즈를 떠올릴 것이다. 워홀은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뿐만 아니라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믹 재거(Mick Jagger) 같은 스타들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을 발표했고, 그것은 캠벨(Campbell) 스프, 브릴로(Brillo) 상자와 함께 워홀의 상징이 되었다. 요즘의 미술에서는 제프 쿤스(Jeff Koons)와 마크 퀸(Marc Quinn)의 작업이 두드러진다. 쿤스는 ‘마이클 잭슨과 버블’(Michael Jackson and Bubbles, 1988)에서 대중스타와 상업문화를 풍자했다. 또한 2013년에는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대형 조각상을 제작하는 한편 작품 이미지를 바탕으로 ‘아트팝(ARTPOP)’의 앨범 재킷을 디자인했다. 영국을 대표하는 아이콘 중 하나인 케이트 모스(Kate Moss)를 주인공으로 조각을 제작해 화제를 모았던 퀸은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의미 모두에서 유명했던 스타 마이클 잭슨의 거대한 두상 조각을 통해 현 시대를 담아내기도 했다.  

▲권오상, ‘무제의 박찬호’. 사진 인화지, 혼합 재료, 230 x 81 x 63㎝, 2013. 사진제공 = 서울미술관

이러한 작품들은 거의 대부분 상반되는 의견을 끌어낸다. 우리 모두 알고 있듯이 스타는 상업적인 문화의 대표적 결과물이기에 스타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들은 또 하나의 매우 비싼 상품을 판매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에 휩싸인다. 미술로 포장된 거대한 상품, 스타 마케팅의 일환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물질적이고 상업적인 현 사회를 여과 없이 받아들인 결과라고 지적받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그것이 부정적인 의미만 갖는 것은 아니며, 대중문화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변화 속의 현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옹호한다. 이러한 작업들은 분명 문화적 상대주의와 다원주의로 인한 인식의 변화와 확장을 반영한다. 또한 모더니즘 미술의 엘리트주의와 우아한 엄격성, 폐쇄성을 거부하는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시도이기도 하다. 

대중에게는 아직도 미술이 어렵기만 하니…

이미 오래전부터 미술과 대중문화 사이의 관계는 변화해왔다. 일방적인 영향관계나 위계질서는 불가능해졌다. 대중문화의 생산물들은 문학과 미술 못지않게 철학적이고 미학적인 이슈들을 담아낸다. 무거운 사회적 담론들을 고심하기도 한다. 대중은 미술관의 미술을 향유하는 것 못지않게 대중문화를 즐기고 탐구하며 분석한다. 또한 대중 스타의 이미지 변천사만 보아도 역사와 사회상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스타는 중요한 시대적 상징물이다. 따라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시대를 고민하고 그것을 작품에 담아내길 원하는 미술가들이 스타를 주인공으로 작품을 만드는 것 역시 현시대를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노력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뮌(Mioon), ‘관객의 방백(Being Hero)’. 영상 플레이어, 프로젝터, 8분, 2013. 사진제공 = 서울미술관

이 글을 준비하면서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던 전시가 있었다. 2013년에 이미 스타를 주제로 한 전시가 기획되었고, 많은 사랑을 받았었다. 부암동 서울미술관은 전시 ‘더 히어로(The Hero) - 우리 모두가 영웅이다!’에서 야구선수 박찬호의 삶을 회고하는 동시에 그가 대중들에게 선사한 희망과 감동을 되돌아보는, 스포츠와 미술이 결합된 새로운 전시를 보여주었다. ‘피스마이너스원’에도 참여한 권오상은 박찬호의 다양한 사진들을 모아 붙인 사진 조각(sculpture)을 선보였다. 박찬호의 형상을 구성하는 사진 조각(piece)들은 그가 대중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함축하는 듯하다. 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의 ‘다비드’(Davide, 1501~1504)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이 조각은 한 시대를 대표하는 박찬호라는 스포츠 스타의 가치와 위용을 강조한다. 

스타가 전면에 등장하는 작품들은 미술과 대중문화의 매개물로서 문화예술의 경계와 범주를 유동적이고 관계적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또한 어떤 형식으로든 미술이 우리의 삶을 반영하고, 대중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확인시킨다. 대중들은 아직도 미술이 어렵다고, 특히 동시대 미술은 더 난해하다고 불만을 털어놓는다. 미술관에 가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푸념도 여전하다. 미술을 멀게 느끼는 대중들이 낯익은 혹은 그들이 좋아하는 스타가 등장하는 작품을 통해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동시대 미술을 누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한 시대를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정리 =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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