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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독립출판 ① - 유어마인드] 모바일로 통하는 미술인의 책소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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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77호 윤하나 기자⁄ 2016.04.07 08:51:13

▲햇살 가득한 유어마인드의 내부. 사진 = 유어마인드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윤하나 기자) 홍대 산울림 소극장과 옛 기찻길 사이에는 ‘이상한 서점’이 있다. 세모꼴 지붕의 5층 건물은 서교동과 동교동 사이 다리에서 볼 때 특히 눈에 띈다. 대개의 서점들이 건물의 1층 혹은 지하에 위치한 것과는 달리 이곳은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의 5층 꼭대기에 덜렁, 힘겹게 자리했다. 하지만 층간마다 사려 깊게 의자가 놓여 있는 독특한 건물의 계단은 다른 계단과는 달리 쉽게 올라가지며, 그 끝에 유어마인드가 나타난다.

판로 찾아 직접 차린 독립출판서점

유어마인드는 2009년 설립된 독립출판 전문 서점이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유어마인드를 제대로 이해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이로-모모미 부부는 이곳을 문 연 이유로 “책방 주인이 되는 게 어릴 적부터 꿈이었다”는 식의 판에 박힌 이유를 대지 않는다. 스스로 책을 만드는 작가였던 이들 부부는 자신들의 책을 팔아주는 곳이 없자 개인 웹사이트를 열어 판매에 나섰다. 하지만 주변의 소수에게만 알려진 개인 웹사이트를 통한 유통에 한계를 느낀 이들은 다양한 ‘불특정 소수’에게 다가갈 상점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우리의 책만이 아니라 당시 존재하는 모든 독립 출판물을 모으자’는 것이 이들의 첫 목표가 됐다. 그리고 2016년 이들의 서점은 그 목표를 충분히 자신들의 취향으로 이뤄냈다.

▲다리에서 바라본 밤의 서점 유어마인드. 사진 = RAYA

부부가 처음 서점을 열 당시에는 자립/인디/독립/소규모 출판이라는 비슷한 정의들이 혼재하던 시절이었다. 많은 이들이 자신만의 잡지(zine), 작은 책 혹은 리플렛을 제작하기 시작했던 때다. 이후 ‘독립출판’이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은 이 움직임은 여러 작은 서점과 소규모 출판사들의 등장, 그리고 재능 있는 디자이너와 인쇄를 매체로 하는 작가들의 등장과 맞물려 성장했다.

하지만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로 대표는 “한 공간을 점유한 채 내부 변화를 모색하기 힘들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서점을 계속할수록 변화에 대한 갈증이 생겼지만 공간을 고치기란 힘들었다. 이 공간을 떠나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도 고려했지만 그럴 마음도 쉽게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부부는 유어마인드의 ‘공간 변화’가 아니라 다양한 ‘기획 변화’로 새로움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로 했다. 이는 자체적으로 책을 제작·출판하거나 예술 관련 서적을 판매하는 ‘아트북 페어’의 기획으로 발전했다.

이상한 취향의 내밀한 개인들을 위한 책방

유어마인드 이로 대표에게 물었다.

- 책을 입고하실 때 고려하는 기준이 있나요?

“초반에는 소규모 출판물을 최대한 모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렇지만 좋은 작업은 기준에 어울리지 않아도 입고하게 되더군요.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고자 노력한 때도 있습니다만 최근의 방향은 ‘만들어진 규모에는 기준을 두지 말자’입니다. 그저 어떤 부분이라도 약간씩 이상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되는 책(혹은 책 형태를 못 갖춘 제작물들)을 판매하게 됐습니다.”

- 유어마인드는 현재 출판도 겸하시는데요, 출판하는 작업에 대한 기준은 무엇입니까?

“유어마인드는 기성 출판사와 독립 출판사의 사이에서 조금 더 독립 쪽으로 치우쳐진 형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선은 젊은 작가들의 책을 만드는 것입니다. 대부분 저희가 먼저 작가들에게 기획을 의뢰합니다. 전통적인 화집을 만드는 것을 가장 경계하고 있습니다. 
예외적으로 ‘데미지 오버 타임’과 ‘미지의 세계’는 작가들이 먼저 의뢰했습니다. 각각 다음포털과 레진코믹스에 연재하는 작품으로, 이미 출판이 진행 중일 것이라 여겨 먼저 의뢰하지 않은 경우였습니다.”

이날 찾은 유어마인드는 어딘가 세련되고 예민할 것이란 선입관과는 달리 어딘가 수줍고 포근했다. 어쩌면 서점에 상주하는 고양이 세 마리가 평화로운 햇살을 받으며 책장 위에서 잠을 청하는 모습 때문인지도 모른다.

▲유어마인드의 이로 대표. 사진 = 윤하나

이로 대표에게 최근 개인적으로 눈여겨 본 책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산책론’과 ‘0.0.0’을 우선 꼽고 싶어요. ‘산책론’은 건축적 의미를 전혀 찾을 수 없는 서울 잠실에 사는 저자가 주민으로서 기자 정신을 발휘해 동네의 최대치를 파악하는 탐사 보고서예요. 또 ‘0.0.0’은 어린 시절부터 총 10번 이사한 저자가 자신이 살아온 집의 도면을 기억에 의존해 모두 복원한 책입니다. 이 책들에게선 일반적이지 않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어요. 개인적 콘텐츠로 시작했지만 결국 한 권의 책이 가져야 할 역할을 만들어낸 책들입니다.”

- 제작한 책 중 기억에 남는 책은? 

“일본 작가가 한국에 체류 중 발견한 한국 기념비 10개의 매력을 탐구한 책 ‘한국 타워 탐구생활’, 그리고 지금은 절판된 에세이집이 기억에 남네요.
그런데 평소에는 책 소개를 잘 안 해요. 사실 이곳은 그리 친근한 서점이 아닙니다. 방해받지 않고 조용히 책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점차 모이면서 현재는 서로를 침범하지 않는 공간이 됐어요.” 

- 온·오프라인 서점을 동시에 운영하시는데 둘 사이의 차이점이 있나요?

“온라인 서점에는 오프라인에서 판매하는 서적의 60% 정도만 등록돼 있어요. 배송이 어려울 만큼 크기가 작거나 큰, 아니면 파손되기 쉬운 책(이나 기타 물품) 등은 여기 오프라인 서점에서만 판매됩니다. 계단으로 5층을 올라와야 찾아올 수 있는 이곳은 접근이 편하지도, 살갑지도 않아요. 그럼에도 성향이 맞는 분들이 꾸준히 찾아오고 계시답니다.”  

거대한 창 너머로 보이는 옛 기찻길은 현재 공사 중이다. 이 길이 이어지는 경의선 홍대입구역과 연남동 구간 사이는 이미 ‘경의선 숲길공원’으로 조성돼 이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이곳도 그 전철을 밟을까 작은 근심이 떠올랐다. 이로 대표는 이에 관해 아직 섣부른 우려는 안 한다고 대답했다. 이곳은 출판인쇄 인프라와 연계한 ‘경의선 책의 거리’, 즉 좋은책 골목을 가진 문화공원이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있는 유어마인드의 창가 풍경. 사진 = 유어마인드

구나 건물 5층에 위치한 이곳까지 거리 활성화가 영향을 미칠까 싶어 안심이 되기도 했다.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우려를 묻고 떠날 채비를 했다. 하늘과 가까운 이 안락한 서점을 떠나기가 아쉬워 고양이도 한번 쓰다듬어줬다.

모바일로 촉발된 창작자와 소비자의 만남

최근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화제가 된 행사들이 많았다. ‘과자’전, ‘레코드 폐허’, ‘굿-즈’전과 ‘언리미티드 에디션(Unlimited Edition, 이후 UE)’이 그것이다. 과자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과자를 만드는 사람들이 만난 ‘과자’전, 디지털 음원이 아닌 앨범을 제작하는 언더그라운드 음악인의 공연을 즐기고 음반을 직접 구입할 수 있게 한 ‘레코드 페허’(자립음악생산조합 주최), 미술계 작가들의 파생 작업을 상품화해 판매하는 ‘굿-즈(goods)’전 등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열렸지만 특히 작년에 폭발적 반응을 끌어모았다. 페어가 열리기 전부터 SNS에서 화제가 돌았고 그 현장 또한 뜨거웠다.

▲이로 대표가 소개해준 책 ‘산책론’과 ‘0.0.0’ 사진 = 윤하나 기자

▲UE7의 ‘포스트 온리’전 설치 전경. 사진 = 박길종

유어마인드가  2009년부터 기획·주최하는 UE는 아트북 페어로 시작됐다. “주최가 누구라는 인식이 이런 행사에선 무의미하다”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UE는 제작자 각자가 필요를 인식하며 기획됐다. 제작자는 동시에 같은 취향을 가진 소비자가 되기 때문에 결국 제작자와 소비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페어를 만들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접근은 불특정한 문화 소비층에도 강력하게 어필했다. 허수가 많은 5만 명이 동원되는 권위적인 행사보다, 열렬한 소비층 1만 명이 모이는 행사가 더욱 뜨거운 게 당연하다. 

몹시 뜨거웠던 작년 이어 올해의 UE8은?

지난해 7회를 맞은 ‘UE7’은 광화문 세종로의 일민미술관에서 진행됐다. 큐레이터들의 무대가 주를 이루는 미술관에서,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가·제작자들이 모여 자신들의 출판·인쇄물을 전시·판매한 자리였다. 

‘포스터 온리’(11월 4~5일)와 ‘서울 아트북 페어’(11월 7~8일) 두 행사가 열렸고 이에 관해 이 대표는 “포스터 온리에서의 관람객 구매 패턴은 아트북 페어에서의 구매 패턴과 너무 달랐다”며 “포스터 온리는 일정 인원수만 입장하도록 진행돼 시간적 긴장감과 수량 확보의 어려움으로 옥션 같은 경쟁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회상했다. 

▲UE7의 ‘서울아트북페어’전 현장 모습. 사진 = 김성일

올해 11월에 열릴 UE8은 이런 경험을 반영해 지난해보다 정비된 행사가 될 것이라 그는 덧붙였다. 가장 예민한 창작자와 구매자가 만나는 자리로서, 창작자도 구매자가 되고 구매자도 창작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의 장이다. 미술관에서의 전시 같은 성격을 갖춘 채 진행되는 UE는, 창작자와 소비자가 불필요한 매개 없이 직접 소통하고 판매하는 신개념 시장이다. 

주최자나 참가자 모두가 조류(트렌드)나 여건을 면밀히 판단하는 성향의 사람들인 동시에 서로 애정을 갖고 지켜보며 조력하는 이들이다. 올해는 그 모습이 어떻게 변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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