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사람들 - 성동서 정명호 외사관] 다문화가정 호신술 교실의 훈남 사범
▲‘다함께 신나는 호신술 교실’에서 직접 호신술 시범을 보이는 정명호 외사관. 사진 = 서울성동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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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안창현 기자) 토요일 오후엔 성동경찰서 5층이 태권도장으로 변했다. 이곳 강당에서 경찰서가 마련한 ‘다(多)함께 신나는 호신술 교실’이 열리기 때문이다. 다문화가정 부모와 자녀들 대상의 호신술 교육이다.
기존에도 성동경찰서에서는 다문화가정을 위한 범죄 예방 교육을 진행하곤 했다. 하지만 그런 교육은 경직된 분위기가 되거나 쉽게 지루해졌다. 어른과 아이 모두가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교육을 고민하다 호신술 교육이 만들어졌다.
성동서 외사계에 근무하는 정명호 순경(34)은 “교육이라고는 하지만, 호신술 외에도 태권 에어로빅, 줄넘기 등 다문화가정 어머니와 아이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도록 꾸몄다. 음악에 맞춰 즐겁게 따라하다 보면 호신술도 익히고 소통하는 시간도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호신술 교실에는 경찰과 다문화가정지원센터 직원들도 함께 참여하다. 다문화가정 부모와 자녀들이 교육에서뿐 아니라 한국에서 생활할 때 옆에서 자신들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는 바람에서였다.
정 외사관은 “가족들에게 심리적 안정감도 주고 싶었다. 일주일에 2시간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 시간만큼은 부모님과 아이들 모두 즐겁게 땀 흘리고 열심히 참여하신다. 이들이 사회에서 행복하게 정착해나가는 데 조금이나마 일조하는 것 같아 기뻤다”고 했다.
반응도 좋았다. 호신술 교실을 열면서 성동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홍보하고 신청을 받았는데, 처음에는 20명 정도가 참여했지만 이제는 입소문이 나 30명 이상이 즐겁게 수업을 받고 있다.
지도 강사로 활약하는 정 외사관은 이 수업을 이끌 적임자였다. 태권도 5단 유단자로 전 국가대표 태권도 시범단이자 23년간 태권도를 수련하고 있는 열혈 경찰관이다. 더구나 베트남어도 능숙하게 구사한다.
사실 그는 경희대학교 태권도학과 재학 중에 외교부 산하의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 선발돼 베트남에 파견된 적이 있다.
“베트남에서 태권도 사범으로 파견돼 군 대체복무를 했다. 2년 4개월을 베트남에서 지내는 동안 자연스럽게 베트남어를 습득하게 됐다. 대학 졸업 후 5년 정도 태권도 사범 생활을 하다가 여러 고민 끝에 외국어 전문요원, 외사 특채로 경찰에 입문하게 됐다.”
▲다문화가정 엄마와 자녀들이 호신술 교실에 참여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 = 서울성동경찰서
그는 국내 외국인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는 일에 특히 관심이 많았다. 자신 또한 베트남에서 외국인 사범으로 생활할 당시 현지 경찰과 주민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파견 전에 10주 정도 언어 교육 등을 받지만, 현지에서 막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식사를 하는 데도 재래시장에 가서 손짓, 발짓을 다 동원해 설명해야만 했다. 낯선 외국인들에게 현지 도움의 손길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체험했다. 경찰이 된 것도 이때의 경험이 많은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특히 당시에 베트남 현지 경찰이 큰 힘이 됐다고 했다.
정 외사관은 “코이카 봉사단원으로 베트남에서 태권도 교육 봉사를 한 경험을 살릴 수 있어 더 좋은 것 같다. 한국어가 서툰 베트남 다문화가족에게 베트남어로 대화를 하면서 소통할 수 있어 기쁘다”고 즐거워했다.
코이카 단원으로 베트남 봉사 경험 살려
외사계 경찰관은 다문화가정이나 유학생, 외국인 근로자를 상대할 기회가 많다. 이들을 대상으로 갖가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범죄 예방 교실, 운전면허 교실, 가정폭력이나 학교폭력 예방 교실 등이 있다.
정 외사관은 “이번처럼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대상으로 호신술이나 운동 프로그램을 열기도 한다. 요즘 외사계에서는 해외 우수 치안 시책 등을 발굴해 우리 정책에 적절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업무도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외국인 관련 각종 민원 활동이 많다. “해외 영주권이나 시민권, 유학 등 해외에서 신원조사 시에 필요한 증명서 발급이 많이 늘었다.”
경찰서에서 4명의 외사계 동료들과 업무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그는 주말마다 자신의 특기를 살려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즐겁다고 했다.
호신술 교실에 참여하는 아이들 중에는 이미 태권도장에 다니는 아이와 유치원 다니는 어린이들이 여럿 있다. 그런데 아이가 태권도장이나 유치원은 가기 싫어하는데, 토요일마다 호신술 교실은 즐겁게 온다고 한다.
정 외사관은 “경찰에 들어오기 전 태권도 사범 생활을 하며 쌓았던 노하우가 큰 도움이 됐다. 쉬지 않고 두 시간 내내 땀 흘리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렇게 신나게 놀 수 있는 공간이나 시간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 내 힘이 닿는 한 호신술 교실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안창현 기자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