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북] 김정헌 ‘이야기 그림·그림 이야기’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연수 기자) ‘이야기 그림·그림 이야기’는 화가 김정헌이 올해 3월 연 개인전의 개막에 맞춰 그의 작품을 총망라한 화집과 함께 발간한 작가노트-평론을 담은 책이다.
화가 김정헌은 시대상을 반영하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2007~200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그는 책의 서문에서 “나의 그림에서는 시각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그것에 담긴 이야기들도 중요하다”며 “모든 그림에는, 설령 추상화라 하더라도 서사들이 들어있으며, (그림에서는) 시각적 서사들이 감성으로서만 작동하기 때문에 답답하다”는 소고를 덧붙인다.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 본능’에 따라 써온 여러 형태의 이야기들은 이 책 안에서 크게 네 분류로 나눠진다. 첫 번째는 ‘백년의 기억’전(2004년 개인전)에 나왔던 글들이다. 이 글들은 그림에 표현된 인물들이 화자가 되어 당시의 상황을 언급하는 짤막한 픽션들이다. 1894년의 동학농민혁명에서부터 시작해 시청 앞 광장의 촛불시위까지 우리나라의 근대화 100년에 대한 성찰을 담은 글들이다.
두 번째는 페이스 북에 올린 ‘나의 옛날이야기’ 80여 편이다. “자서전을 만들려 쓴 글이 아니라 페이스북 친구들을 즐겁게 해주려 썼다”는 글들이다. 자신의 탄생에 관련한 이야기부터 학창시절, 군대시절 및 교편을 잡은 시절과 화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한 시절까지 부담 없이 그만의 위트가 담긴 수필들이 펼쳐진다.
세 번째는 유신체제 제정 40주년을 맞아 연 전시회(2013년 아트 스페이스 풀에서 열린 양아치와의 공동 전시회)에서 선보인 풍자극 ‘꿀떡꿀떡 낄낄낄 - 유신이 내는 소리’의 극본이다. 이 연극은 괴테의 파우스트를 패러디해 유신 상황을 풍자했는데, 그는 전시장의 마당과 안을 활용해 퍼포먼스로 실연했다.
네 번째는 그의 표현에 따르면 ‘잡글’을 모아놓은 부분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장 해임 전후, 그리고 ‘예술과 마을 네트워크’를 만들어 마을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마을에서 활동을 시작할 무렵 쓴 글들을 모았다. 그가 가진 미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진지한 고찰들과 날카로운 사회 비판의 시선들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김정헌 지음 / 1만원 / 헥사곤 펴냄 / 368쪽
김연수 기자 heee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