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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人 - 강운 작가] “흘러가는 구름처럼 유영하는 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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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78호 김금영 기자⁄ 2016.04.11 10:35:22

▲강운 작가. 사진 = 김금영 기자

CNB저널, CNBJOURNAL, 씨앤비저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이름이 곧 천운이라 했던가, 이름 따라 사는 작가가 있다. 강운의 이름엔 구름 운(雲)이 있다. 그리고 그는 구름을 그린다. “본명 맞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들었다는 그는 “본명이 확실하다”고 다시금 못을 박는다.

‘구름의 화가’로 알려진 강운을 사비나 미술관에서 5월 6일까지 열리는 ‘플레이 : 프레이(Play : Pray)’전 현장에서 만났다. 전시장 공간에는 구름이 가득했다. 바깥에서도 뭉게뭉게 하얀 구름을 보면서 걷다가 전시장에서도 구름을 마주하니 하늘의 구름이 땅으로 산책하러 내려온 것 같은 기분이다. 멀리서 보고 ‘수채화이겠거니’ 했다가 화면 가까이 다가서니 뭔가 다르다. 물감이 아닌 한지를 겹겹이 쌓아 화면 위에 구름을 만든 것. 물감의 터치감과는 또 다른 한지만의 매력이 돋보인다.

“캔버스 위에 마름모 모양으로 자른 작은 한지 조각을 겹겹이 쌓아 붙이고 중첩시키는 과정을 반복해요. 구름의 색감은 염색 한지를 사용해서 표현하죠. 처음부터 한지로 구름을 그린 건 아니에요. 원래는 유화로 한 10년 동안 그림을 그렸어요. 그런데 예술 하는 사람으로서, 늘 새로운 걸 시도하고 싶었죠. 그래서 한지로 눈을 돌렸어요. 한지 작업을 한 지도 10년 쯤 됐는데 정리하고 되돌아보는 시점의 전시예요. 또 다른 매체에 도전할지, 요즘 생각이 많아요.”

▲지하 1층 전시장 전경. ‘공기와 꿈’, ‘물 위를 긋다’ 시리즈가 함께 전시됐다. 사진 = 김금영 기자

사용하는 매체는 변했지만 그의 화면에 등장하는 구름은 사라지지 않았다. 1990년대부터 줄곧 캔버스를 하늘삼아 변화무쌍한 구름을 담았다. 1998년 성곡미술관 ‘내일의 작가전’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해 광주 비엔날레, 도쿄 롯폰기의 모리미술관 초대전, 체코 프라하 비엔날레를 거치며 ‘구름을 그리는 화가’로 공식 자리매김했다.

왜 구름일까. 정말 자신의 이름 때문이었을까. 물론 아예 관계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의 태몽부터 함께 한 구름은 특별한 존재다.

“어머니가 황소를 끌고 개울로 가는데 큰 구름들이 가득한 꿈을 꿨다고 해요. 그게 태몽이었죠. 그에 따라 이름도 자연스럽게 운(雲)이 됐습니다. 이런 점에서는 운명 같아요.”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그는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자연의 섭리에 관심이 많았다. 삶과 죽음이 순환하는 인생사를, 끊임없이 소멸과 탄생을 반복하는 자연 현상에서 느꼈다.

▲강운 작가의 ‘물 위를 긋다’ 시리즈. 사진 = 김금영 기자

우리가 눈으로 구름을 볼 때는 마치 솜 같은 형태로 보이죠. 하지만 실상은 끊임없는 순환 구조의 반복으로 이뤄지고 있어요. 땅을 적시는 비가 흐르고 흘러 개울, 강, 바다로 가죠. 또 이 작은 물방울들이 증발해서 하늘 위에서 끊임없이 순환하며 구름을 이뤄요. 구름을 이룬 물방울들은 다시 비의 형태로 땅에 내려오죠. 저는 이 순환 구조에서 삶과 죽음이 계속해서 이뤄지는 우리네 인생사를 느꼈어요.”

‘구름 그리는 화가’로 알려졌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단순히 구름을 그리는 게 목적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런 면모를 느낄 수 있다. 구름이 화면의 주가 된 ‘공기와 꿈’ 시리즈 이외에 ‘물 위를 긋다’ 시리즈를 함께 선보인다.

이 작업은 늘 작가가 아침에 일기를 쓰듯 진행한 작업이다. 물과 공기가 한지에 반응하는 순간을 담은 드로잉이다. 공기가 얼마나 들어가느냐에 따라, 그날의 기온과 습도가 어떠냐에 따라, 또 작가의 컨디션에 따라서도 물방울의 형태가 예측할 수 없이 매번 달라진다. 

▲‘플레이 : 프레이(Play : Pray)’전이 열리는 1층 전시장 전경. 사진 = 김금영 기자

단순히 이 물방울만 보면 구름을 연상할 수 없지만, 이 물방울들이 모이고 모여 순환하면서 구름을 만드는 것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또한 자연의 근원인 물이 주는 천차만별의 다양한 생명의 모습이기도 하다. 캔버스 위에 실재하는 자연의 현상을 재현하면서 이런 정신적·육체적 행위로의 드로잉을 통해, 그 안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자연의 본질을 탐구한다.

삶과 죽음 순환하는 인생사를
소멸과 탄생 반복하는 자연 현상으로 표현

자연의 본질을 탐구하는 건, 그 자연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인 인간의 삶, 더 나아가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보는 의미도 있다. 작가의 작업에서는 수행적 태도가 엿보인다. 한지를 붙이고, 그 위에 또 붙이고, 붙이고…. 끊임없는 노동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작가는 스스로의 마음도 가다듬는다. 이런 작가의 마음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유영하는 구름과도 닮았다.

“자연에 의탁해 암묵적으로 삶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 가운데 자유로운 작업을 펼치고 싶었죠. 제 삶의 태도가 반영된 것 같아요. 20년 정도 구름을 그려왔지만 틀에 박히긴 싫었어요. 소재가 같다고 늘 똑같은 작업 방식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매체의 변화도 시도했고, 늘 ‘멋들어진 작품을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보다 순간 다가오는, 매 순간의 감정에 집중해요.”

전시명에도 작가의 태도가 반영됐다. 강박관념이나 틀에 갇히지 않고 즐기면서 놀듯(play) 작업을 하고, 그 안에서 원하는 주제를 표현하기 위한 염원(pray)을 담는다.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청년기에 마주한 구름이 마음에 품은 꿈과 방랑이었다면, 장년기의 구름은 인간이라는 미약한 존재로서의 고백과 겸손이다. 마음의 화음이 변함으로써 구름이라는 화성이 달라진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말인즉슨, 앞으로 그가 그려갈 구름 또한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구름을 통해서 드러날 작가의 마음이 앞으로 어떻게 구현될지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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