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상인’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성악가 정경이 바라본 우리나라 예술계의 현실과 그에 대한 날카롭고 거침없는 비판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빠르게 생산, 소비되는 현대 대중예술의 흐름 속에서 고전예술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 그리고 오랜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고전예술만을 위한 유토피아란 존재할 수 없으며, 클래식과 고전 예술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고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제안하는 새로운 영역은 ‘예술과 상업이 공존하는 곳’이다.
저자가 유수의 언론사에서 연재한 칼럼들을 모은 이 책은 자화상, 과거, 현재, 미래의 네 섹션으로 구분돼 있다. 자화상 편은 저자가 예술인으로 활동하면서 겪은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을 소개한다.
과거 편은 이미 기존에 확립돼 당연시되던 예술에 대한 기본 개념들을 되짚어보고 반성하며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실마리를 찾는다. 현재 편은 예술계가 직면한 현실을 소개하고 비판한다. 기성 예술인으로서의 한계를 인정하며, 고전과 현대를 잇는 중간지대 역할을 하는 예술상인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마지막 미래 편은 예술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 앞으로의 시대에서 예술가의 책임을 강조하며, 한 명의 예술가로서 미래에 대한 청사진과 실천 방안들. 그리고 희망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성악가이지만, 음악은 물론, 철학, 미술 등 영역에 경계를 두지 않고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대중문화와 고전예술이 어우러져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며 상생하는 관계를 어떻게 수립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실천하는 예술인의 철학과 신념을 엿볼 수 있다.
정경 지음 / 1만 2000원 / 영혼의날개 펴냄 / 20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