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화면이 보인다. 복잡하지 않고 텅 빈 공간이 있다.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이 공간엔 사실 두 작가의 마음이 넘쳐 흐르고 있다.
누크갤러리가 내면에 꼭꼭 쌓은 이야기를 화면에 담는 김미경·김시연 작가의 2인전 '텅 빈 채움'을 7월 6일까지 연다.
두 작가는 사실상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을 화면에 가득하게 복잡하게 채우는 것보다 텅 빈 공간감 속에 하나씩 끄집어 내는 방식을 택했다. 조정란 누크갤러리 디렉터는 "지극히 감성적이고 고요한 두 작가의 작품은 텅 비어 있다. 그러나 비어 있는 공간, 마치 진공과도 같은 공간은 무언가로 꽉 채워져 있는 듯하다"며 "하나씩 하나씩 덜어내어 비우다 보니 남은 것이 하나도 없는 비어 있는 공간엔 축적된 그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고 설명했다.
김미경의 색면 추상 앞에 서면 그 고요함에 호흡이 잠시 멈추게 된다. 하지만 이윽고 간결함 너머로 밀려오는 작가의 이야기가 조용히 들린다. 김미경은 "오랜 시간 하나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생각해오는 과정에서 시작된 작품은 지극히 개인적인 단서를 통해 꾸준히 자라면서 진행된다"고 말했다.
김미경의 작품은 그가 어린 시절 겪었던 경험과 느낌, 두려움과 기대감에 근원이 있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몸짓의 기록들을 평면에 쌓아가며 보여준다.
김시연의 화면에서는 지우개 가루가 눈길을 끈다. 생활에서 지나쳐 버릴 사소한 것들, 하지만 알고 보면 시간의 흐름을 담고 있은 존재들. 김시연은 눈에 보이는 사물의 정의나 의미에서 벗어나,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것들의 중요함에 대해 사유의 시간을 가진다.
어긋난 사물의 작은 틈 사이로 들어가 한적한 순간을 체험하기도 하면서 터질 듯한 마음을 비우고, 많은 이야기로 채워진 공간에 한적함의 순간을 선사한다.
조 디렉터는 "두 작가가 만들어 내는 한적한 공간에서 들려오는 삶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작업을 위한 시간의 기록을 더듬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