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경제 - 성수동공장] “유쾌한 융복합 콘텐츠를 청소년에게”
▲서울시와 성동구 민간단체들의 일자리 업무협약 체결식 현장. 성수동공장이 전자 협약식으로 진행했다. (사진=유쾌한 아이디어 성수동공장)
(CNB저널=안창현 기자) 지난 10월 재밌는 업무협약식이 열렸다. 서울시와 성동구, 그리고 성동구 내 12개의 민간업체들이 일자리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자리였다. 업무 협약식 하면 재미와는 거리가 먼 게 보통이다. 딱딱하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되기 마련이므로. 하지만 ‘유쾌한 아이디어 성수동공장’(이하 성수동공장)이 진행한 행사는 달랐다. ‘전자 업무협약식’ 형태로 열렸기 때문이다.
“협약식이라면 일반적으로 각 단체의 대표가 나와 문서에 서명하고, 이를 교환하면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그런데 일자리 협약식에는 서울시와 민간단체 12곳이 주체라서 관련 당사자가 많았다. 한꺼번에 협약서에 서명하고 교환하는 것이 너무 복잡할 것 같아 새롭고 재밌는 방식으로 협약식을 진행하고 싶었다.”
그래서 성수동공장의 신윤선 대표가 생각한 것이 전자 협약식이다. 대표들이 태블릿 PC의 협약서에 각자 디지털 서명을 하면, 협약식이 열리는 장소의 커다란 벽면에서 각자의 서명이 떠오르는 방식이었다. 전자 협약식이라곤 했지만, 첨단 기술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평소 쉽게 접하는 디지털 장비에 ‘유쾌한 아이디어’가 더해진 결과였다.
아날로그+디지털 또는 예술+기술
2015년 6월 문을 연 성수동공장은 “아날로그 감성과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다. 다양한 미디어와 관련 콘텐츠들, 예컨대 영상이나 뉴미디어, 홀로그램, 3D 프로젝션 매핑, 미디어 교육 등 광범위한 콘텐츠에 손길을 뻗는 중이다.
▲성수동공장을 이끌어가는 신윤선 대표. (사진=안창현 기자)
신 대표는 “다양한 콘텐츠 형태를 다루고 직접 제작도 하지만, 크게 전시와 공연, 교육 프로그램의 틀 안에서 진행한다고 보면 된다. 이들 카테고리 안에서 디지털 융복합 콘텐츠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전시나 공연을 기획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들은 많다. 또 관심을 끄는 융복합 콘텐츠를 선보이는 단체들도 적지 않다. 그럼 이들과 성수동공장은 뭐가 다를까?
“융복합 콘텐츠를 서로 다른 장르가 단지 섞인 정도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아직 많은 것 같다. 미술과 무용, 음악과 영상 등이 한 무대에 뒤섞이는 식이다. 또 최첨단 기술을 사용해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하지만 융복합 콘텐츠를 좀 더 맥락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신 대표는 성수동공장이 융복합 콘텐츠의 맥락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디지털 융복합 콘텐츠’를 단지 신기하고 재밌는 볼거리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성수동공장을 세우기 전 신 대표는 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일했다. 주로 미디어아트 관련 전시를 기획했는데, 이때의 경험이 큰 자산이 됐다.
“큐레이터로 미디어아트 전시를 주로 했다. 미디어아트, 사운드아트, 다원예술 등의 장르에서 다양한 창작자들과 협업을 진행했고, 이런 작업들이 산업에서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성수동공장을 준비했다.”
신 대표는 디지털 콘텐츠가 우리 일상에 녹아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정 영역에서 일부 사람들에게만 소비되지 않고 다양한 사람의 삶 속에서 쉽고 즐겁게 이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성수동공장이 다양한 채널을 발굴해 디지털 융복합 콘텐츠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역의 예술가나 관련 단체들과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협업도 한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경로를 모색한다. 제1회 성동디자인위크에서는 주민이 쉽게 즐길 공연이나 영화제 같은 콘텐츠를 기획하면서 홀로그램, LED, 프로젝션 매핑 등의 작업도 함께 선보였다.”
▲태블릿 PC를 활용해 홀로그램을 시연하는 등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쾌한 아이디어 성수동공장)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교육 분야는, 성수동공장이 특히 관심을 가진 분야다. 이미 청소년예술학교 달꽃창작소와 함께 디지털 융복합 체험 프로그램 ‘상상공장’을 만들어 진행했다.
홀로그램이나 3D 프린팅 같은 기술을 시연하고, 청소년들이 쉽게 그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짰다. 또 직접 태블릿 PC나 간단한 디지털 장비를 활용해 홀로그램 등을 만들어보는 시간도 가졌다. 말하자면 청소년들이 직접 디지털 기기들을 조작하면서 그 원리부터 콘텐츠 제작까지 고루 체험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신 대표는 청소년들이 디지털 미디어를 능동적으로 대할 기회를 제공하고 이와 관련해 향후 진로도 탐색하는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다. 성수동공장은 직접 교육을 진행하는 것 외에 디지털 미디어 체험을 위한 교재와 교육용 키트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 추구하는 기업 됐으면”
미디어아트 큐레이터로 출발해 디지털 콘텐츠를 기획하는 창업까지, 신 대표는 그간 문화예술과 기술을 접목하는 작업들을 해왔다. “지금 하는 일도 예전 미술관 큐레이터로 한 일의 연장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이제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회계 처리로 국세청 홈택스 페이지를 매일 들락거리고 엑셀 문서를 더 잘 다루게 됐지만, 관심이 쏠리는 분야는 유사하다.”
▲디지털 융복합 콘텐츠 작업을 선보이는 성수동공장의 쇼케이스 현장. (사진=유쾌한 아이디어 성수동공장)
성수동공장 창업을 준비하면서 신 대표가 떠올린 롤 모델이 있었다.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세계적인 미디어아트 페스티벌 ‘아르스 일렉트로니카’다. 지금은 전 세계에서 수많은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대표 예술 축제지만, 처음엔 마음이 맞는 사운드 아티스트 몇 명이 소박하게 시작한 행사다.
“현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는 규모가 큰 세계적인 축제여서 오스트리아 린츠 시가 많은 지원을 하지만, 처음에는 작은 민간단체가 시작한 행사였다. 예술과 기술이 접목된 다양한 시도들을 볼 수 있는 중요한 자리로, 성수동공장이 닮고 싶은 롤 모델이다.”
이뿐 아니라 미국의 ‘베이캣’이란 사회적기업도 염두에 뒀다. 비디오나 광고 영상 등을 제작하며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문화예술을 교육하는 단체다. “미국에서 범죄 청소년이나 소외 계층의 아이들에게 디지털 장비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성수동공장도 수익 창출과 함께 사회적 가치의 실현이라는 두 방향에 꾸준히 힘을 쏟을 생각이다.”
안창현 isangahn@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