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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터 시리즈 ② 충북대 김웅규 교수] “르네상스맨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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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87호 김연수⁄ 2016.06.10 16:55:51

▲김웅규 교수의 가족. (왼쪽부터) 아내 이경희 원장, 첫째 김서경, 둘째 김서현, 김웅규 교수. (사진=김연수 기자)

‘미술 작품이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곳은 과연 갤러리나 미술관일까?’ 가정집에 편안히 안착한 작품들을 보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소파 뒤, 텔레비전 옆, 방문 앞 복도 등 보통 가정집에선 죽어 있는 공간들이 작품들과 함께 감상과 사색의 공간으로 살아난 모습을 보고서다.


자신의 별 '소행성 B-612'에서 마흔 네 번이나 일몰을 계속해서 봤다는 '어린 왕자'의 이야기처럼 자신의 영역 안에 포함된 무엇인가를 무한대로 즐길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수집 욕구의 시발점이 아닐까. 그런 집에 있는 작품들은 수집가가 주는 무한대의 이해와 공감을 받으며 존재할 수 있다.


아내와 함께 방문하는 갤러리


김웅규 교수(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가 미술 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한 것은 약 8년 전부터다. 인연이 있던 김태호 조각가의 개인전을 관람하러 갔다가 전시가 열리고 있던 자인제노 갤러리의 이두선 관장과 말이 통한 것이 계기였다.


그는 “애초에 미술적 안목을 넓히려는 특별한 목적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당시 재직 중이던 국민대에서 멀지 않아 갤러리에 자주 들렀다”며, “특별히 의도하진 않았어도 일주일에 한번 꼴로 작품을 보다보니 취향과 안목이 생기더라”고 했다. 차츰 미술에 대한 관심이 늘며 아내(이경희, 더바른치과의원장)와 갤러리 동행도 같이 하고, 현재는 작품을 같이 수집하고 있다.


김 교수와 이 원장 부부는 각기 다른 뚜렷한 작품 취향을 가지고 있다. 김 교수는 철학적 의미가 돋보이는 작품을 선호하는 한편, 이 원장은 작가의 노력이 기법으로 축적되어 함축된 시간이 보이는 작품을 선호한다.


취향이 다른데 어떻게 작품 선정을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 부부는 "우선 예술적 안목이 있는 사람(갤러리 관장 등)의 도움을 받고, 남편이 추천한 몇 작품 중에서 아내가 최종 선택을 한다"고 답했다. 최종 선택은 아내가 하는 이유에 대해 김 교수는 “돈이 와이프에서 나온다”며 장난스런 어감으로 답한다. 남편의 넉살 좋은 농담에 이 원장도 미소를 내보인다. 그렇게 1년에 1~2점씩 조각과 회화 작업을 모으기 시작했다.


▲박현수 작가의 'Single' 앞에 선 가족.(사진=김연수 기자)


각기 다른 감성을 전달하는 작품들


콜렉션의 시작인 김태호 작가의 조각 작품 ‘가족’은 이 가족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가족의 수만큼 4명의 인물로 구성된 가족상은 현관에서 집 안으로 들어오면 바로 보이는 맞은편 벽에 배치되어 있어 들어올 때마다 이제 내 집에 왔다는 편안한 느낌을 전달해 주곤 한다고.


우병출 작가의 'Seeing'은 부부가 콜렉션 중에서도 특별히 아끼는 작품인 듯 했다. 지평선 위 하늘 모습이 산 쪽에서 멀리 바라 본 도시 풍경보다 화폭의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한 이 작품은 인간이 만들어 낸 도시는 흑백의 스케치로 그친 반면, 숲속과 하늘의 모습 즉 자연의 모습은 세밀한 붓 터치와 풍부한 질감으로 묘사했다. 멀리서 보면 산이 감싼 도시의 모습이 아니라 하얀 물거품이 일어나며 파도가 치는 깊은 바다의 모습 같기도 하다. 그들은 특히 이 작품에서 전해지는 감정의 묘사를 아끼지 않았다. 정교한 붓터치에서 작가의 노력과 시간이 보이고 마음을 편하게 하는 동시에 변화무쌍하게 표현된 구름의 모습에서 생동감 역시 느껴진다는 것.


이 밖에도 송채례 작가의 ‘기분 좋은 일탈’, 박현수 작가의 ‘Single', 정유진 작가의 '선과 빛' 등 다수의 회화와 조각 작품들이 집 안 곳곳을 채우고 있다.


▲우병출, 'Seeing'. 캔버스에 오일.

▲정유진, '선과 빛 4'. 캔버스에 아크릴, 혼합 매체, 116.8 x 91.0cm. 2015.


좋은 문화에 대한 감각은 어릴 때부터 익혀야


김 교수는 미술 작품을 소장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직 대중의 갤러리에 관한 인식이 멀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는 “한 나라가 선진국이라고 볼 수 있는 척도는 문화”라는 생각을 전하며, “우리나라의 구매력을 보면 미술 작품 등을 구매할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현재 구매력을 가지고 있는 세대가 문화에 대해 체계적이지 않은 시스템에서 교육 받아 온 것에 그 이유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더불어, 그는 미술 시장의 경직성을 이야기하며, 순수 예술과 대중 예술의 구분이 너무 심화되어 있다는 점 또한 지적했다. 순수 예술은 경제력이 있는 사람만이 향유할 수 있고, 대중 예술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편견이 존재한다는 것. 헌법 교수인 그는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9조를 말하며, “헌법재판소는 여기서 말하는 문화에 대해 서민 문화와 엘리트 문화가 모두 포함된다는 판결을 내렸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결론적으로 모든 종류의 문화는 사회 분야와 계층에 상관없이 향유될 수 있으며, 발전되어야 하고, 그런 문화에 대한 감각은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학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웅규 교수의 첫째 딸 김서경이 정유진 작가의 작품 앞에 섰다. (사진=김연수 기자)


부부가 작품을 모으는 이유 역시 자녀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가장 크다. 그런 태도 덕분인지 부부의 두 딸 또한 예술적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하다.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아버지의 뒤를 이어 법학을 공부 중인 첫째 서경은 예술 관련 법에 흥미를 느끼는 중이고, 둘째 서현은 뉴욕 파슨스 스쿨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다. 훌륭한 엄마 역할을 놓치지 않은 듯 보이는 이 원장은 “요즘 미술관엔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젊은 엄마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며, “무엇보다도 미술관 같은 공간에 첫 발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드로잉 작품 앞에 선 김웅규 교수의 둘째 김서현.(사진=김연수 기자)


전인적 가치가 존중받는 시대 되야


김 교수는 미술품 수집의 묘미를 단순히 교양있는 취미나 높은 안목의 차원이 아닌 참여자의 입장에서 찾는다. 그는 “첫 작품을 구매하고 나면, 구매한 직후부터 작품을 볼 때마다 관객의 입장이 아닌 참여자로서 더 다양하고 깊게 볼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작품이 실질적으로 자신의 소유가 될 수 있다는 것과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감상하는 것에 태도와 해석 등의 차이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현대는 한 가지 분야의 전문성이 돋보이는 시대보다, 한 사람이 모든 분야에 관심을 두고 발전시켜나갔던 르네상스 시대처럼 이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루는 전인적 가치가 존중 받는 시대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 분야에 몰입해야 하는 전문성에서 비롯한 편협함 혹은 타인에 대한 몰이해 등의 사회적 문제가 적지 않은 요즘 세태를 지적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김 교수처럼 한 가지 일도 제대로 해내기 어려운 세상에 자신과 전혀 상관없던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지기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미술이든 어떤 것이든 간에 나 아닌 다른 개체를 이해하기 위한 시도로서 의의는 분명히 있을 듯하다.


▲마치 갤러리처럼 보이는 2층 복도.(사진=김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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