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에 위치한 청화랑이 임태규 작가의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흐린 풍경(Blurry Scene)'이다.
작가는 ‘흐린’이란 말이 이번 전시에서 여러 의미로 쓰인다고 밝혔다. “비 내리고 눈보라 몰아치는 일기를 흐린 날이라고 하듯, 새벽안개 자욱한 강가에 언뜻언뜻 드러나는 버드나무 가지와 갈대를 보면 우리는 시야가 흐리다고 말한다. 지난날을 회상하며 떠올리는 기억들이 가물가물할 때도 우리는 흐릿하단 표현도 쓴다”며 "그래서 '흐린 풍경'이 됐다”고 말했다.
흐린 풍경으로 그려진 그의 작품들은, 어딘가에서 봤던 구체적인 자연의 흐릿한 기억인 동시에 그리고 흐릿한 과거의 추억들이 투영된 현실의 작가 자신이 되기도 한다.
“어느 날은 눈보라치는 맹동(孟冬)의 한기에 맞서는 소나무가 되기도 하고, 어떤 날에는 푸릇하게 밝아오는 하늘의 새벽달에 취해보기도 한다. 또 다른 그림에서는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는 도원(桃源)을 꿈꾸는 나룻배가 되어보기도 한다”며 작가노트를 통해 심상을 밝히기도 했다.
이어 “흐린 풍경 속에 내게는 전혀 관심을 주지 않는 고요함과 어디론가 내달리려는 마음을 달래려 애쓰는 내 모습을 함께 그려 넣었다”고 작품을 설명한다.
임태규는 담묵(淡墨)을 사용해 어딘가 친밀하고 아련한 기억 속 풍경을 그린다. 흐릿한 풍경 가운데 유독 진하게 표현된 개나 인물, 나무 등의 사물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작가를 연상시키거나, 관람객 자신을 대입하게도 만든다.
화랑 측은 “이번 전시를 통해 조용하고 잔잔한, 따뜻한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서정성을 느끼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