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에 있는 스페이스 오뉴월은 8월 5~25일 이재욱 개인전 ‘리듬, 색, 새소리 연구’를 연다.
이재욱은 이번 전시에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작곡가 중 한 명인 올리비에 메시앙(Olivier Messiaen)과 초현실주의 화가 레메디오스 바로(Remedios Varo)를 대안적 역사의 관점에서 주목한다.
작가는 두 천재 예술가의 흥미로운 교차점에 착안해 재해석한 영상 1점, 설치 2점, 드로잉 5점 등 총 8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메시앙과 바로는 둘 다 1908년 12월에 태어났다는 운명론적 사실 외에도 초현실주의에 영향을 받았으며, 예술적 영감을 물리학 등 비예술 분야에서 얻고자 한 공통점이 있다.
그들의 시도는 오늘의 현대미술에서 낯설지 않은 학제간 융합연구와도 다르지 않다. 동시대 예술은 복잡한 현대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여러 분야와 협업을 시도 하고 있다. 예술계의 이런 교류는 예술가의 영역을 더욱 확장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학제간 연구: 어떤 대상을 연구할 때 서로 다른 여러 학문 분야에 걸치거나 제휴해 참여하는 연구
이재욱의 작품 활동은 이런 현대미술의 경향을 잘 나타낸다. 그는 예술가의 고유영역인 작품 생산 외에 다양한 학술 및 출판 활동을 통해 예술이 단순히 사회적 현상을 비추는 것뿐 아니라 실제 지식을 생산하는 주도적 역할을 어떻게 감당하는지 보여준다.
그의 이런 태도는 영상 ‘리듬, 색, 새소리 연구’에서 두드러진다. 메시앙에게 영감을 줬던 미국 유타 주의 협곡과 바로의 회화적 소재를 교차시켜 만든 작품이다.
작가는 새로운 예술 작품의 창조자가 아니라 과거 두 예술가의 협업을 주선하는 매개자 혹은 기획자다. 주류의 역사관이 배제한 과거의 인물과 연구에 주목하고, 역사 안에 재배치하는 학술 연구자로서의 성격을 띤다.
이 시도는 국내에 생소했던 ‘오브제 중심 존재론(Object Oriented Ontology)’에 대한 개념을 바탕으로 한다. 작년 전시 ‘오브제 이론’이 이재욱의 작품 세계와 연관된 철학적 이론을 소개하는 성격이 짙었다면 이번 전시는 메시앙이 지녔다는 공감각적 재능 즉, 색을 통해 특정한 소리를 연상하는 능력으로 작곡한 음악에서 영감을 얻은 드로잉 작품 및 영상 작업 ‘리듬, 색, 새소리 연구’ 속 이미지를 재연하는 플루트 연주 퍼포먼스 등 다양한 공감각적 작품들을 선보인다.
*오브제 중심 존재론(Object Oriented Ontology), 이론적현실주의(Speculative Realism): 인간 중심적 철학의 역사에서 벗어나 인간과 인간 이외의 오브제들을 동등하게 바라보는 새로운 시점을 제시하는 철학운동이다. 주요 철학자로 그레이엄하먼(Graham Harman), 캉탱메이야수(Quentin Meillassoux), 트리스탄가르시아(Tristan Garcia), 티머시모턴(Timothy Morton), 브루노라투르(Bruno Latour) 등이 있다.
특히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이재욱 작가와 최근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젊은 철학자 에런 슈스터(Aaron Schuster)와의 대담 '들뢰즈(Deleuze)가 본 메시앙'이 오뉴월 이주헌(프로젝트 공간)에서 열리며 미술 비평가이자 기획자인 드니스 카르발요(Denise Carvalho)가 패널로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