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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성범죄로 10년 취업제한’ 의사들에 한줄기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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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95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2016.08.08 09:16:57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최근 언론에서 가장 화제를 삼고 있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의 합헌 결정입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 전에는 법조인들 사이에서도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에 대한 부분은 조심스럽게 위헌 결정을 예상하는 의견과 전부 합헌을 예상하는 의견이 나뉘었습니다. 저는 사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보고, 좀 놀라기는 했습니다. 그 이후 기자들로부터 전화도 많이 받았고, 이와 관련해서 방송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김영란법의 시행령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시행령이 나오면 조금 더 이 법이 어떻게 적용이 될지 구체화될 것입니다. 일단 그때까지 김영란법에 대한 칼럼은 잠시 미루어 두고, 최근에 있었던 헌법재판소의 ‘의료인’과 관련한 의미 있는 결정을 소개하겠습니다. 

제가 최근에 다루었던 사건 중에 의사가 노래방 도우미와 실랑이를 하다가, 성추행으로 기소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안만 보면 경미한 사건이었지만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벌금형이 선고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사례에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어, 이 의사는 의료기관에 취업하는 것이 10년간 금지되었습니다. 

노래방 도우미와 실랑이했을 뿐인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6조 1항에서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또는 성인 대상 성범죄로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아 확정된 자가 의료기관에 취업하는 것을 10년간 금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아동·청소년’이 대상이 아니라 성인이 피해자인 경우도 이 법의 적용을 받고, 의료행위와 무관하게 일어난 행위도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점입니다. 즉, 의료행위 과정에서 일어난 성범죄가 아니더라도, 일반 성인에 대한 강제추행으로 벌금 5만 원만 선고를 받아도 의사 면허가 사실상 10년간 박탈되는 결과가 됩니다. 

▲19세기 영국의 의사와 환자를 그린 이미지. 벌금 처벌을 받은 경미한 성추행이라도, 의사라는 이유로 ‘10년간 취업 제한’을 시켰던 법 규정에 대해 최근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 조문은 한 순간의 실수로 경미한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너무 가혹한 처벌이라는 의견과 의사는 더 윤리적이어야 하므로 충분히 처벌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었습니다. 너무 가혹한 처벌이라고 주장하는 측은 ① 의료행위 과정에서 일어난 범죄가 아닌 경우에도 처벌하는 점 ② 아동청소년이 아닌 성인에 대한 범죄에 대해서도 처벌하는 점 ③ 아주 경미한 수준의 성범죄의 경우에도 일률적으로 처벌하는 점을 논거로 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위와 같은 조항을 모르고 있다가, 10년 동안 의료기관의 취업이 금지되는 의사들도 상당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최근 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6조 1항 제12호 중 ‘성인 대상 성범죄로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자’에 관한 부분, 제44조 제1항 제13호 중 ‘성인 대상 성범죄로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자’에 관한 부분을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습니다. 이 결정은 재판관 전원이 위헌으로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7월 2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 선고가 열리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헌법재판소는 위 조항이, 의료기관의 운영자나 종사자의 자질을 일정 수준으로 담보하도록 함으로써, 아동·청소년을 잠재적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고, 의료기관의 윤리성과 신뢰성을 높여 아동·청소년 및 그 보호자가 이들 기관을 믿고 이용하거나 따를 수 있도록 하는 입법목적을 지니는데, 이러한 입법목적은 정당하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위 조항의 취업 제한 조항이 성범죄로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자에 대하여 10년 동안 일률적으로 의료기관에 대한 취업을 금지하는 것은 “성범죄를 저지른 자들이라 하더라도 개별 범죄의 경중에는 차이가 있고, 이는 재범의 위험성도 마찬가지인 바, 이 사건 법률 조항은 각 행위의 죄질에 따른 상이한 제재의 필요성을 간과함으로써 범행의 정도가 가볍고 재범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자에게까지 10년 동안 일률적인 취업 제한을 부과하고 있으므로 제한의 정도가 지나치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재판관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한 것입니다. 

향후 입법 어떻게 될지에 관심

이 결정으로 그동안 10년간의 취업제한 금지에 묶여 있는 많은 의료인들이 구제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헌법재판소의 의견은, 취업 제한 제재 자체가 위헌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아동이 아닌 성인에 대한 성범죄’까지 일률적으로 10년이라는 취업 제한 기간을 두고 있는 것이 과도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향후 법조항의 개정을 통해서, 취업 제한 기간을 적절히 조정하거나, 범행의 정도에 따라 취업 제한을 하는 입법이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헌법재판소는 그 이후에도 의료인이 아닌 다른 직업에 대해서도 위 조항에 대해 위헌 판결을 선고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10년 동안 아동·청소년 관련 학원이나 교습소를 개설하거나 위 기관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6조 제1항 제3호에 대해서도 위헌 결정을 하였습니다. 

위 조항은 위헌 결정이 나왔지만, 우리 사회에서 의료인에게 요구하는 도덕적·윤리적 수준은 보통사람보다 높습니다. 그리고 의료인뿐 아니라 특정 직역의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법률은 더 엄격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이유로, 사회적 책임을 더 많이 지는 직역에서는 최소한 자신의 직역에서 어떤 것들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지는 알고 있어야 하겠습니다. 

(정리 =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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