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희동에 위치한 미용실 겸 전시 공간인 비컷갤러리(B.CUT갤러리)는 김명진 작가의 '나무의 기억법'전을 9월 7일 연다.
김 작가는 물감이나 붓 대신 나무껍질에 종이를 대고 탁본을 뜬 색색의 한지를 재료로 사용한다. 캔버스에 탁본한 한지를 붙였다 뜯고, 나이프로 긁어내거나 다시 붙이면서 형태를 찾는 작업은 탁본 뜨는 과정과 비슷하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그림을 그린다는 표현보다 숨겨진 이미지를 드러낸다는 말이 더 적합하다.
탁본 작업에서 짐작되는 노동의 수고로움은 작가가 스스로를 마주하는 관조적 태도를 나타낸다. 이렇게 지속되는 노동을 수반한 작업은 그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수행적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밀도 높은 노동을 반복하며 무의식의 심연에서 건져 올린 관념의 형상들이 마침내 작품에 떠오르는 것이다.
나무테가 간직한 나무의 시간을 통해 그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던 시간을 작품에 담아낸다. 작가는 스스로 탁본한 나무의 나이테를 빌어 누군가의 기억을 되짚듯 때로는 소년을, 가족을 혹은 청년을 화면 속에 녹여낸다. 전시는 10월 4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