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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칼럼] 삼성의 車 진출, 21년전의 잘못을 이번엔 바로잡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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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96호 최영태 편집국장⁄ 2016.08.16 18:01:28

(CNB저널 = 최영태 편집국장) 삼성전자가 이탈리아의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네티 마렐리(Magneti Marelli) 인수를 추진하면서 정부 관계자에게 “(자동차 전장품) 사업을 잘하고 싶은데 정부가 조금만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고 일부 경제지 등이 최근 보도했다. 

구글-애플 등이 자동차 사업에 진출하면서 삼성전자의 자동차 사업 진출은 진작부터 점쳐지거나 요청돼 왔다. 경쟁사 LG전자는 이미 현대·기아차나 현대모비스 등에 전장부품(전자 부품) 일부를 공급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보면 삼성의 전장부품 사업 진출은 늦은 편에 속한다. 

그런데, 현재 르노삼성이란 완성차 업체 이름이 그 흔적이 화석처럼 남아 있긴 하지만, 삼성은 부품이 아니라 자동차 사업의 최종 단계인 완성차를 만들던 업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숙원 사업으로서 김영삼 정권 시절인 1995년에 현대차 등 기존 업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삼성자동차가 출범했고,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정치적 근거지인 부산에 삼성차 공장이 세워졌다. 

21년 전 GM 부품사 부사장의 “왜 돈 되는 부품 사업 놔두고, 
피 터지는 완성차 사업부터? 이건 분명 망한다” 예언

그러나 공장 건립 초기부터 “자동차 산업에 대한 신규진출을 정권으로부터 허가받기 위해서라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갯벌을 매립해 공장을 짓는다는 건 지반이 취약해 무리”라는 등 여러 비판론이 당시 나오기도 했다. 

▲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본사 전경. 사진 = CNB포토뱅크

삼성이 자동차 산업 진출에 열을 올릴 즈음, 미국 GM자동차의 부품 자회사였던 델파이 오토모티브(Delphi Automotive)의 전세계 오퍼레이션을 지구를 한 바퀴 돌면서 취재할 기회를 가졌다. 이 취재에는 델파이의 아시아 담당 부사장이 동행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 기자를 태우고 유럽으로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말했다. 

▲1998년 등장한 ‘삼성자동차의 첫 차’ SM5의 신문지면 광고. 기대-신비감을 높이기 위해 디자인 일부를 가린 채로 광고했다.

“삼성이 자동차 사업에 진출하는 건 좋다. 그런데 왜 처음부터 완성차냐? 참으로 무모하고, 이건 실패가 너무 뻔한 도전이다. GM도 포드도, 요즘은 다 한 부품을 여러 차 모델에 공통으로 사용하는 ‘지구 단위의 부품 표준화’를 실행 중이다. 부품 사업이 돈이 된다. 돈 되는 부품 사업을 놔두고 왜 경쟁이 극심한 완성차에 도전하나. 화약을 안고 불에 뛰어드는 것 같다”는 지적이었다. 

‘오너의 의지’로 진입한 사업에서 
‘오너의 결정’으로 철수하기까지 단 5년

그의 말대로 삼성차는 채 5년을 못 넘기고 프랑스 르노에 헐값으로 인수됐다. 삼성자동차의 초창기 멤버로 일했던 심정택은 자신의 책 ‘삼성의 몰락’에서, 삼성차 초기의 무리수를 일부 폭로했다. 

▲1994년 삼성의 자동차 진출이 가시화되자 현대차 등 7개사가 공동으로 신문에 낸 광고. 이런 반대를 무릅쓰고 정권의 특혜를 받아 차 사업에 진출했으나 삼성은 결국 5년 만에 참담한 실패를 맛봐야 했다.

삼성자동차는 오너의 의지다 보니, 기획 단계에서부터 삼성의 강점인 관리, 즉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사업손익을 따지는 사업계획서는 정부로부터 사업인가가 결정되고 난 뒤 작성되었다. 기존 완성차 업체로부터 인력을 빼가거나 기존 업체가 투자해 육성한 부품 업체를 협력 업체로 끌어들이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썼다. 그 탓에 정상 투자금의 3배나 되는 자금을 쏟아부어야 했다(‘삼성의 몰락’ 17쪽)는 등이다. 

▲‘고객 중심의 자동차 문화’를 내세운 삼성자동차의 1997년 브랜드 이름 공모 광고.

이렇게 ‘오너 이건희의 의지’로 시작한 사업에서 ‘오너 이건희의 결정’으로 철수를 결정한 데 대해서도 저자 심정택은 비판적이다. 

일본 업체들의 견제로 반도체 사업이 어려워졌고 참모진들이 ‘반도체가 삼성을 망하게 할 것’이라며 사업 철수를 주장했지만 이병철 회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태도는 이건희 회장의 자동차 사업 철수와 비교된다(‘삼성의 몰락’ 44쪽)는 비판이다.  

1995년 상황에서 델파이 오토모티브 사장의 의견이 올바른 것이었다면, 삼성은 호된 시행착오를 거친 뒤 21년 만에 자동차 사업에 재진입하는 셈이다. 구글-애플 등 IT 공룡들이 차 사업에 몰두하는 요즘, 게다가 한국이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어간다는 시방인지라, 삼성의 전장부품 사업 진출 시도가 어떤 궤적을 그릴지 예의주시하게 된다. 부디 제발 이번에는, 21년 전의 ‘잘못 마구 꿰어나간 단추’와는 달리, 제대로 단추를 꿰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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