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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가득한 어린아이가 보내는 눈빛 속 자연 이야기

슈페리어갤러리, 제1전시관서 김기민 개인전 '자연, 그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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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497호 김금영 기자⁄ 2016.08.17 18:18:45

▲김기민, '자연으로부터 오다 IV'. 스테인리스 스틸, 조개, 브론즈, FRP, 30 x 25 x 40cm.

슈페리어갤러리가 자연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고찰하는 전시를 선보인다.


슈페리어갤러리 제1전시관에서 김기민 작가의 개인전 '자연, 그들과 함께'가 9월 7일~10월 27일 열린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관람객은 무덤덤하면서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드는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를 마주하게 된다.


비밀이 가득한 눈빛을 한 이 아이는 작품의 주인공이자 작가 스스로를 이미지화한 형상이다. 마냥 귀여워 보이는 외형 속에 깊은 메시지를 담는다. 자연과 인간을 잇는 작가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과 표현 방식으로 자연과 생명에 대한 성찰을 이야기하는 것.


작품 속 인물은 자연물과 함께 제시되거나 자연과 동화된 모습, 또는 반인 반수의 모습을 하고 있다. 자작나무가 줄지어 이어진 프레임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자신도 자작나무인 양 시치미를 떼고 서 있는 인물을 발견할 수 있다. 멀리서 보면 인물이 있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자연과 동화된 모습으로 존재한다. 또 다른 작품 속 인물을 보면 배꼽에서 마치 탯줄과 같이 새싹이 피어나는 걸 발견한다. 인물 자체가 마치 하나의 식물이 돼 꽃을 피워내는 모습이다. 이는 모든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고 있으며 생명의 근원이 자연 그 자체에 있음을 말한다.


▲김기민, '자연 그들과 함께 IX'. FRP, Led, 유리, 아크릴릭, 자갈, 소라고둥, 24 x 27 x 46cm.

작가는 실제로 어렵게 구한 소라와 고둥, 자갈돌 등 자연 그대로의 오브제를 작품에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오랜 세월 자연을 품어낸 재료들은 작가의 작품 속에서 음악을 듣는 헤드폰으로, 배낭으로, 때로는 따스한 보금자리가 돼준다. 인물을 지지하고 있는 좌대 위에는 자갈돌이 빽빽하게 깔려 있어 우리가 딛고 사는 세계는 인간이 만든 인위적 세계가 아닌 결국 자연을 의지하고 살아가는 것임을 시사한다.


작품 속 주인공들은 모두 비정상적으로 큰머리, 짧은 사지와 둥글둥글한 몸매 등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는 작고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이런 특성은 보통 새끼 동물들에게서 나타나는 모습과 비슷하다. 보호하고 돌봐줘야 할 것 같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슈페리어갤러리 측은 "동물행동학자 콘라드 로렌츠에 따르면 새끼 동물들의 귀여운 외모는 미성숙의 결과만이 아니라 보호본능, 양육본능을 자극해 험난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물체 생존의 전략이며 숙명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기민 작가의 작품들은 이런 자연이 지닌 본능적인 생존방식을 작품 외형에 그대로 반영해 인간과 문명의 이기로부터 파괴되지 않고 살아남고자 하는 자연 스스로의 의지와 태도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김기민 작가의 작품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그 형태와 분위기에 매료돼 가만히 귀 기울이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기민, '자연으로부터'.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면 조명이 켜진 아이의 눈빛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눈빛은 관람객이 이동하는 순간 따라온다. 볼록렌즈, 그리고 조명을 이용한 착시 효과를 통해 마치 실제로 작품 속의 눈이 움직이는 것과 같은 모습을 연출하는 것.


슈페리어갤러리 측은 "작가는 작품 속 인물과 관람자인 나의 마주 봄을 유도한다. 이를 통해 내면의 눈을 떠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본연의 관람자 자신을 바라봐 주기를, 그리고 그것이 이제껏 잊고 살아왔던 자연성 그 자체임을 깨닫기를 바란다. 귀여운 아이의 외형을 하고서 우리를 따라다니며 응시하는 그 눈빛은 다름 아닌 자연의 호소력 짙은 애원인 것"이라고 밝혔다.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다. 그러면서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려 하고 훼손시켜 간다. 그리고 보존하려고도 한다. 그런 것이 바로 인간"이라며 "이런 양면성을 나로 표현한다. 어린아이에게 있어야 할 순수한 눈빛은 사라지고 무언가 비밀이 가득한 눈빛만이 따라 흐른다. 그런 그 아이는 자연이 깨끗하기만을 바라보고만 있다. 모순됨을 알면서도 부정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고 바로 당신"이라고 작업을 설명했다. 작가의 말처럼 자연으로부터 비롯된 인간이 양면성의 태도로 자연을 대하는 모습을 이번 전시에서 느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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