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상 골프 세상만사] 김영란법 뒤 3만원 골프 많이 칩시다
(CNB저널 = 김덕상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골퍼들 사이에는 한국의 골프 성수기가 박정희 대통령의 집권 역사와 같다는 말이 있다. 잔디가 완전히 파랗고 빳빳하게 서는 5.16으로 시작해서, 누런 색깔로 변하며 힘을 잃고 눕기 시작하는 10.26쯤에서 끝나기 때문이란다.
필자는 지난 30년 동안 1800회 라운드를 했다. 골프장과 연습장에서 보낸 시간이 2만 4000시간이니 잠을 자지 않고 3년 동안이나 보낸 셈이다. 그중에서도 풀이 파란 5월 중순부터 10월 하순까지 이 다섯 달 성수기에는 매년 최소한 30회의 라운드를 했다.
그런데 금년에는 딱 한 번만 필드에 나갔다. 후배가 “김영란법 시행 전부터 몸 사리냐?”고 농담을 건넸다. 이에 필자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고급 회원제 골프장이 많이 망하면, 골프 대중화가 흥할 것이고, 그때가 되면 경제적인 부담을 덜 느끼며 은퇴한 친구들과 필드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니, 그때 실컷 치겠다”고 대답했다.
오래 전에 수도권 골프장 사장과 골프계 이슈들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때 이런 이야기도 나왔다. 골프장 경영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게 일본처럼 우리나라 국세청에서도 기업체의 골프 비용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게 되면, 수도권의 고가 골프장들은 엄청난 경영난에 직면하게 된다는 점이었다. 그 당시 자칭 명문 클럽들은 매출액의 절반 이상이 법인 카드로 결제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제 형태는 다소 다르지만,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접대 골프가 많이 줄어들 것이고, 고급 회원제 골프장의 영업은 크게 타격 받을 것으로 본다. 필자도 1800번의 라운드 중 약 1000회는 법인 비용으로 비즈니스 골프를 했다. 국내는 물론 외국인 거래처와 대부분 사업상 교제로 한 것인데, 이제는 너무 고비용이라 비즈니스 골프도 자제하기에 이르렀다. 은퇴한 친구들과는 요즈음 골프장보다는 비용이 1/20에 불과한 당구장으로 장소를 이동했고, 골프가 무척 치고 싶을 때에는 팀을 짜서 상대적으로 아주 저렴한 동남아 리조트에 가서 하루에 2라운드씩 실컷 즐기고 온다.
접대 골프 → 더치페이 친선 골프 가능성
진정한 대중제 골프장 문화 생기길 기대
필자는 김영란법이 접대 골프에서 더치페이 각자 부담 친선 골프로 바뀌어 가는 데 크게 일조를 할 것으로 본다. 공무원은 물론, 공기업, 언론, 금융기관에 이르기까지 소위 갑의 지위에 있던 사람들은 받는 접대 골프를 많이 부담스러워할 것이고, 기업체에서도 모두 조심을 할 테니, 고급 회원제 골프장은 안정적인 경영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요즈음은 대중제 골프장으로 전환도 많이 하는데, 무늬만 대중제인 고급 비회원제 코스도 아마 같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강원도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는 사람들. 사진 = CNB포토뱅크
체육진흥공단이나 지방자치단체가 건설 운영하는 진정한 퍼블릭 대중제 골프장이 많이 생기고, 그곳에서 자기가 핸드카트를 끌면서 라운드 하는 고위직 공무원이나 고위층이 많아질 때, 한 푼이라도 아껴서 라운드 하고 싶은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대중화의 꿈이 가까워질 것이다. 선진국처럼 택시 운전사, 가게 주인, 신입 경찰관, 은퇴한 노인들이 하루에 2~3만 원의 비용으로 함께 라운드 하고 클럽 하우스에서 커피와 맥주 한 잔도 나누면서 다음 라운드를 약속하는 그런 아름다운 모습이 우리나라에서도 빨리 이뤄졌으면 좋겠다.
정부도 달리 절토 성토를 할 필요가 없는 국유지에 저비용으로 면세 골프장을 만들고, 공무원 전용으로 군의 골프 체련장 같이 노캐디제로 운영한다면, 누가 김영란법을 어겨가며 골프 접대를 받으려 하겠는가? 물론 우 모 비서관처럼 돈이 많거나 가족이 골프장을 운영하는 공무원이 제돈 내고 골프를 친다 해도 시비를 걸지는 않겠지만….
(정리 = 김금영 기자)
김덕상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