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9호 김연수⁄ 2016.08.25 14:51:53
익산문화재단 산하 익산창작스튜디오는 8월 26일~9월 25일 6기 입주 작가 오픈 스튜디오 및 기획전 ‘물의 해방, 새로운 수리(水利, 修理) - Liberation of Water Ⅱ’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들은 크게는 현 시대 안에서의 삶의 방향성을 고민하기도 하고, 작게는 작업 공간의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전북 익산은 근대 이전부터 넓은 평야지대로서 농업이 발달했다. 이와 함께, 농업을 장려하는 농사 기술과 토지 개량을 위한 수리조합의 활동이 100년도 더 지난 1908년부터 시작됐다. 현재 1975년 지어진 익산 창작 스튜디오 건물은 1930년에 설립된 익옥수립조합(현 익산문화재단)의 부지에 있다. 교통의 요충지였던 익산의 입지 조건과 함께 익옥수리조합은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에 의한 아시아 각 지역 대규모 수탈의 중심이기도 했다.
이 공간이 간직한 변화무쌍한 근대사 속 수많은 이야기들은 입주 작가들에게 다양한 방면으로 공간과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곤 한다. 하지만 익산창작스튜디오(전 전북농조) 건물은 다가올 2017년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익산시가 합의해 구체적인 재개발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 입주 작가들은 비록 짧은 시간 동안 머물다 가지만, 아쉬움과 이곳에서의 경험 및 공간에 스며든 시간과 지역성 그리고 그에 따라 변하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작업에 담아낸다. 그렇기에 전시 제목에 등장하는 ‘수리’는 익산수리조합이라는 공간의 의미와 ‘낡고 허름한 것을 손을 보아 고친다’는 개선과 변화 등의 의미를 담고 있는 중의적 단어다.
입주 작가(고현종, 김아리, 김연정, 노윤정, 박소현, 아야 오노데라 - 일본/독일, 이이내, 정보경, 정연주, 정윤선)와 초대작가(황연주, 사이먼 웨덤 - 영국, 김유석, 김경희 - 평화동 주민)들은 방치된 공간을 새롭게 해석해 새로운 공간으로 변모시킨다.
후미진 낡은 벽을 활용한 오브제로의 변환, 그리고 건축물 자체가 내적 표현물로 연결되기도 하며, 스튜디오 주변의 물체들을 그대로 등장시키기도 하고 장소로부터 영향 받은 회화의 형태, 혹은 미디어, 사운드 작품으로도 선보인다.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문재선은 “이곳의 시대적인 역사성인 수리(水利) 문화를 통해 보는 물의 관한 권력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개념은 작가마다 일생을 통해 바라 본 자신-작품-사회라는 방정식과 더불어 더 나은 목표의식을 향해 시행착오로부터 해방되기를 바라는 정성스러운 일상으로부터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가끔은 아직도 해방되지 못한 체제에 관한 피로감 속에서 경제성장만이 유일한 살길이라는 이데올로기는 지독하게 지속되며, 시대적-사회적 합의로 나타난다”고 전제하며, “한국의 현대 사회에서 겪고 있는 수많은 자본 논리에 갇힌 작가이자, 현대인으로서 부단히도 애써 나가야하는 삶으로부터의 해방은 예술가로서 덕목이자 꿈의 권리일 것”이라고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