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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PK정권이 키운 '한보 사태'와 TK정권이 키운 '대우조선 사태'는 다른가?

경상도 정권이 돈대 키운 경상도 기업 사고의 설겆이는 전국민이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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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00-501호 최영태 기자⁄ 2016.09.08 15:54:35

▲최영태 편집국장

‘대구 여자’ 추미애 더민주당 대표는 9월 7일 “박근혜정부의 무능과 무대책으로 한진해운 사태는 이제 우리나라를 넘어 국제적 문제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의 경제 문제가 국제적 문제가 된 사례…라고 하니, 1998년 IMF 외환위기를 불러온 한보그룹 사태와 기아자동차 부실 처리가 떠오른다. 하나같이 공포스러운 기억들이다. 

IMF 외환위기를 불러온 원인은 여러 가지가 언급되지만, 한국 정부의 경제 운용 실력을 해외 국가와 기관들이 결정적으로 의심하게 된 계기가 바로 한보와 기아자동차 사태였다. 

'PK정권'과 PK출신 정태수가 일으킨 '한보그룹 사태'

우선 한보의 경우에 대해 황태연 동국대 교수는 저서 ‘지역 패권의 나라’(1997년)에서, “한보 사태도 PK도당이 진주 출신 정태수를 단기간에 신흥 재벌로 급부상시키려다 터져나온 사건이며, 당시 검찰총장은 경남 양산 출신 김기수였다”라고 분석했다(94쪽). 

당시 거제도 출신 김영삼 대통령이 ‘PK정권’을 지나치게 강력히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권 실세들이 PK 출신의 정태수(원래 아파트를 짓던)에게 금융 혜택 등을 몰아줘 재벌로 만들려다가 대형 부실이 발생해 한국 경제가 휘청거리는 단초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한보그룹 사태는 1997년 1~3월 사이에 일어났다. 위의 언급대로라면 ‘한보 사태’는 경제 현상이 아니라 정치 현상이었다. 갑자기 이상하게 태어난 재벌급 기업이 허망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저 나라 경제 컨트롤 타워가 이상하네”라는 의문을 심어준 데 이어 하반기 터져나온 ‘기아차 사태’로 한국 경제의 이미지는 결정타를 맞는다. 

헤매던 한국 정부가 1997년 10월 27일 ‘기아차 후속조치 보고’를 한 뒤 미국의 신용평가업체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장기 A1 → A2, 단기 P1 → P2로 강등시키면서 한국 경제의 신용도는 무너져내렸고, 이후 한국인의 삶을 완전히 바꿔버린 ‘IMF 동토’가 한국 경제를 산산조각 내버린다. 

컨트롤 타워가 지나치게 편향적이었던 20년 전과, 
컨트롤 타워가 때때로 없는 지금은 같은가 다른가?

1998년의 이러한 경험은, 세월호 침몰 같은 대형 재난 때마다 “청와대는 컨트롤 타워 아님”을 강조해온 이 나라인 만큼, 공포스러운 기억으로 다가온다.  

“PK도당이 진주 출신 정태수를 신흥 재벌로 급부상시키려다 IMF 사태를 불러왔다”는 황 교수의 주장은 고릿적 이야기에 불과할까? TK정권 핵심이 모인 작년 10월 청와대 서별관회의가, 이미 분식회계 의혹이 드러난 지 3개월이 지난 경남 거제 소재의 대우조선해양의 대구 출신 남상태 사장에게 4조 2천억 금융 지원을 전격 결정했다는 사실은, 기시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경상도 정권이 경상도 연고 기업 또는 기업인을 돕기 위해 부실대출 등을 정권의 힘으로 밀어붙이다가 사단이 나면, 그 사단의 고통을 전 한국인이 함께 지는 사태가 20년 전과 지금 비슷한 양상으로 벌어지고 있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추미애 대표가 ‘국제 문제화된 한국 경제 문제’로 지적한 한진해운 사태도 부산을 중심으로 벌어지면서 국제적 우려를 불러모으고 있다. 

물론, 한보 사태와 대우조선 사태를 ‘영남 패권주의 정권의 행패’처럼 해석하려는 이런 자세에 대해선, 이런 반론도 가능하다. “한국의 대기업과 산업단지, 주요 기업의 상당수가, 일본과의 경제 연관성 때문에 경상도에 몰려 있으며, 조선-해운 산업의 중심지 역시 경남이기에 벌어지는 사태인데, 그걸 왜 TK정권이니 PK정권이니 하는 지역‘정치’주의와 연결시키냐”는 반론이다. 

물론 그런 측면이 있다. 그러나 경상도 지역에 대규모 산업단지가 들어서게 된 역사를 들여다보면 그렇게 단순하게, ‘일본 때문에 경상도가 산업 중심지가 됐다’라는 속설에 고개가 끄떡여지지만은 않으니 문제다. 

5.16 쿠데타 이후 생겨난 경북발전특위

호남의 입장을 옹호하는 대표적 지식인 김억은 저서 ‘아주 낯선 상식 - 호남 없는 개혁에 대하여’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5.16쿠데타 이후 공화당에서 만든 경북 발전특위가 경북 출신 향토 재벌을 육성했고, 그래서 삼성-럭키-효성 같은 향토 기업이 생겨난 것이다.(122쪽)  

경상도 쪽에 대기업이 몰린 이유가 자연발생적이 아니라, 정책의도적이었다는 지적이다.
 
황태연은 이런 데이터도 제시한다. 
89년 당시 30대 재벌그룹의 여신 비율을 보면 전체의 57.8%가 경상도 기업으로 갔다. 경상도 사람이 사업하는 건 땅 짚고 헤엄치기였고, 반면 ‘내부 식민지’ 사람들은 모래밭에 대가리 쳐박기를 해야 했다.(68쪽)

고 박정희 대통령의 집권 뒤 ‘경북발전특위’라는 게 만들어져 경상도 지역에 ‘선택적으로’ 산업진흥 정책이 적용됐고, 이후 1989년에 이르기까지 대기업에 대한 은행 대출의 60% 가까이라는 절대 다수액이 경상도 기반 대기업에 집중됐다면, 박정희 이후 이 나라의 산업투자가 경상도에만 집중적으로 쏟아부어졌다고 해도 할말이 없을 정도다. 

황태연은 경상도에 대한 이러한 경제력 집중이 자연발생적이 아니라, 대단히 의도적이었음을 ‘박정희 이전’의 여러 자료들로 증명한다. △조선시대 문과 급제자의 67.5%, 무관 급제자의 59.3%가 서울과 경기에 집중됐고, 당상관의 78.3%가 서울과 경기에 집중됐다 △영조 시대의 무신난(戊申亂, 1728년)을 계기로 경상우도는 반역향(反逆鄕)으로 찍혀 완전 영락했으며 △불충(不忠)의 반란은 조선시대를 통털어 영남 12회(군란 3, 민란 6, 반역 3), 전라도는 동학농민전쟁을 합쳐도 3분의 1인 4회에 불과했다는 등이다. 

흔히 ‘조선시대에도 전라도는 반역의 땅으로 낙인찍혔다’는 속설이 횡행하지만 황태연의 책에 따르면 이는 ‘후대에 만들어진 속설’일 뿐이며, 조선시대의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는 소리다. 

▲'한보 사태'를 다룬 TV 프로그램의 예고 화면. 황태연 교수는 한보 사태를 'PK도당이 진주 출신 정태수를 단기간에 신흥 재벌로 급부상시키려다 터져나온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대우조선해양 비리'를 보도하는 SBS 화면. 대우조선해양의 남상태 전 사장은 대구 출신이다.


‘균형잡힌 지역경제’ 하라는 헌법의 규정은 그저 공염불인가?

실제로 일제강점기 시대에 한국 경제의 중심지는 곡창지대인 전라도였다. 전라도의 쌀을 일본으로 실어가기 위해 군산항 등이 대대적으로 개발된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래서 일본강점기의 전라도는 “우리가 조선 경제를 책임진다”는 자부심을 가졌었다고 한다. 물론, 일제강점기 후반으로 가면서, 일본은 조선을 대륙침략을 위한 전진기지로 만들기 위해, 부산에서 출발해 만주로 이어지는 철도 교통망을 대대적으로 확장하며, 이에 따라 서울역에서 부산역으로 가는 열차가 지금처럼 하행선이 아니라 상행선이 되는(도쿄의 중앙역에서 보면 부산역이 서울역보다 더 가까운 상급지이므로) 중심의 전도현상이 일어나면서 부산이 대대적으로 개발되기도 한다. 경상도 중심의 경제개발은 일본강점기 말의 이러한 ‘부산 부흥’과 관련이 있는 현상이랄 수 있다. 

농경 중심의 나라였던 한국이 1960년대를 기점으로 공업국이 되면서 동아시아 경제의 중심인 일본과 가까운 경상도 쪽에 주요 산업들이 들어서고, 또한 60년대 이후 경상도 정권이 계속 들어서면서 경상도에 대한 산업진흥책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은 역사적 사실이며, 이를 되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경상도 쪽에 치우친 산업시설 덕분에 경상도의 지역소득은 전라도나 충청도, 강원도 같은 타지역을 압도하고, 작년 10월의 청와대서별관회의 같은 정권의 별난 행동이 ‘이미 분식회계와 부실이 드러난’ 기업에 4조가 넘는 천문학적 금액을 턱턱 내주고, 이러한 정권의 행동의 바탕에는 ‘선거를 앞둔 1번 표밭에 대한 배려’가 들어 있으며, 그 결과로 따르게 돼 있는 경제 비상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국민이 지게 되는 시스템이 계속 작동된다면, 이는 결국 경상도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 국민들이, 경상도에 대한 질투를 지나 원한감정, 배척감정을 품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대우조선에 금융특혜를 준 주역들 중에는 경상도 출신이 많다. ‘대구 출신의 정권 핵심이 대구 출신의 남상태 전 사장이 이끄는 경남 거제의 대우조선해양을 돕기 위해 특혜 지원을 했다’는 시비가 나오는 이유다.

이 나라 헌법 123조 2항이 “국가는 지역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면, 특정 지역 기업에 대해 특혜 금융지원을 하는 행태는 반헌법적이며, 이 나라의 기틀에 정면도전하는 행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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