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 작가는 매 전시마다 관객이 직접 만져보고 옮겨보는 등 다양한 체험을 진행했다. 그랬던 그가 이번엔 일상에서 소소하게 시작된 '식물 키우기'를 전시장에 들여놓았다. 무슨 의도일까?
갤러리토스트가 필승의 개인전 '불필요한 것들을 만들다'를 9월 24일~10월 7일 연다. 작가는 일상에서 보이는 소소한 사물을 예술로 변환시키며 관객과의 소통을 이끌어 왔다. 이번엔 '식물 키우기'로 관객과 이야기를 한다.
작업을 보면 그림으로 된 선인장 아래 화분을 갖다 놓거나 반대로 진짜 선인장 아래 그림으로 된 화분을 넣는 등 예술과 일상의 사물을 넘나드는 작가의 위트가 느껴진다. 이를 통해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 사이의 이야기다.
작가는 "그간 작업이 소통의 매개체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의 구분에 관한 이야기다. 모호하거나 혹은 억지스러운 조화가 될지도 모르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라 말했다.
그는 이어 "necessary는 '필요한'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이 단어 앞에 un을 붙이면 unnecessary 즉, 불필요한으로 뜻이 바뀐다. 많은 언어에서 어떻게 붙여지느냐에 따라 다른 뜻이 되기도 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예술이란 매개체에서 느끼는 감정 또한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즉 소통의 매개체를 예술로서 접근하려 했던 작가의 태도 또한 모호했다는 것을 짚은 것. 작가는 시각미술에서 관객과의 소통을 원했지만 과연 무엇이 소통이라 할 수 있을지, 그 뜻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억지로 참여를 유도한다 해서 그것이 소통일지, 사실 관객들은 예술에서 직접적인 소통을 원하는 것만은 아닐지 생각하게 된 것이다.
작가는 "이런 생각에서 이번 전시는 불필요한 것과 필요한 것의 차이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최근에 거처를 옮기면서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 꽃시장에서 화분을 고른 뒤 이런 저런 계산 끝에 선인장을 택했다. 형광 그린으로 화분 색을 바꾸고, 실제 사이즈의 선인장을 그림으로도 그려봤다. 일상에서 시작하게 된 작업이 이번 전시에 펼쳐진다"고 작업을 설명했다.
작가가 들여놓은 작업은 확실히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넘나든다. 실용성으로 보자면 불필요할 수 있겠지만, 시각적인 이미지로 봤을 때는 필요한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 모호한 경계에서 작가는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