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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여자의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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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03호 김연수⁄ 2016.09.29 17:25:41


‘여자의 물건’은 여성이라는 존재에 대해 그녀들이 소유하고 있는 물건을 통해 탐색-탐구하는 에세이집이다.

물건은 필요와 욕망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물건을 탐구한다는 것은 그 물건의 소유자를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미술 잡지의 편집장, 전시 기획자 등으로 약 20년간 예술계에서 머문 저자 이건수는 이 책에서 여성의 물건을 읽어준다.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52가지 사물의 쓰임새나 속성, 이력, 의미 등을 살펴보며 헤아리기 힘든 본성과 신비의 존재인 여성을 탐구한다.

귀고리, 하이힐, 핸드백 등 아름다워지려는 욕망을 대표하는 뷰티용품에서부터 커피, 생리대, 침대, 그릇 등 삶의 흔적이 담긴 일상 속의 물건들, 립스틱, 시스루, 마스카라 등 이성의 시선을 사로잡는 유혹적인 사물들, 가죽, 호피, 타투, 거울과 같이 여성 내부에 존재하는 남성 취향의 사물들, 브런치, 운세, 인스타그램, 멜로드라마, 프렌치 시크 등처럼 문화적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사물들까지 여자의 물건을 5가지 갈래로 분류했다.

저자는 여성을 바라보는 이성으로서 남성의 시선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남성의 시선으로 여성성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다. 익숙했던 여자의 물건들은 남성이라는 차이의 시선, 예술가의 직관, 비평가의 날카로운 통찰에 의해 낱낱이 해체되어 진솔해지고 낯설게된다. 넘쳐흐르는 감성적인 문체로 감상을 전달하다가도 예술, 사회, 문화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예리한 시선을 드러내기도 한다.

저자가 써낸 글은 스스로 여성으로 살아본 적이 없기에 여성을 잘 모른다는 고백을 전제로 하지만, 여성의 입장에선 스스럼없이 드러낸 여성에 대한 남성의 솔직하고 객관적인 감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여성의 물건에 관한 저자의 탐구는 그 물건과 연관되는 예술작품과 함께 제시된다. 사진작가 김중만의 사진을 비롯한 한국 작가들과, 보티첼리, 렘브란트, 세잔, 피카소, 클림트 등 거장들의 명화, 앤디 워홀, 트레이시 에민 등의 현대미술 작품들이 전하는 시각적 효과는 그가 전하려는 감성의 이해를 돕는다.

이건수 지음 / 1만 5000원 / 세종서적 펴냄 / 3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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