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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의 제네시스 ①] 환상의 1번 국도를 G90로 달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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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05호 이상면 문화예술 편집위원(연극영화학 박사)⁄ 2016.10.17 11:5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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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저널 = 이상면 문화예술 편집위원(연극영화학 박사)) 지난 8월 15~21일 미국 캘리포니아의 명승지 몬터레이에선 연례 자동차 주간(Monterey Car Week) 행사가 열렸다. 수백만 달러를 호가하는 클래식 카들이 출품되는 이 행사 주간에, 현대차는 새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콘셉트 카를 출품하면서 미국 부호들의 눈길을 끌려 노력했다. 

현대차 초청으로 현지 행사에 참석한 필자는 샌프란시스코를 출발해 유명한 포도원(winery)들이 있는 나파 밸리(Napa Valley)와 유명 관광지 몬테레이(Monterey)의 골프장까지를 현대차가 최근 미국시장에 내놓은 제네시스 G90와 함께 달려봤다. 미국의 드라이브 길 중에서도 넘버 원으로 꼽히는 환상의 태평양변 1번 국도를 밟아보는 상큼한 코스였다.   

독일에서 오래 생활한 필자는, 너무 많은 차종에 질렸고, 또한 독일차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낮은 평가를 받게 마련인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큰 신뢰감을 갖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이번 방문 길에선 현대차의 초청을 받은 만큼, 미국 도로 상에서 제네시스 G90이 얼마나 잘 달리는지, 또 세계의 온갖 차가 섞여 있는 미국에서 제네시스의 디자인 콘셉트가 어떻게 비칠지 오랜만에 자동차에 대한 궁금증을 돋구어봤다. 동행한 현대차 담당자는 제네시스에 대해 “현대가 야심적으로 만든 고급 차종이며, 토요타 렉서스는 물론 독일의 명차들과도 직접 경쟁할 것”이라고 얘기를 들려줬다. 

캘리포니아 최고의 포도주 산지 나파 밸리 

한국과 미국-영국의 주요 미술관에 대규모 예술지원 투자를 하는 현대차의 주선으로 샌프란시스코의 미술관을 둘러본 뒤 샌프란시스코 도심에서 멀지 않은 포도주 명소 나파 밸리를 찾아갔다. 1시간 정도 북동쪽으로 달리니 도착했다. 미국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포도주 명산지로, 크고 작은 여러 포도원들이 산재해 있었고, 포도를 재배하고 포도주를 제조-보관하는 시설들이 끝없이 펼쳐졌다.  

▲푸근한 나파밸리 포도원을 배경으로 늘어선 현대 제네시스 G90 일행. 사진 = 이상면 편집위원

한 포도원에 도달해 차에서 내리니, 중세의 성 같은 건물이 일행을 맞았다. 바로 앞의 포도밭으로 가서 구경하고 설명을 들었다. 포도나무들은 가는 막대기들을 따라 올라가며 자라고 있다. 포도나무는 땅에서 오는 습기를 받지 말아야 하며, 약간 건조한 땅에서 재배된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좋은 포도 재배를 위해서는 토양과 기후가 중요하단다. 포도 열매를 보니, 그렇게 탱글탱글하게 크지 않고, 작은 알갱이들이 뭉쳐 있는 모양이다. 한국에서 주로 재배되는 캠벨 종류의 포도보다는 알맹이가 작다. 

필자는 포도주 전문가는 아니지만, 독일과 영국에서 살았기에 포도주에 대한 경험은 꽤 있다. 적포도주라면 유럽에서도 프랑스나 스페인 산이 제일 낫고, 남미의 칠레나 아르헨티나, 또 호주 것도 괜찮다고 들었다. 독일에선 미국 포도주는 한 수 아래로 친다. 그러나 이런 선입견이 깨지는 데는 1시간도 안 걸렸다. 나파 밸리의 포도원들은 자신들이 생산한 여러 종류의 포도주를 권하며 시음시켰다. 결론적으로 유럽 포도주보다 못한 포도주는 없었다. ‘포도주는 유럽산이 최고’라는 잘못 알려진 상식이 캘리포니아산 포도주에 대한 선입견을 갖게 만드는 듯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해안선을 따라 몬테레이로 가는 길은 시각적으로 즐거운 여정이었다. 여름이라도 아침저녁에는 10도 내외로 선선하고, 한낮에는 20~23도 정도로 올라가 따뜻해진다. 한국으로 치자면 쾌적한 가을 날씨다. 게다가 습기가 없이 시원한 바람이 바다와 들판 양쪽에서 불어온다. 35도가 넘는 열대성 날씨가 계속되었던 한국의 지난 여름을 생각하면 캘리포니아 기후는 참 좋게 느껴졌다.

해변을 따라 이리저리 휘어지는 1번 국도를 따라 2시간 가까이 지루하지 않게 달렸다. 창문 밖의 풍경은 흥미 그 자체다. 우측 창으로는 태평양 해안의 각기 다른 모습의 암석들이 늘어서 있고, 그 너머로는 태평양 바다가 시퍼렇다. 좌측 창으로는 넓은 들판 위에 잎사귀들이 길게 늘어진 신기한 나무들을 비롯해 한국 것과는 다른 소나무 풍경이 이어진다. 

▲해변 레스토랑 앞의 G90를 그린 이상면 편집위원의 펜화.

▲100년 전통의 유서깊은 레스토랑 앞의 G90. 뒤로 태평양 바다가 보인다. 사진 = 이상면 편집위원

우리 일행은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서 특이한 괴석들이 모여 있는 도로 모퉁이에 잠시 주차하고 풍광을 즐겼다. 아닌 게 아니라 미국 사람들도 차를 세우며 구경하고, 사진사들은 장비를 갖추고 사진 작품을 찍느라 바쁘다. 

조금 더 가다가 우리는 도로에서 움푹 들어간 코너에 홀로 서 있는 스페인풍의 작은 레스토랑을 발견하고 들어갔다. 들어가니 편하면서도 고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바다가 보이는 창가 식탁에 자리를 잡고 태평양을 내다보며 분위기에 도취돼 수다를 떨었다. 아래 1층을 내려가서 둘러보다가 기록사진을 보니 100년 이상 역사를 지닌 레스토랑이었다. 

나는 우리도 이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역사가 짧은 미국에도 이렇게 있는데, 오랜 역사가 있다는 한국에는 막상 옛날 모습이 없지 않은가? 한식당이든, 카페, 주점, 미술관이든 옛날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려는 자세가 빈약하다. 관광객이 많이 오기를 바라면서 한국이 보여주는 것은 무엇인가? 그저 화장품 가게와 면세점에서 물건만 팔면 되나. 역사문화 관광이 너무 부족하다.(다음 호에 계속) 

(정리 = 최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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