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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가] 명품가게 길? "청담동을 예술거리로" 26회 청담미술제

박미현 청담미술제 운영위위원장 "청담동을 뉴욕 첼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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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11호 김금영 기자⁄ 2016.11.25 09:47:59

▲앤디 워홀, '플라워즈(Flowers) II.68'. 종이에 스크린프린트, 91.4 x 91.4cm. Ed250. 1970.(사진=쥴리아나갤러리)

(CNB저널 = 김금영 기자) 청담미술제가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온다. 그런데 이 ‘어김없이’란 말이 화랑들에게는 납득하기 어려운 말이다. 전 세계적으로 위축된 경제 상황 속 미술시장도 어김없이 불황을 겪었다. 문을 닫는 화랑들이 속속 생겼고, 청담동 또한 여기서 다르지 않았다. 또한 지금 청담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명품 거리다. 명품 매장이 길거리에 즐비하고, 화랑들은 골목으로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그럼에도 청담동에서 굳건히 버틴 화랑들은 1991년 처음 열린 청담미술제를 26년째 이끌어 왔다. 그래서 더욱 감회가 남다르다.


청담미술제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박미현 쥴리아나갤러리 대표는 “과거 청담동에는 주택도, 작은 상가도 많았다. 화랑들도 대로변에 위치한, 문화예술의 거리였다. 하지만 오늘날 청담동엔 명품 매장들이 줄을 이으며 소비문화 거리로 바뀌었다. 치솟은 임대료에 화랑들은 골목으로 밀려났다. 이 가운데 미술시장은 대형 아트페어와 경매 위주의 독과점 형태로 돌아갔고, 화랑들은 더욱 힘든 상황을 마주했다”고 짚었다.


▲사공우, '힘(Power)'. 캔버스에 뮤직 노트, 한지, 193.9 x 130.3cm. 2016.(사진=갤러리미)

여기서 화랑들이 살아남기 위해 더욱 기획에 힘썼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박 대표는 “기획 화랑이 점점 적어지고, 대관 위주로 돌아가는 화랑이 많이 생기는 가운데에서도 청담동 화랑들은 기획 및 초대전을 꾸리며 꾸준히 자리를 지켜 왔다. 순수 예술이 곧 화랑을 지킬 수 있는 힘”이라며 “이번 청담미술제에서도 여러 기획 전시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청담미술제에는 청담동의 갤러리미, 갤러리아순수, 리갤러리, 메이준갤러리, 사라아트&패션, 스페이스옵트, 쥴리아나갤러리, 청화랑, 칼리파갤러리, 훈갤러리가 참여한다. 또한 삼성동에서 아트코어브라운, 카이노스갤러리가 새롭게 참여한다. 이와 관련해 박 대표는 “청담동 위주로 열렸던 청담미술제가 올해부터는 강남 일대에 참여 화랑을 확대하며 새로운 변화를 꾀했다. 추후 신사동 등으로 참여 화랑을 넓혀 순수 예술의 중요성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본창, '크리스마스 트리(Christmas Tree)'.(사진=스페이스옵트)

작가 1인 초대전은 메이준갤러리, 청화랑, 칼리파갤러리, 훈갤러리에서 열린다. 메이준갤러리는 이명자 작가의 작업을 조망하고, 청화랑은 송원성 작가, 칼리파갤러리는 이화백 작가, 훈갤러리는 이혜민 작가의 작업을 소개한다. 손경란 칼리파갤러리 대표는 “이번 청담미술제 기간에 이화백 작가의 작업에 주목한다. 그의 작품은 과거 대가들의 걸작을 모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젊은 미술가들이 선배 미술가들이 거닐며 획득한 위대한 작품의 창조 발자국을 따라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혜민 작가의 작품도 추워진 날씨에 따뜻한 정을 전해주며 눈길을 끈다. 백설헌 훈갤러리 관장은 “이혜민의 작업은 유년의 소중하고 순수한 기억을 향토색 짙은 화면에 담아내는 게 특징이다. 그림을 마주하면 바쁜 세상의 속도에 미처 흘려버렸던 그리운 고향과 순수했던 날의 추억과 마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쥴리아나갤러리 비롯 청담동 일대 화랑 10곳 참여
1인 초대전부터 국내외 작가 단체전 등 다양


▲박초월, '순수의 원형(Archetype of Purity) #37 [1/10]'.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라미나 디아섹, 100 x 70cm. 2016.(사진=아트코어브라운 AYA)

1인 초대전에 이어 리갤러리, 갤러리미, 갤러리아순수, 스페이스옵트, 아트코어브라운 AYA는 다양한 국내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리갤러리는 ‘물의 작가’로 알려진 재미작가 안영일의 ‘워터 시리즈’전을 시작으로, 구름을 소재로 한 강운 작가의 ‘공기와 꿈’ 시리즈 전시를 이어서 선보인다.


갤러리미는 김태정, 사공우, 우무길, 박재곤, 한농, 이석조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내년 40주년을 맞이하는 갤러리미가 그간 키워온 작가들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이란영 갤러리미 대표는 “내년 후반기에는 김태정 작가의 중국 미술관 초대전이 열릴 예정이다. 작가의 작품을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 한국 미술의 진수를 보일 것”이라며 “이번 청담미술제에서 해외로 뻗어가는 이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순진, 정수연 화가 부부가 2003년부터 시작한 미술 사업의 일환으로 만든 갤러리아순수는 이들의 작품을 포함해 권은진, 조영남의 작품을 전시한다. 지난 9월 문을 연 신생갤러리 스페이스옵트는 사진, 영상, 디자인 등 시각예술을 전문으로 하는 갤러리다. 이번 청담미술제에서는 황규태, 구본창, 임안나, 임수식 등 20명의 국내 중진작가들의 소장 작품을 선보인다.


▲이화백, '피로연 #6'. 캔버스에 오일, 135 x 120cm. 2008.(사진=칼리파갤러리)

삼성동의 아트코어브라운 AYA는 이번 청담미술제에 처음으로 참여한다. 2009년 브라운갤러리를 시작으로 문화 예술경영사업 차원의 브랜드 ‘아야(AYA)’, ‘아트코어브라운’ 브랜드를 내세웠다. 이번 전시엔 김재신, 박초월, 김단비, 최나리, 조윤진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홍소민 아트코어브라운 대표는 “이번 청담미술제 참여로 AYA의 다양한 강남 화랑들과의 협업은 물론, 새로운 아트마켓의 창출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내를 비롯해 해외 작가들의 작품까지 아우르는 자리는 쥴리아나갤러리, 카이노스갤러리가 마련했다. 쥴리아나갤러리는 ‘우리의 소중한 것들’전에서 솔르윗, 앤디 워홀, 데미안 허스트, 후안 미로, 안토니 타피에스, 류호열, 김영원, 이우환, 정상화 작가 등의 작품을 전시한다. 박미현 대표는 “그동안 기획 전시에서 선보여 온 작가들 중 선별해 전시를 꾸렸다. 작품을 통해 창조적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의미있는 특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다양한 예술 작품들을 선보여온 삼성동의 카이노스갤러리는 데이비드 걸스타인, 이왈종, 김창열, 김한숙, 니나전, 백윤기, 전명자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혜민, '그리움(情)'. 유화, 153 x 122cm.(사진=훈갤러리)

이밖에 사라아트&패션은 패션과 아트의 만남을 주제로 최영란, 홍지연 작가의 작업을 소개한다. 홍지연 사라아트&패션 대표는 “패션과 더불어 작품들을 좀 더 가깝게 접하면서 일반인들이 예술을 자연스럽게 감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청담동 일대의 화랑들이 힘을 모은 청담미술제는 11월 28일~12월 8일 진행된다. 개막식은 11월 28일 오후 5시 갤러리아 명품관 동관 중문 앞에서 열린다. 박미현 대표는 “뉴욕의 첼시엔 500여 개의 화랑이 응집해 있다. 하지만 이곳이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옛 공장 지대에 화랑이 속속 들어서면서 뉴욕 문화의 거리로 성장했다”며 “청담미술제 또한 뉴욕을 대표하는 첼시같이 한국의 아트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과거의 청담미술제부터 올해의 청담미술제,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청담미술제에서도 순수 예술을 선보이고, 대중과 예술의 만남의 장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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