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양(蒙養). 박정영 작가는 이것을 '고도의 정신수양'이라 말한다. 청나라 초기 화론가인 석도의 '고과화상화어록'에 등장하는 몽양에서 몽(蒙)은 본래의 질박함, 순진함, 원초성의 의미를 가진다. 양(養)은 이런 몽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따라서 몽양을 통해 작가는 자신이 간직한 질박하고 순수한 원초성을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갤러리그림손이 박정영 작가의 개인전 '몽양(蒙養)'을 12월 7~13일 연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순수한 본질과 마주하려는 시도를 한다.
그는 모든 것을 비운 공(空)의 상태에서 모든 경계를 받아들일 수 있고, 본질과 마주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작업을 할 때 고요하고 빈 상태에서 다각도로 세상을 바라보려 한다. 작가는 "마음을 비울 때 '자아', 즉 나라는 입장이 사라지고, 비로소 대상의 본질과 마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태도로 그는 그림을 그릴 때 질박한 붓의 구사에 집중한다. 이는 몽양의 원초성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붉은 색조를 사용해 '맹자'에서 언급한 '적자지심(赤子之心)'을 담고자 한다. 작가는 "적자는 붉은 아이로 태아를 일컬으며, 태아의 마음이란 아직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마음을 말한다"며 "재료적 측면에서는 솔잎 등 자연 재료를 통해 소재의 시각과 의미의 원초성에 접근하고자 했다"고 작업 과정을 밝혔다.
유권종 중앙대 철학과 교수는 "갓난 아기의 순수한 마음을 기르고자 애쓰는 만큼 예술가의 일상의 축적은 역설적이게도 모든 것을 비워가는 축적"이라며 "비움의 축적이 의미를 만드는 것이라고 할 때, 몽양이란 순수함으로 비약하기 위한 철저한 자기 비움의 과정이다. 이 과정은 허허롭지만 마음은 자유롭다. 작가는 이 과정을 실감나게 보여준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