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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비싼 한우’에 유통자본 돈세고 농가는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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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14호 유경석⁄ 2016.12.19 10:03:11

▲초지에서 무리지어 풀을 뜯고 있는 한우의 모습. 사진 = 횡성군청

(CNB저널 = 유경석 기자) ‘비싼 쇠고기’ 한우가 막다른 골목으로 다시 내몰리고 있다. 길어지는 경기 침체에 소비심리마저 꽁꽁 얼어버려 소비가 감소하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된서리를 맞았다. 이 틈을 타 ‘값싼 쇠고기’인 수입산이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육류 소비 트렌드마저 레드미트(붉은 고기: 소고기 등)에서 화이트 미트(하얀 고기: 닭고기 등)로 변화하고 있다. 게다가 농협 등 기업 자본이 축산업 진출을 모색하면서 축산 농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전국한우협회 등은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관망하고 있다. ‘비싼 한우’는 현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까.  

“한우 먹자”는 말에 가슴철렁 횡성 사람들

“친척-지인들이 와서 ‘횡성에 왔는데, 한우를 먹어야 하지’라는 말이 솔직히 제일 무섭습니다. 값이 어지간해야죠. 돈 걱정 안 할 수가 없거든요. 횡성 사람들은 횡성 한우를 먹기 힘들어요. 대부분 외지 사람들이 팔아주고 있죠.”

횡성에서 영업 중인 자영업자들의 말 못할 고민이다. 횡성 한우가 유명하니 방문자들은 시식하려 들지만 주머니사정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김영란법도 문제지만 비싼 한우 값만큼은 아니다. 한두 차례면 별 무리가 없겠지만 횟수를 거듭할 경우 부담스럽다. 현재 횡성 한우의 등심 시가는 1인분 180g당 4만 원선. 1인분이라야 양이 적어 한 사람이 ‘양껏’ 먹으려면 2~3인분으로 훌쩍 넘어간다. 여기에 반주라도 곁들이면 부담은 더 커진다. 세 사람 동행이면 50만 원 선은 각오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법인기업 또는 행정기관 등 ‘남의 돈’으로 먹는 경우가 아니고서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횡성 사람들은 한우 자체가 아니라 한우 국물을 우려낸 7000원짜리 설렁탕으로 아쉬움을 달랠 뿐이다. 

선호육에 덤터기 씌우는 ‘비싼 한우’ 

‘비싼 한우’는 선호육에 전가된 소값이 결정적이다. 700kg 무게 한우를 도축할 경우 머리와 가죽, 팔다리, 내장을 제거하면 평균 56%인 420kg이 지육으로 남는다. 지육 중 뼈를 발골 한 후 40% 내외인 280kg이 살코기. 이 중 로스구이 용으로 인기가 높은 선호육인 등심 35kg, 안심 4~5kg, 채끝 6~7kg 총 40~45kg이 생산된다. 소값의 대부분이 선호육으로 이전된다. 도축 이후 여러 단계의 유통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비싼 한우’의 값은 더 비싸지고 유지된다. 이외 양지, 사태, 우둔, 설도, 전지, 후지 등 비선호육 230~240kg은 값이 저렴하고 주로 국거리용으로 이용된다.

▲횡성한우 차림. 사진 = 횡성군청

‘비싼 한우’는 송아지 값도 올려놓았다. 6개월령 송아지는 평균 350만 원 내외에 매매된다. 축산 농가는 24개월 간 사육해 700kg 내외까지 키운다. 이 경우 700~900만 원 대에서 소값이 형성된다. 

하지만 이는 A+ 이상 등급을 잘 받았을 경우이고, 2~3등급을 받으면 마리당 100만 원 내외의 손해를 보게 된다.   
2014년 6월 현재 한우 사육 농가는 10만 9578가구로, 모두 278만 7000두를 키우고 있다. 가구당 25.2마리인 셈이다. 

한우 사육 규모별 생산비를 보면 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곡물 사료 50kg을 투여해야 한우 체중 1kg을 높일 수 있다. 농가당 평균 사육 두수(10~29두)로 계산하면 생산원가 중 농후사료, 조사료, TMR사료 등 사료비가 46.0%에 달한다. 

사료와 건초 등을 수입에 의존

생산비는 사료 이외 자가노동비 25.5%, 자본용역비 9.6%, 농구비 5.1%, 영농시설비 3.3%, 제재료비 2.1%, 토지용역비 1.6%, 분뇨처리비 0.2% 등이 차지한다. 

곡물 사료의 80~90%는 수입에 의존한다. 옥수수와 밀, 콩 등을 미국이나 몽골, 러시아 등에서 수입한다. 어분 등 동물 사료는 단백질을 보충해주며, 배합사료의 원료가 된다. 한우 농가의 80%는 농협 사료를 사용하고 있다. 

건초 역시 캐나다와 미국, 중국 등에서 연간 84만 톤을 수입하고 있다. 국내 사료포가 부족하고 볏짚도 모자라 자급자족을 못하기 때문이다. 건초의 원료는 알팔파와 라이그라스 등으로 다양하다. 

말이 한우이지 외국에서 출생하고 자란 소도, 일단 국내에 수입돼 6개월 이상 국내에서 사육되면 한우로 인정받는다. 축산 농가 등의 반대 때문에 곧 도살할 소를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지는 않다. 

이 같은 사정으로 한우 시장이 커질수록 농협 등 사료 판매업체, 건초 판매업자, 쇠고기 유통자본은 고수익을 올리게 되지만, 정작 축산 농가는 경기상황 등에 따른 한우 가격 등락으로 가슴 졸이며 사육 중이다.   

‘비싼 한우’ 시장이 위협받는 가장 큰 이유는 꽁꽁 얼어버린 소비심리 탓이다. 11월 소비자 심리지수는 95.8로, 전달보다 6.1포인트가 하락한 수치다. 2009년 4월 94.2를 기록한 이후 7년 7개월 만에 최저치다. 가계소비는 더 위축될 전망이다. 가계의 6개월 후 경기전망을 보여주는 향후경기전망 CSI는 64로, 전월 대비 16포인트나 급락했다. 경기가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소비자들의 지갑이 더욱더 굳게 닫히는 현상이다. 

경기 침체에 김영란법까지 설상가상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역시 직격탄이 됐다. 시행 초기부터 일반 음식점에 단체 및 예약손님이 끊기고 회식 자리가 급감했다. 전국한우협회 자료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이후 외식 소비 감소 등으로 한우 전문 음식점의 매출은 10~40%까지 감소했다. 실제 10월 말의 경우 경락두수는 전년 동기 대비 9.5% 감소했으며, 소값 역시 4.7%가 하락해 소비 위축을 증명했다. 

소비자 기호도 레드 미트(red meat)에서 화이트 미트(white meat)로 변하고 있다. 육류 섭취를 즐기는 소비자들 중 일부는 건강 등을 고려해 칼로리와 지방, 콜레스테롤이 낮은 고단백 식품인 화이트 미트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여성 소비자와 성장기 어린 자녀를 둔 주부들에겐 섬유질이 가늘고 소화 흡수가 잘되는 닭가슴살이 인기다. 

값싼 수입쇠고기의 시장 잠식도 위협적이다. aT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2015년의 수입 쇠고기 총량은 18만 9000톤으로, 직전 해의 17만 3000톤보다 1만 6000톤이나 늘었다. 호주산 52.1%, 미국산 38.2%의 비율이다. 

비싼 한우 탓에 앞으로 수입쇠고기 소비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700kg 소 한 마리 기준으로 한우 소값은 700만 원 선에 형성돼 있다. 반면 미국산은 300만 원 내외다. 호주산은 이보다 더 낮은 150만 원 선이다. 이에 따라 한 백화점의 한우갈비 선물세트는 4만 9936원/kg인 데 비해 미국산 갈비 선물세트는 1만 2800원/kg으로 4배나 차이가 난다. 

▲비싼 한우 가격으로 인해 수입쇠고기 소비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사진은 한 대형마트에 수입쇠고기 판매대. 사진 = 연합뉴스

게다가 현재는 수입이 되지 않고 있으나 중국 내 쇠고기 소비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중국에서 대량으로 소를 사육할 경우 중국산 소값은 100만 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축산 농가의 한숨은 깊어만 간다. 특히 기업 자본의 축산업 사육 분야 진출 움직임은 기반을 흔드는 것이어서 예의 주시된다. 현재 농협 등 대자본이 위탁 사육과 생축장 사업을 준비 중이다. 이들 자본들은 위탁사육 형태로 시작해 추후 위탁사육을 근간으로 사료와 종축, 유통을 일괄 장악하는 형태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현재 축산 농가의 고유 영역으로 돼 있는 사육 부문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할 경우 필연적으로 규모화와 집중화를 가속화하면서 사육 농가의 몰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우협회 관망 속 축산농가 불안감 높아져

축산농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은 바로 전국한우협회. 1999년 출범 이후 ‘비싼 한우’라는, 소값 동향과는 분리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낸 성과는 평가할 만하다. 실제 2003년 광우병 파동 이후 차별화된 한우 시장을 형성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2010년 안동 구제역에 이어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감소에 대한 대응에는 미흡했다는 비판도 듣고 있다.  

전국한우협회는 현재 니나 타이숄스가 쓴 ‘지방의 역설’이라는 책 내용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골자는 ‘포화지방과 심장질환은 아무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콜레스테롤이 심장병의 원인이라는 그간의 의학계 주장을 뒤엎는 것이어서 이를 적극 알려 한우 소비를 늘려가겠다는 구상이다. 

9월 말 현재 교양시사 TV 프로그램 제작을 협찬하고 신문, 온라인 등을 통해 40여 회 광고를 집행했다. 또 2016 한우 나눔캠핑 페스티벌 등 오프라인 이벤트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협회는 기업 자본의 위탁 사육과 생축장 사업 진출을 적극 저지키로 했다. 농민을 소작농으로 전락시키고 출하가 어려울 때 농가 소를 외면하고 조합 소를 먼저 출하하는 등 폐단이 발생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축산 농가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한우협회가 헛다리를 짚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우 소비가 줄어든 것은 경기 위축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때문인데,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상황에 콜레스테롤 논쟁을 벌이고 있다는 이유다. 

또 양계업에 이어 양돈업 등에서 이미 축산 분야 수직계열화가 진행됐고,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자본의 축산업 진출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결국 전국한우협회 등은 ‘비싼 한우’를 포지셔닝시키는 데는 성공했으나 ‘값싼’ 수입쇠고기에 대한 대응 방안은 마련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또 기업 자본의 진출을 막고 축산 농가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데 대한 지적도 불가피한 실정이다.  

고급육-저지방육 ‘투트랙’ 전략 만지작

한우 자급률은 2013년 50.1%를 기록한 이후 2015년 46%, 2016년 40%로 하락하고 있다. 수입쇠고기 시장이 커지고 있는 탓이다. 비싼 한우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이 소비위축으로 이어지고, 수입쇠고기가 이 틈을 메우고 있는 형국이다. 

전국한우협회 등은 고급육과 함께 중저가의 저지방육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은 고급육인 흑우 와규와, 중저가육인 육우 시장을 병행하고 있어 이를 모방하는 차원이다. 이는 소도체 등급기준에 마블링 섬세도를 반영한 고급육과, 고급육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개체를 별도로 사양관리해 22개월에 출하하는 저지방육으로 중저가 시장을 새롭게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비거세나 반거세로 생산비를 100~150만 원까지 낮춰 수입육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고급육과 저지방육 간 차별성이 모호해질 수 있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는 직거래를 활성화해 유통비용을 최소화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가 보다 저렴하게 한우를 맛볼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농림축산식품부와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김영원 전국한우협회 정책국장은 “최종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수입육 확대에 대응해 한우 소비를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품질이나 성분이 우수하고 맛도 좋다는 점 등을 홍보하고 할인 행사, 교육 등을 적극 실시하고 있다”며 “직거래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정책적인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고급육과 저지방육 투트랙 전략은 현재 구상 단계인 만큼 본격적인 시행에 앞서 유통시장을 파악하고 소비자 검증 등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우란?

한우는 한국 고유의 동물유전자원으로, 쌀 다음으로 대부분 농가에서 사육하고 있어 국가 기간산업의 역할을 하고 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한우 중 ‘국내산’은 원산지가 한국이라는 것이고, ‘한우’는 한국 고유의 재래종(토종) 즉 품종을 말한다. 국내에 수입돼 6개월 이상 국내에서 사육됐다면 ‘국내산’일 뿐 ‘한우’는 아니다. 

최근 국내산 쇠고기와 한우(토종한우)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것도 국내산에는 외국 품종의 육우고기나 젖소(유우) 고기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국내산을 전부 한우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고급 한우의 대명사 격인 횡성한우의 마블링. 사진 = 횡성군청


한우 원종은 기원전 2000년 경 유럽에서 인도를 거쳐 한반도와 일본으로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토종 한우는 백우, 칡소, 흑우, 한우 등 총 9종이다. 일제강점기 때 조선우로 불렸고, 해방 이후 한우라는 명칭이 붙었다. 일제 당시 한우 30만 두를 일본으로 가져가 화우를 만들었다. 한우 역시 일제강점기 때 황색 위주로 개량해 탄생했다. 

1970~1980년대 씨멘탈, 헤아포드 등 외국종과 교잡을 시도했으나 실패, 현재는 한우 품종을 개량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한우가 맛있는 것은 쇠고기 맛을 좌우하는, 쇠고기의 지방산 중 단일 불포화지방산의 일종인 ‘올레인산’ 함량이 많기 때문이다. 올레인산 함량이 많으면 기호성이 높고 상대적으로 낮으면 기호성이 떨어지게 된다. 

지방산 중 올레인산 함량(%)은 한우(한국) 48.0%, 젖소(한국) 27.0%, 미국산 42.5%, 호주산 31.6%, 뉴질랜드산 31.0% 등이다. 

마블링은 소 등심의 면적 중 지방이 형성된 것으로, 서리가 내린 것과 같다고 해 ‘상강도(霜降度)’라고도 한다. 부드럽고 맛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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