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SCK로 ‘정원감축’ 챙긴 교육부 갑질에 전문대 교직원들 일자리 전전긍긍
▲12월 1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한국사립대학교 교수연합회 회원들이 교육부의 현 대학정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유경석 기자) 교육부가 전문대학의 미래상으로 제시한 평생직업교육대학이 몸살을 앓고 있다. 교육부가 재정 지원을 내세워 입학정원을 줄이도록 한,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SCK)에 대한 지원 중단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전문대학들은 성인 학습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성과를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 지원이 발표되자 혼란에 빠졌다. 불똥은 신규 채용된 교직원들에게 튀었고, 현재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각자도생’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하지만 전문대학은 교육부에게, 신규 교직원은 전문대학에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 갑에 대한 을의 처지인 까닭이다.
전문대학의 미래상으로 제시된 SCK
교육부는 재직자의 직무역량 강화와 중도퇴직자 등의 재취업 등 성인 학습자 대상 후진학 지원 활성화에 주력하기 위해 평생직업교육대학 특성화를 추진했다.
재직자·퇴직자 등이 재취업·창업을 위한 최신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성인 중심 실무형 비학위·학위 통합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전문대학으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다.
전문대학을 미래형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 개편해 고령화 추세에 따라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성인 학습자 등 신수요를 적극 흡수하려는 목적이다.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SCK) Ⅳ유형인 ‘평생직업교육대학’은 미래형 고등 직업교육 체제의 선도 모델로, 저출산·고령화의 산업인력 구조변화 및 빠른 기술변화에 따른 성인 중심 계속교육과 재취업 등 비학위과정 직업교육 활성화를 위한 사업이다.
총 2972억 원을 지원해 전문대학을 고등직업 교육의 중심기관으로 집중 육성하는 것이 골자다.
사업신청 조건으로 학위과정 모집정원의 20%~50% 감축을 제시했다. 전문대학들은 국고사업을 따내기 위해 30~50% 입학정원을 감축하는 등 상당한 출혈을 감수하며 참여했다.
그 결과 평균 약 33%(최저 22%~최고 52%)의 정원 감축을 달성했다. 교육부의 계획이 현실적으로 달성된 것이다.
특성화전문대학 육성사업 Ⅳ유형에는 가톨릭상지대, 군장대, 동원과기대, 목포과학대, 서라벌대, 송곡대, 송호대, 창원문성대, 충청대, 호산대 10곳이 선정됐다.
피나는 노력으로 우수한 성과 낸 SCK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SCK)에 선정된 이후 전문대학들마다 사회·산업 수요에 기반한 특성화 프로그램을 마련해 지역 사회·산업 맞춤형 전문인력을 적극 양성하는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매진했다.
성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노력의 결과인 셈이다. 가톨릭상지대는 경북 북부지역 고령화, 다문화, 농어촌 주민, 경력단절여성 등 성인학습자의 취업과 창업을 위한 비학위 교육과정을 운영해 학습코칭지도자 25명, 도시농업인 농사요령 교육자 15명, 농어촌체험관광 운영자 15명, 농업기계 운전정비 지도자 15명 등을 배출했다.
송호대는 지역산업인 횡성한우와 연계한 브랜드화를 시도, 韓-브랜드 전문인력을 양성해 6차 산업화를 추진할 수 있는 구심체를 만들었다. 또 한식조리와 맛 평가사 등 레저-관광과 연계한 韓-문화체험 전문인력을 양성했다. 이와 함께 치과병원 코디네이터 등 韓-스타일 전문인력과 2018평창동계올림픽경기서비스 등과 연계한 韓-레거시 전문인력 등을 배출했다.
서라벌대는 반려견-재가노인요양 서비스를 융합해 신규 창업시장을 발굴하는 성과를 올렸다. 특히 천연기념물 제540호 경주개 동경이를 활용한 서비스로 지역사회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송곡대는 직업중심 프로그램을 운영해 눈길을 끌었다. 춘천연옥을 중심으로 체험과 판매가 가능한 옥공예를 비롯해 체험승마로 관광과 체험을 연계한 사회적기업이 탄생하는 데 기여했다. 또 건강매니저와 떡케이크, 전통카누, 산야초꽃차 등 취업과 창업으로 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 100여 명이 취·창업에 성공했다.
대학구조개혁 평가 빌미로 사업비 중단한 교육부의 꼼수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대학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교육부는 지난 9월 정부세종청사에서 대학구조개혁평가 컨설팅 이행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재정지원사업 전면제한 대학은 27개에 달했다. 이들 대학은 2017년도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서 전면 제한된다. 또 내년에 실시되는 이행점검에서도 성과가 미흡하면 2018년에도 재정지원 제한이 유지되거나 강화된다. 퇴출 위기에 몰린 것이다.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SCK) Ⅳ유형 선정 대학 중 목포과학대, 송곡대, 송호대가 포함됐다. 이중 목포과학대는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등 학생에 대한 재정지원은 허용됐지만, 정부재정지원 사업의 2017년도 신규 참여는 제한된다.
송곡대와 송호대는 정부 재정지원 사업을 전면 제한하고, 국가장학금 Ⅱ유형 제한, 신·편입생 학자금 대출 50%가 제한된다. 이들 대학은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SCK)을 위한 재정지원이 끊겨 사업 추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를 두고 교육부의 꼼수라는 지적도 있다. 교육부가 정원 감축 목표를 설정한 후 재정지원을 미끼로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을 추진, 정원감축이 달성되자 재정지원을 끊어 퇴출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SCK)과, 대학구조개혁 평가 결과는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연계해 재정지원 여부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교육부는 평생교육사업을 추진하면서 전문대학 대상으로 평생직업전문대학을, 4년제 일반대 대상으로 평생교육단과대학을 각각 추진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특성화고교나 마이스터고교를 졸업하고 산업체에서 3년 이상 재직했거나 25세 이상 중 3년 이상 재직자를 대상으로 해 중첩된다. 정책 목표가 직업교육인지 학위 취득인지 모호하다. 직업교육이 필요할 경우 전문대학에 맡기면 된다는 게 중론이다.
올해 핫이슈가 된 이화여대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논란은 이를 방증하는 사례다. 교육부가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SCK) Ⅳ유형을 전문대학의 이상적인 교육방향이라고 주장하면서 정작 4년제 일반대 평생교육단과대학을 밀어주다가 내부 반발을 초래했다는 평가다. 이화여대 사태는 교육부 평생교육단과대학 지원사업을 포기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와 함께 향후 대학구조개혁 평가와 연계해 퇴출 위기를 맞는 대학이 더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교육부의 최대 과제가 대학 특성화가 아닌 정원감축이라는 게 대학가의 평가다. 대학 구조조정을 교육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라는 것이다. 실제 오는 2030년 입학 가능 인원이 40만 명으로 줄어 입학정원 부족으로 100여 개 대학이 문을 닫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 발 빼고 대학은 좌고우면 속 애꿎은 교직원만 실업 위기
교육부의 재정지원 제한으로 애꿎은 교직원만 일자리를 잃게 되는 셈이다. 목포과학대는 2015년 55억 원, 2016년 57억 원을 지원받는 등 오는 2018년까지 250억 원 가량을 지원받게 된다. 송곡대는 2015년 35억 7000만 원을, 2016년 43억 5000만 원을 각각 지원받았다. 송호대 역시 2018년까지 200억 원의 재정지원을 받기로 했으나 재정지원 제한대학이 되면서 무산됐다. 이들 대학은 성인학습자 대상 비학위 교육과정을 위해 학교별로 신규 교직원을 5~8명을 별도로 채용하고, 시설을 마련했다. 하지만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포함되면서 내년 사업조차 불투명하다.
재정지원 제한의 불똥은 교직원에게 튀었다. 재정지원이 중단된 데다 대학 자체적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않은 실정이다. 오는 2019년까지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 2주기가 진행되지만 이에 필요한 재원이 없어 자칫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직원은 “내년에도 2주기 사업이 계속 진행되는 상황에서 재정지원이 끊겨 어수선한 분위기”라며 “학교마저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답답하다. 개인적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대학 측은 교육부가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과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연계한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목포과학대 관계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과”라고 지적하고 “보충평가 당시 점수가 낮았던 부분을 보완해 재정지원 신규 참여 제한에서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곡대 관계자는 “교육부가 목표나 방향이 없이 추진하면서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며 “우수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재정지원을 제한한 것은 대학을 퇴출시키기 위한 수순이라고밖에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는 이와 관련 성인학습자의 수요에 맞춰 평생교육이 활성화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전문대학정책과 관계자는 “구조개혁평가와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은 별개인 것은 맞다”면서도 “교육부 사업 중 구조개혁평가는 대표적인 사업 중 하나이고, 공청회 등을 통해 구조개혁 평가와 특성화전문대학사업을 연계하는 방안을 밝힌 만큼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경석 kangsan0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