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앤리(Bang & Lee, 방자영과 이윤준)가 가나아트 언타이틀의 올해 마지막 전시를 장식한다.
방앤리는 가나아트 언타이틀에서 '트랜스레이션즈 오브 엔라이팅 피어리드(Translations of Enlightening Period)'를 12월 20일~2017년 1월 7일 연다. 이번 전시는 방앤리의 귀국 후 국내 세 번째 전시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빛이다. 빛을 주제로 한 일련의 리서치 과정을 보여주는데, 텍스트로 이뤄진 설치와 드로잉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작품을 보면 형형색색의 네온이 발광하는 것이 눈에 띈다. 그런데 이 네온을 잘 살펴보면 흩어진 단어 조각, 평면 드로잉, 부조 형태의 오브제를 발견할 수 있다. '슈퍼파워(Supermacht)!!' '파티와 허튼짓(Party & Bullshit)!!' 등의 글자가 보이기도 한다.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된 이 글자들은 설치 공간에서 유기적인 상호관계를 맺는다. 특히 글자에 숨겨진 또 다른 이야기를 상상하게 한다. 예컨대 섬네일 이미지를 클릭하면 더 많은 페이지와 그림이 펼쳐진다. 방앤리는 전시장에 설치된 여러 압축된 오브제를 통해 관람객이 나름대로의 번역과 이야기를 조합하기를 유도하는 것.
지금은 패션으로 발전한 킬힐이 과거 16~17세기 왕실에서는 배설물을 피하기 위한 도구였다. 언뜻 보면 매혹적이고 아름다워 보이는 것도 그 이면을 보면 불결하고 추한 이야기가 숨어 있을 수 있음을 전시는 꼬집는다.
방앤리는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 가운에 소소한 전시를 마련했다. 거짓과 위선, 혼돈과 어둠의 시기에 소외되고 상처받은 시간을 조금은 치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빛이 돼주는 존재와 희망의 메시지가 어딘가에 있다면 그 순간을, 그 이야기를 한 조각이라도 번역하고 또 기록하고 싶다"고 전시의 취지를 밝혔다.
가나아트 측은 "듀오로 활동하는 이들은 2012년 5월 인사미술공간과 2014년 3월 대안공간루프의 전시에 이어, 삼부작(trilogy)을 구성하는 작품의 개념과 내용을 어떤 퍼즐의 조각처럼 짜 맞춘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전시에서도 조명 설치들과 함께 방앤리가 실험해 온 스토리의 재구성이 협업의 연대기라는 연속선의 한 점을 지난다. 협업과 우정, 공존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펼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