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디자인’은 동서고금의 여러 사례를 통해 디자인의 표현과 이념이 시대정신을 어떻게 반영해왔는지 소개하는 책이다.
디자이너이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근무하는 디자이너 박현택은 ‘디자인이란 일상적인 것’이라 말하며, 꼭 필요한 일상 속 디자인의 평범한 기능과 특성에 주목한다. 이어서, 소수의 디자이너와 사용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디자인이 태동하던 시절부터 내세웠던 이념, '디자인은 만인의 삶을 아름답게 하는 활동이어야 한다'는 의지를 담는다.
마치 산소처럼 흔해서 그 존재를 쉽게 인식하지 못하지만 사는 데 꼭 필요한 일상 속 디자인의 가치에 주목한다. 일상에서 접하는 나무의자, 삽, 포스트잇, 계단 등에서 개선문, 숭례문, 블랙다이아몬드 등까지 스물네 가지 이야기를 통해, 전통과 현재, 한국과 세계를 넘나들며 일상적 디자인의 모습들이 펼쳐진다.
저자는 일상에서 편리하게 활용하는 다양한 제품들의 평범한 기능과 특성을 ‘보이지 않는 디자인’이라고 칭한다. 저자가 말하는 좋은 디자인이란 무의식적으로 심리적인 편안함을 주는 물리적인 그 무엇이다. 그는 어느 시대보다 디자인이 많이 언급되는 디자인 과잉의 시대임에도 오히려 진짜 디자인은 드문 모순적인 현실 역시 지적한다.
이 책은 동서고금의 여러 사례를 통해 디자인의 표현과 이념이 어떻게 시대정신을 반영해왔는지에 대해 소개한다. 19세기 근대 의식의 발현으로서 프랑스의 문화예술을 언급하다가도 고대 중국 문화의 ‘글자의 의미’에 천착하기도 한다. 조선의 막사발과 추사의 예술혼에 주목하다가 현대의 백남준과 이우환을 대하는 한국인의 쇼비니즘에 일침을 놓기도 한다. 또한, 각국의 역사와 지리적이고 생태적인 환경에서 빚어진 디자인의 표현적 특성에도 주목하며 북유럽 디자인과 이슬람 문화권의 디자인, 일본의 디자인 특성 등에 관한 흥미로운 촌철살인을 늘어놓기도 한다.
* 쇼비니즘: 맹목적·광신적·호전적 애국주의
박현택은 이 책을 통해, 디자인이 지금까지 만드는 일, 즉 제품과 기술과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연결시키는 매개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무언가를 살리고 재생시킬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하자고 말한다.
박현택 지음 / 1만 5000원 / 안그라픽스 펴냄 / 312쪽
김연수 breezeme@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