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 출입 여부가 뜨거운 감자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의 현장. 사진 = 인천광역시청
(CNB저널 = 유경석 기자) 오는 4월 인천 영종도에 외국인 카지노를 갖춘 복합리조트가 개장 예정이다. 인천국제공항에 가까워 외국인 관광객의 접근성이 탁월한 데다 카지노라는 수익 모델을 갖춰 주목된다. 카지노 산업이 아시아국가 간 경제 전선을 새롭게 형성하고 있다. 전자·철강·조선 등 기존 산업 분야의 성장이 한계를 보이자 관광산업에서 활로를 찾으면서 나타난 결과다. 이와 함께 한국 역시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오픈 카지노 개장 여부를 놓고 전국적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관광객 집객 효과가 크고 수천 개에 달하는 일자리가 생기는 한편 막대한 세수가 기대되는 카지노 산업. 최근 일본 아베 정부가 카지노 허용 법을 통과시키면서 동아시아 카지노 전쟁은 격화될 전망이다. 한국은 선전할 수 있을까?
아베 정부의 경제회복 카드로 선택된 카지노
일본 참의원(상원)은 지난 12월 15일 카지노 허용 법안을 통과시켰다. 아베 정부가 내수 진작과 관광객 유치를 내세워 강하게 밀어붙인 결과다. 아베 정부는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현재 2000만 명 선인 일본행 관광객을 4000만 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복합리조트 건설에만 10조 원 내외가 투자될 계획으로, 카지노·호텔·국제회의장·레저시설 등을 갖출 예정이다. 타깃은 중국인 큰손들이다. 중화권 경제의 성장이 아시아 카지노 시장을 키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경제 회복을 목표로 복합리조트를 건설하는 데는 싱가포르의 영향이 크다. 싱가포르는 2010년 외환위기와 정보기술(IT) 거품이 꺼지면서 관광산업에 타격을 입자 서비스산업 회복을 위해 오픈 카지노를 선택했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미국·말레이시아 자본을 유치해 마리나베이샌즈와 리조트월드 센토사를 건설했다.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외국인 관광객은 2009년 970만 명에서 2014년 1510만 명으로 540만 명(55.6%)이 증가했다. 경제성장률 역시 2009년 -0.8%에서 2014년 14.5%로 수직상승했다. 4만 개 일자리도 새로 생겼다.
싱가포르의 성공은 주변 국가들을 자극했다. 여기에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추월하고 세계 최대 카지노 도시가 된 마카오의 사례는 조바심마저 갖게 했다. 대만은 오는 2019년 마쭈 섬 복합리조트 개장을 준비 중이다. 러시아는 연해주에만 17개의 복합리조트를 세울 계획이다. 필리핀, 말레이시아, 마카오 등 복합리조트를 운영 중인 국가들도 추가 개발에 나섰다. 기왕에 재미를 본 싱가포르도 예외는 아니다. 여기에 추가로 베트남과 태국 등도 카지노를 합법화 해 복합리조트를 유치한다는 구상이다. 아시아 카지노 시장규모는 8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 역시 복합리조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는 4월 인천 영종도에 파라다이스시티를 시작으로 오는 2020년까지 LOCZ코리아의 복합리조트,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가 개장할 예정이다. 또 오는 10월 람정제주개발은 제주신화역사공원에 들어설 예정이다.
▲영종도에 들어설 파라다이스시티의 정면 조감도. 사진 = 인천광역시청
아시아국가들의 복합리조트형 카지노 도입에는 세계 카지노 업계를 리드하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등의 거대 자본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카지노 시장의 큰손인 중국 부유층을 겨냥한 아시아 시장 진출 전략이다.
규모와 접근성으로 맞붙은 한·중·일 카지노 전쟁
세계 10대 카지노 보유국인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스위스 등은 관광수입 세계 10위권 국가들이다. 이는 카지노가 관광객의 체류기간을 연장시켜 관광업계 전반의 매출을 올려주기 때문이다. 카지노에 각종 박람회나 전시회 등 마이스산업(MICE ; Meeting, Incentive, Convention, Exhibition)이 결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중·일만 두고 보면 한국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샌드위치 형국이다. 시장 규모도 큰 차이를 보인다. 중국 카지노 시장 규모는 연간 33조 원인데 비해 한국은 2조 8000억 원 수준이다. 일본 파친코 시장 규모는 230조원이나 되지만, 카지노 시장 규모는 아직 10조 원 정도로 추정된다.
복합리조트 규모도 다르다. 일본은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오픈 카지노가 될 전망이다. 투자 규모도 10조 원 내외로 예상된다. 반면 한국 내 복합리조트는 2조 원 대로 큰 차이를 보인다.
카지노 면적은 복합리조트 전체의 5% 미만에 불과하지만 매출 비중은 70~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지노가 얼마나 돈을 잘 벌어들이는 비즈니스인지 알 수 있게 하는 수치다. 카지노 산업의 흥망에는 관광인프라 못지않게 접근성이 경쟁력의 주요 요소다. 접근성이 좋은 중국 마카오가 라스베이거스를 따라마신 이유다.
카지노 법안이 통과된 일본에서 카지노 설립이 순조롭게 추진될 경우 오는 2021년께는 개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오픈 카지노를 설립해 중국 관광객을 적극 유치하는 한편 일본인의 해외 유출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선 한국은 선점효과를 노리고 있다. 오는 4월 개장 예정인 파라다이스시티를 시작으로 중국 관광객을 한국에 묶어두고 일본 등 외국 관광객을 유치해나간다는 전략이다.
한국의 지리적 환경은 카지노 전쟁에서 어떤 변수 역할을 할까. 중국과 일본을 양옆에 끼고 있는 데다 한류(韓流) 열풍까지 있어 무기가 될 수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과반일 만큼 편중현상이 심하지만 연간 관광객은 1000만 명 이상이다. 세계적인 카지노 기업들이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희망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실제 세계 최대의 복합리조트 개발·운영업체인 라스베이거스 샌즈(LVS) 그룹을 비롯한 미국의 카지노 자본은 한국 진출에 적극적이다. 한국과 중국에 중화권 관광객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 영종도 복합리조트 역시 이런 맥락에서 추진됐다. 제주와 경주 등 여러 지역에서도 복합리조트 건설에 관심을 갖는 데는 카지노 자본의 한국 진출 의지가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다. 전북 군산 출신 국민의당 김관영 국회의원은 지난해 8월 새만금에 샌즈 그룹의 복합리조트 유치를 목표로 새만금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을 정도다.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의 전체 조감도. 사진 = 인천광역시청
문제는 관광 인프라에서 경쟁력이 밀린다는 점이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관광 경쟁력은 2013년 25위에서 4계단 하락한 29위를 기록했다. 반면 중국은 2013년 45위에서 28계단 상승한 17위를 차지했고, 일본 역시 14위에서 5계단 상승한 9위를 기록했다.
일본엔 물론 중국보다도 관광 경쟁력 떨어진 한국
이런 가운데 중국인을 제외하고 한국을 방문하는 아시아 주요 관광객 수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16년 1월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일본·태국·싱가폴·홍콩 4개 지역에서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동기 대비 2~7.5%나 줄었다. 한국을 찾은 전체 외국인 관광객 수가 107만 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7.5%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국가별로는 일본인 관광객이 지난해 동기 대비 2% 줄어든 13만 6884명, 태국인 관광객은 4.5% 감소한 3만 9032명이었다. 홍콩 관광객 역시 지난해보다 5% 감소한 3만3627명, 싱가포르 관광객은 7.5% 감소한 8261명으로 집계됐다.
이러자 중국인 의존도가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9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근 일본 여행수지의 주요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1320만 명 중 중국인은 약 600만 명으로 45.4%를 차지했다.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의 비율은 2011년 22.7%에서 지난해 45.4%로 4년 새 두 배 가까이로 증가한 것이다.
한국의 외국인 관광시장에서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일본의 카지노 시장 개방에 따른 파장은 커질 전망이다. 실제 HMC투자증권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국인 카지노 고객들이 일본 카지노 시장으로 유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부산이나 경남 등 남부권의 경우 강원랜드보다 일본으로 가는 것이 거리상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또 파라다이스나 GKL 등 외국인 카지노는 매출의 85% 이상을 중국인, 일본인 방문객이 차지해 이 역시 잠식될 것으로 전망됐다.
▲강원랜드 컨벤션 호텔의 겨울 풍경. 사진 = 강원랜드
다만 한국의 외국인 카지노 시장이 1조 2000억 원~1조 3000억 원 수준인데 비해 일본 카지노 시장은 최소 10조 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돼, 일본 카지노 시장의 전반적인 확장에 따라 한국 카지노 시장도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가능성 정도에 겨우 기대하는 정도다.
일본 아베 정부가 카지노 빗장을 풀자마자 오사카, 요코하마, 홋카이도 등 지자체 사이의 치열한 유치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일본의 새 카지노들을 전 세계에 대대적으로 홍보할 수 있고 중국인 큰손들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오픈 카지노 개장 둘러싼 경쟁 점화
한국 역시 카지노 유치를 위한 지방정부 차원의 물밑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다만 관광자원이 늘어나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는 등 긍정적인 효과에 못지않게 사행심리를 부추겨 오픈 카지노가 들어서는 지역에 카지노 도박중독 현상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민의당 김관영 국회의원이 새만금에 오픈 카지노 설립을 주장하면서 불씨를 지폈다. 김 의원은 지난해 8월 ‘새만금 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새만금 내에 호텔업·카지노업 등 복합 관광사업을 허용하고, 그 단지 안의 카지노에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내국인 이용자에 대한 입장 일수의 제한 또는 입장료의 징수 등 필요한 조치를 통해 과도한 사행 행위를 사전에 방지토록 명문화했다.
김관영 의원실 관계자는 “새만금 지역에 복합 리조트 사업을 중심으로 본격 개발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국내 유일한 내국인 출입 카지노인 강원랜드는 폐광 지역의 지역회생을 위해 설립된 것으로, 폐광 지역 이외 지역에 오픈 카지노 설립과는 별개 문제”라고 말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강원랜드가 있는 폐광 지역은 새만금 내국인출입 카지노를 저지하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폐광지역특별법은 정부 차원의 에너지산업합리화정책으로 연탄 생산이 중단된 데 대해 만들어진 만큼 그 범위가 폐광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 국토를 포괄한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즉, 강원랜드 이외에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 설립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폐광 지역 단체장, 의회의장단, 강원도청 관계자 및 시민 사회단체 등은 지난달 중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 소위원회를 항의 방문하고 김관영 의원이 발의한 내국인 출입 카지노 설치를 위한 ‘새만금특별법 개정안’ 통과 저지를 요구했다.
새누리당 염동열 국회의원(강원도 태백시-횡성군-영월군-평창군-정선군 지역구)은 “내국인 출입 카지노 설치를 위한 새만금특별법 개정안 저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폐광 지역 회생을 위해 강원도청와 태백·영월·정선·삼척 폐광지 4개 시군이 함께하는 상설협의회를 설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내국인 출입 카지노 설립을 둘러싼 지역 간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강원대학교 관광경영학과 이승구 교수는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서도 가장 트렌디한 리조트사업은 역시 카지노 복합리조트”라며 “인천 영종도나 제주, 부산은 베이징, 상하이, 도쿄 등 동북아시아 주요 도시와 인접한 입지적 강점이 있다”며 성공가능성을 높게 봤다. 다만 “지방정부 간 정치적 해결이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내국인 입장까지 허용하는 오픈카지노 대전이 일본발 신호탄을 계기로, 한국의 강원도와 새만금, 부산, 인천 등지에서 전국쟁투로 펼쳐질지 모르는 양상이다.
유경석 기자 kangsan0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