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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가계부채 풍선효과’에 대부업체 표정관리중?

제윤경 의원, 대부업 제한법안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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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17호 유경석 기자⁄ 2017.01.09 09:34:48

▲2014년 9월 열린 성남시 빚 탕감 프로젝트 출범식에서 주빌리은행 공동은행장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축사하는 모습. 사진 = 주빌리은행

(CNB저널 = 유경석 기자) 대부업체가 표정관리 중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에 나설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시중은행의 대출심사가 까다로워진다는 것으로, 제2금융권에 이어 저축은행, 대부업체로 이어지는 풍선효과가 예상된다. 자영업자와 다중채무자는 더 큰 위기에 처할 전망이다.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제2금융권 이용자는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 대부업체 이자율 상한을 낮추려는 것이다. 현재 연 27.9%에서 연 20%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대부업체는 이 기회를 어떻게 살려나갈까?

고금리 대출로 신음하는 서민들

#1.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문 모 씨는 10여 년 전 생활비 충당을 위해 신용카드를 사용하다가 다중채무자로 전락했다. 처음부터 다중채무자로서 고금리 대출을 받기 시작했던 것은 아니다. 급작스레 한도가 줄어버린 신용카드를 막기 위해 대출을 받아야 했고, 월급만으로 원리금 변제가 힘들어지면 조금씩 더 높은 금리의 대출로 갈아타다 보니 어느새 다중채무자가 돼 있었다. 채무의 늪에 빠져버린 후에는 더 이상 정상인의 삶을 살 수 없었다. 

#2. 서울시 성북구에 사는 유 모 씨의 남편은 횟집을 경영했다. 가게는 잘됐고 사업장 확장을 위해 대부업체로부터 대출을 받았다. 당시 급전이 필요했으나 시중은행에선 대출이 안 된다고 해 어쩔 수 없이 대부업체를 찾았다. 장사가 잘되고 있어 충분히 상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빚을 내 가게를 확장한 뒤 기다렸다는 듯 사업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부족한 자금은 대부업체를 통해 추가대출을 받았다. 그리고 사업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유 씨의 남편은 사업장을 폐업했다. 이후 추심 과정은 모든 가족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3. 경남 진주시에서 거주하는 최 모 씨는 1999년 사업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경남 소재 지역단위 금융기관에서 주택을 담보로 3000만 원의 대출을 받았다. 대출 이후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부득이 연체금액이 발생했고, 결국 채무를 상환하지 못해 2002년경 부동산 임의경매를 통해 집을 처분하게 됐다. 경매대금은 3800만 원으로, 이 가운데 이자 2044만 원, 원금은 1755만 원이었다. 미상환금액은 1264만 4311원이었다. 채권자는 미상환잔액을 추심하기 위해 최 씨의 예금통장, 보험 해약환급금, 부친의 묘소가 있는 선산을 압류했다.

연말 가계부채 1500조 

가계부채가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 현재 1300조 원에 육박했고, 올 연말 15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에 나설 전망이다. 이 경우 시중금리 상승으로 가계부채의 뇌관이 터질 수 있다. 특히 저신용, 저소득, 다중채무자 등 취약층의 위험은 더 크다. 이들 대부분 변동금리 대출을 쓰고 있어 금리 상승의 직격탄을 맞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대출금리 1%포인트 상승 시 가계 전체의 추가 이자상환 부담은 연간 6조 원이 더 늘어난다. 여기에 경기침체 장기화까지 더해지면 빚 상환능력을 더 나빠지게 된다. 

반면 가계부채는 시중은행의 순이익을 키우고 있다. 실제로 지난 3분기 4대 시중은행의 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신한 1조 5117억 원, 국민 1조 1650억 원, 우리 1조 1060억 원, KEB하나 1조 2608억 원이다. 이는 주택 담보 가계대출 덕분이다. 가계대출은 해마다 10%씩 증가하고 있다.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소멸시효완성채권 소각행사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제윤경 국회의원. 사진 = 연합뉴스

한편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가 오는 7월 종료된다. LTV·DTI 규제는 주택담보대출 한도액을 담보가치·상환능력에 따라 일정 비율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다. 지난 2014년 8월에 1년간 한시적으로 규제를 풀어 기존 50~70%를 적용했던 LTV는 70%로, 50~60%인 DTI는 60%로 상향 조정했다. 주택담보대출이 현재보다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시중금리가 상승하면 저신용, 저소득, 다중채무자와 함께 자영업자는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자영업자 수는 2015년 말 기준 537만 4000명에서 지난해 9월 567만 9000명으로 30만 명 이상 늘었다. 은퇴에 내몰린 베이비붐 세대가 생계를 위해 음식점 등을 창업했고, 20대와 30대는 구직보다 창업에서 기회를 노린 결과다. 

금리상승에 이어 집값 하락까지 연이은 악재 

12월 말 현재 은행권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258조 1000억 원이다. 지금처럼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 금리마저 오를 경우 빚 부담이 늘어나면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속출할 수 있다. 자영업 대부분은 경기에 민감한 임대업, 도소매, 숙박, 음식점 등에 밀집해 있고, 부채의 상당 부분은 제2금융권에 몰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집값마저 하락이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LTV 70% 부근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99만 가구가 담보가치 하락으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실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금융부채가 있는 가구 중 70.1%가 원리금 상환에 부담을 느끼고 있고, 상환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는 가구도 6.1%에 달했다. 

이들 위험계층의 상환금액은 대략 24조 9000억 원으로, 이는 가구당 약 2420만 원에 달한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으로는 감당하기 어렵고, 이들이 주택 매도에 나서게 될 경우 부동산 가격 하락 가속화로 금융위기가 촉발될 가능성도 있다. 

반면 대부업체 시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에 대한 관리에 나설 경우 풍선효과가 발생, 은행권과 제2금융권을 이용하지 못하는 저신용, 저소득, 다중채무자, 자영업자 등 대출이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로 이전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16년 11월말 기준 대부업계 자산은 산와대부가 2조 3400억 원으로 가장 많고, 아프로파이낸셜대부 1조 6900억 원, 리드코프 6650억 원, 바로크레디트대부 5460억 원, 웰컴크레디라인대부 4410억 원 등이다. 

“이자 총액이 대부원금 넘지 않게” 

대부업체마다 광고에 열심이다. 대상을 고려한 맞춤식 콘셉트로 대출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있다. 여성을 위해서는 ‘아무도 모르게’라는 콘셉트로, 젊은 직장인에게는 ‘어렵지 않게 선택할 수 있는’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며 대출을 권한다. 

▲임진구 SBI저축은행 대표이사(가운데)와 임직원들이 지난 12월 23일 서울 을지로 본사에서 ‘개인 소멸시효 완성채권 소각식’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OK저축은행은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해 모든 대출상품 이자를 한 달간 면제해주는 단발성 이벤트를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48만 7907명이 무이자 30일 이벤트를 통해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로부터 1조 6769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이중 46만 1100명이 기간 내에 이를 변제하지 못해 25~35%의 고금리 대출에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쓸 경우 신용등급은 크게 하락해 은행권을 이용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한 달간의 이자 면제 이벤트를 즐기다가 자칫 아주 오랫동안 은행권 이용을 제한당할 수 있는 셈이다. 이렇게 제1금융권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대부업체의 지속적 고객이 되니 일거양득이다. 
대부업체들의 다양한 이벤트와 시중금리 상승 등의 영향에 따라 대부업체를 이용해야 하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업체의 한 관계자는 “가계대출 규제 등으로 제1금융권의 대출심사가 까다로워질 경우 대부업체를 찾는 고객은 늘어날 것”이라며 “다만 지난 3월 법정 이자 상한이 인하된 데 이어 또다시 인하가 추진돼 대형 대부업체를 제외하고 중소형 대부업체들의 경영이 악화되고 도산이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대부업체 이자율 상한 20% 제한 움직임

정치권에서는 현재 대부업체 이자율 상한을 낮추기 위한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과도한 이자 부담으로 민생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으로, 현재의 상한선인 연 27.9%보다 더 낮출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자율 제한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지만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국회의원은 대부업체의 이자율 상한이 20%를 넘을 수 없도록 하고, 대출 계약 기간 채무자가 부담하는 이자의 합계가 원금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현행법은 대부업 이자율 상한을 연 27.9%로 제한하고 있으나 이자상한제도를 가진 외국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프랑스의 경우 프랑스은행이 매년 대차계약 종류별로 고시하는 평균금리의 1.33배, 독일의 경우 시장평균 금리의 2배 혹은 시장금리에 12%를 더한 것 중 낮은 쪽을 이자상한으로 두고 있다. 

제윤경 의원은 “한국과 같이 일정한 금리를 상한으로 하는 경우 일본 20%, 싱가포르 무담보 20%, 담보 13%, 말레이시아 무담보 18%, 담보 12% 등을 적용하고 있다”며 “현재 대부업의 높은 이자율로 인해 채무자가 대부 계약에 따라 수년간 상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원금보다 이자를 더 갚고도 채무가 남는 등 폐해가 심각한 실정”이라고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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