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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당신 집 짓는데 내 마당을 왜 파?

이웃 토지 지나는 급수공사, 이웃 승낙 꼭 필요한 것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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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18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2017.01.16 09:29:46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새로 집을 짓거나 건물을 신축하는 것은 특별히 건축업자가 아닌 한, 내 인생의 특별한 사건입니다. 물론 비용도 많이 들지만, 대한민국에서 독립된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입니다.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신경을 써야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건물의 설계부터, 각종 인·허가를 받는 일, 건설업자를 선정하는 일 등 하나하나 신경 써야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을 외부에 맡기려고 하면,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갑니다. 

우리가 집이나 건물 등을 신축할 때,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 중의 하나는 주위의 민원입니다. 이웃에서 보통 일조권, 소음, 통행권 등을 이유로 각종 민원을 제기합니다. 공무원이 이 민원을 받으면, 어떻게든 처리를 해야 합니다. 얼토당토않은 민원이라도 계속되면, 담당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건축주를 괴롭혀 민원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입니다. 그러다보니 건축주는 이 시점에서 매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래서 이런 민원을 방지하기 위해서,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주위 건물 주인들을 찾아가서 사정도하고 미리 양해도 구해봅니다. 그런데 처음 찾아갔을 때는 “이웃끼리 잘 지내봅시다.”라고 했던 사람들도 막상 공사가 시작되면, 안면 몰수하고 민원을 제기하는 일이 잦습니다. 

공사 피해 민원, 이웃 간에 감정 쌓여 법정까지

저는 공사를 하는 측의 변호사로도 일해보고, 피해를 당하는 쪽의 변호사로도 일해 보았습니다. 피해자 측 입장에서 일조권이라든지, 매연, 소음 등으로 민원을 제기하거나,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공사를 하는 쪽 입장에서 일할 때는 주변에 피해가 없음을 증명해서 가급적 공사가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 피해를 당하는 입장에서는 피해가 크다는 점을 증명해서 공사를 못하게 하는 가처분을 하거나,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양쪽의 사정을 모두 잘 알게 되고, 어떤 공격을 해야 효율적일지 어떤 방어를 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적절한 지에 대해 연구도 하게 됩니다. 양쪽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양쪽의 이야기 모두 이유가 있습니다. 당해보지 않으면, 알 수도 없고 이해하기도 어려운 사연입니다. 

이런 민원제기 또는 주위의 피해에 대해서 적절하게 합의만 될 수 있다면 가장 좋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안 좋은 감정이 쌓이고 쌓여서 소송까지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최근에 나온 급수공사와 관련된 판결을 소개하겠습니다. 

새로 집을 짓거나 건물을 지은 경우, 급수가 필요합니다. 건물을 새로 지을 때 꼭 필요한 것이 물과 전기입니다. 물을 건물에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급수공사를 해야 하는데, 수도관이 옆 토지의 지하를 지나쳐 와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웃토지의 소유자가 급수공사를 하기 위한 토지사용을 승낙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이 지점이 의외로 많은 분쟁이 있는 지점입니다. 

토지사용 승낙 거절한 이웃에 소송

대법원 보도자료(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5다247325)에 따른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A씨는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자신의 신축건물에 급수 공사를 하기 위해 성남시에 급수공사 시행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성남시에서는 급수 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이웃 B씨의 소유 토지를 지나가야 하는데, 성남시 수도급수 조례에 따르면 B씨의 토지 사용승낙서를 가져와야 한다고 회신했습니다. 

▲집 짓는 문제로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 간에 감정이 쌓이고 소송까지 가는 경우가 생긴다. 사진은 기사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CNB저널 자료사진

A씨는 B씨에게 토지사용승낙을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B씨는 거절했습니다. 결국 성남시는 A씨의 급수공사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A씨의 입장에서는 오랜 기간 공들인 건물이 무용지물이 될 상황에 왔습니다. 결국 A씨는 B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게 됩니다. 소송의 내용은 “A씨는 B씨를 상대로 민법 제218조의 수도 등 시설권을 근거로 토지 사용 승낙의 의사표시를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즉 B씨의 토지사용승낙을 법원을 통해서 받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민법 제218조 제1항은 “토지소유자는 타인의 토지를 통과하지 아니하면 필요한 수도, 소수관*, 까스관, 전선 등을 시설할 수 없거나 과다한 비용을 요하는 경우에는 타인의 토지를 통과하여 이를 시설할 수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한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을 선택하여 이를 시설할 것이며 타토지의 소유자의 요청에 의하여 손해를 보상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토지소유자가 예외적으로 이웃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법에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疏水管: 송수관

대법원은 이 소송이 부적법하다고 판결하였는데, A씨의 소송 내용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소송형식을 문제 삼은 것이었습니다. 즉 A씨가 B씨의 토지를 이용해서 급수시설을 할 수 있는 권리는 법정 요건만 갖추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이고, 그 권리에 근거하여 수도 등 시설공사를 시행하기 위해 따로 수도 등이 통과하는 토지 소유자의 동의나 승낙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A씨는 굳이 B씨의 승낙을 받는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급수공사를 할 권리가 있다는 것만 증명해서, 성남시에 제출하면 된다는 취지입니다. 

‘불가피한 공사’만 증명하면 이웃 토지 쓸 권리 있어

구체적으로는 “A씨가 B씨의 토지 중 자신이 사용해야할 부분에 대하여 민법 제218조의 수도 등 시설권이 있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 등을 제기하여 승소 판결”을 받은 다음, 이 판결문을 A씨의 사용권한을 증명하는 자료로 제출해서 성남시에 이 사건 급수공사의 시행을 신청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는 사법부인 법원의 판결 취지일 뿐이므로 행정관청인 성남시가 계속적으로 허가를 거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별도의 행정소송이 필요할 것입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민법 제218조 제1항의 “타인의 토지를 통과하지 아니하면 필요한 수도, 소수관, 까스관, 전선 등을 시설할 수 없거나 과다한 비용을 요하는 경우” 라는 법정요건을 갖추고 있는 경우에는 타인 토지를 통과해서 급수 시설을 할 권리가 인정되므로, 굳이 이웃 토지 주인의 승낙까지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이웃주민의 승낙을 조례로 규정해 놓은 곳이 많고, 공무원들은 민원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이웃주민의 승낙을 관행적으로 요구할 것입니다. 이런 관행이 시정될 때까지,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요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리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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