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보현 대표 “특허청이 ‘침해 분명’ 결정했는데도 석연치않게 기각”
▲조보현 리마트 대표가 중고차 온라인 경매시스템을 설명하는 모습. 사진 = 리마트
(CNB저널 = 유경석 기자) CNB저널은 시장경제의 성장을 가로막는 기업들의 부조리한 행태를 고발하는 ‘시장경제, 제대로 합시다’ 시리즈를 기획·연재한다. 기업은 시장에서 탄생하고 평등한 기회 속에 성장한다. 그 결과는 안정된 일자리와 경제성장이다. 자유로운 경쟁을 법률로 보호하고 위반자는 규범으로 잡아야 질서가 유지된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평등한 기회를 없애고 노동자를 탄압하고 시장을 농단해 새로 창업하는 기업가들의 시장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 이런 결과 반(反)기업정서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CNB저널은 시장을 잠식하고 시장경제의 자유경쟁 원칙을 저해하는 부조리한 기업들의 행태를 고발해 건강한 기업생태계 조성에 앞장설 것이다.
벤처기업 대표인 조보현(49. 사진) 씨는 촛불집회에 꾸준하게 참가하고 있다.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하지만 멈출 수는 없다. 평범한 시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조 대표는 국회의원들의 말을 믿지 않기로 했다. 법원 역시 신뢰하지 않는다. ‘기업인의 땀과 눈물’은 권력 앞에서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을 실제 경험한 탓이다. 대기업과 법원, 국회의원 앞에서 좌절한 ‘대한민국 신기술 창업자’ 조보현 리마트 대표에게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월 80만 원으로 살아내는 벤처기업인 5가족
리마트 조보현(49) 대표는 허리 디스크로 침 시술과 물리치료를 받으며 재활 중이다. 벌써 두 달 째다. 공조냉동기계산업기사로 근무 중 허리를 다쳤다. 산업재해를 신청하고 싶었지만 용역회사에 소속된 탓에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막내를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일터에 나가고 싶지만, 마음뿐이다. 아내가 집 근처 유통소매점에서 근무하면서 받는 월급 80만 원이 수입의 전부다. 다섯 가족이 쓰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올해로 중학교 2학년이 된 큰아이의 학원비가 없어 마음은 더 무겁다. 그나마 허리 통증이 조금씩 줄고 있어, 일터로 곧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사진은 기사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CNB저널 자료사진)
조 대표를 힘들게 하는 것은 아픈 몸만은 아니다. 마음은 갈기갈기 찢겨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국회의원을 만난 뒤 “서민을 위한 정치는 없다”며 마음의 문을 걸어 잠갔다. 그만큼 상처가 크고 깊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대법원 역시 심리 중인 사건을 기각 결정해 충격을 받았던 터라 영향은 더 컸다. 법원도, 국회도 서민의 편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바람과 달리 현실은 황량하고 냉정했다. 침 시술을 받기 위해 찾은 한의원 원장은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기에 이토록 어혈이 많이 몰려 있느냐”며 안타까워했다.
조 대표가 이인영 국회의원실을 찾은 것은 대기업의 특허 침해와, 이를 두고 벌인 법정 공방에서의 부당함을 호소하기 위해서였다. 이 의원은 조 대표가 살고 있는 지역의 국회의원이다.
조 대표는 2004년 12월 중고물품중개센터인 리마트를 개설했다. 아내와 함께 중고물품을 판매할 때 감정을 실시한 후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중고물품을 내다팔면서 생각해낸 생활 속 아이디어였다. 판매자는 ‘제값’을 받을 수 있고, 구매자는 ‘믿고 살 수 있는’ 효과가 기대되는 아이디어다.
생활 속 아이디어로 특허 받은 ‘중개센터 이용 인터넷 경매’
조보현 대표가 특허를 받은 ‘중개센터를 이용한 인터넷 경매방법’의 구성 요소는 모두 6가지다. ▲홈페이지 운영서버에 계좌이체정보가 데이터베이스로 구성 ▲중고차 물품정보가 중개물품정보DB에 입력되는 단계 ▲물품정보와 경매절차를 진행하는 중개센터(경매장)에 대한 선정 정보가 중개센터(경매장)로 전송 ▲중개물품에 대한 경매가 진행되는 운영서버(홈페이지)가 중개물품을 중개상품으로 등록 ▲현장 경매장 서버에서 경매가 진행되는 점 ▲운영서버에서 경매 절차 수행으로 구성돼 있다. 2006년 우선권주장으로 특허를 출원해 2008년 5월 특허를 획득했다.
업계의 반응은 뜨거웠다. 전문가의 검증과 책임으로 인터넷 경매의 단점을 개선하는 한편 소비자의 필요성을 이끌어낸 사업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우수한 사업모델은 곧 대기업의 먹이가 되고 말았다.
▲현대글로비스의 중고차 경매장 브랜드 ‘현대글로비스 오토옥션’. 사진출처 = 현대글로비스
SK엔카에 이어 현대글로비스가 동일한 사업모델로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다. 2011년 10월 조 대표는 직접 SK엔카를 검찰에 고소했다. 그간 온라인 오픈마켓을 운영하던 SK엔카가 경매 서비스를 도입,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온라인 경매 중개센터와 서버 위치가 동일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항고와 재항고 모두 기각됐다. 담당 검사가 특허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특허심판까지 받아야 할 상황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SK엔카는 중고차 온라인 경매 서비스를 중단했다.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큰 인터넷 경매의 특성을 고려할 때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였다고 조 대표는 말했다.
실제 국내 연간 중고차 거래는 370여만 대에 이르고, 거래액도 약 26조 원 규모다. 신차 대비 2배 이상이다. 특히 100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자동차 애프터마켓 중 핵심적인 분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
SK엔카 관계자는 “(온라인 경매) 중개센터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회사 내 스태프 조직으로 전담센터가 있었던 것이다. 검찰로부터 경고장을 전달 받았고, 이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한 것”이라고 확인하고 “(온라인 경매 중개센터) 서비스 자체가 이미 끝난 사업이어서 향후 서비스의 재개를 말하는 것은 애매한 일로, 현재 진행하는 경매와는 전혀 다른 형식”이라고 해명했다.
특허청 변리사들은 “분명 특허침해. 소송하면 이긴다” 결정
뒤이어 현대글로비스와 소송전에 들어갔다. 2012년 3월의 일이다. 조 대표는 SK엔카 고소사건을 거울삼아 특허소송부터 진행했다. 중소·벤처기업의 특허관련 소송을 지원하는 특허청 산하 지식재산권센터의 도움을 받았다. 특허청 지식재산권센터의 경우 승소 가능성을 소송 대리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공익변리사 3명 중 2명 이상이 승소 가능성을 인정할 때 소송 대리에 나서는 방식이다. 조 대표의 특허권은 3명 모두 소송에 합의했다. 그만큼 특허침해가 명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현대글로비스는 법무법인 율촌을 소송대리인으로 내세웠다. 현대자동차그룹 차원에서 대응에 나선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현대자동차 입장에서 중고차 매매시장은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사업 영역이다. 현대글로비스는 매장에서 신차를 팔 때 고객이 타던 차를 매물로 쉽게 확보할 수 있다. 또 현대·기아자동차는 신차를 원활하게 판매할 수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서울 장안평 중고자동차 매매전시장 전경. 사진 = 연합뉴스
여기에 신차 구입 또는 중고차 매입 시 할부금융을 주로 이용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현대글로비스는 2004년 자회사 오토옥션을 설립했으며, 현재 분당경매장, 양산경매장, 시화경매장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온라인 경매와 관련한 배타적 권리가 없다는 것은 문제다. 현재 현대글로비스는 온라인 경매로 사업을 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특허를 획득했거나 출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 기업 등이 관련한 특허를 신청하거나 획득할 경우 사업을 유지 또는 확장하는 데 차질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중고차 (온라인 경매) 사업에 대한 특허는 갖고 있지 않다”면서 “중고차 사업을 함에 있어서 반드시 특허가 선행 요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또 특허 보유 여부가 조보현 씨가 주장하는 바에 전혀 영향을 미치는 바가 아니다”고 말하고 “법원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해서 판결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특허청 전관예우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특허 소송
특허를 가진 벤처기업 리마트 측과, 특허 출원조차 하지 않은 채 사업 중인 대기업 현대글로비스 간 특허소송은 그 자체로 이목을 끌었다. 1심을 맡은 특허심판원과, 2심을 맡은 특허법원은 구성 항목 6개가 모두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1심과 2심에서 조 대표는 모두 패소했다. 6가지 구성 항목이 동일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1심 재판부는 조 대표의 특허는 운영서버에서 경매가 이뤄지는 반면 현대글로비스는 경매장서버(검증센터)에서 경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특허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서버 자체가 인터넷으로 연결된 것이어서 운영서버인지 경매장서버인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게 조 대표 측의 판단이다.
2심의 판단은 더 당황스러웠다. ‘내부거래’ 여부를 들어 특허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조보현 대표의 특허는 내부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반면 현대글로비스는 내부거래를 인정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2곳 이상의 경매센터에서 중고차 매물을 거래할 경우, 조 대표의 특허는 외부인이 경매센터를 운영하는 데 반해 현대글로비스는 본사에서 설치한 지점이 경매센터를 운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운영주체의 문제일 뿐 온라인 시스템은 동일한 것이어서 납득할 수 없다고 조 대표는 항변한다.
조 대표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의 공정한 판단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이없는” 이유로 기각됐다. 소송대리인이 전자소송으로 소송이유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서버접속 장애로 제출시한을 15분가량 초과했고, 대법원은 이를 이유로 기각 처리했다. 대법원은 앞서 조 대표 측이 제출한 상고이유서를 현대글로비스에 송달하고, 현대글로비스의 답변서 역시 조 대표 측에 송달하는 등 정상적인 업무를 진행 중이었다.
특히 조 대표 측 소송대리인이 제출시한 전 소송이유서를 제출하려고 접속을 시도했으나, 대법원 소관 서버 장애로 제출시한을 놓친 것이라면 귀책사유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그간 전자소송에서 이러한 이유로 시간을 초과한 경우 이를 받아들여 소송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표는 “현대글로비스의 소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율촌이 특허심판 중 상황이 불리해지자 막판에 특허심판원 수석심판관을 지낸 변리사와, 특허법원 판사를 지낸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자 2심 특허법원까지 억지판결을 낸 것”이라며 “전관예우 때문에 말도 되지 않는 억지 결론을 내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대법원 전경. 사진출처 = 대법원
대법원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우선 해당 당일 시간에 인터넷 접속에 장애가 있었던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또 “민사소송 등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규칙 14조에 보면, 장애가 발생한 경우에는 ‘장애가 해소된 이후에 전자적 방법으로 제출할 것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해 인터넷 접속 장애가 발생해 전자문서를 늦게 제출한 책임을 당사자에게 묻지 않고 있다”며 “제출기한을 초과하여 제출하면 기각되는 것은 법률 규정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인터넷 접속 장애 때문에 늦게 제출한 경우라면 그런 사정은 참작이 돼 기각하지 않는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법원도, 국회의원도, 서민 편은 아니다”
조 대표는 직접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현대자동차 본사 정문에서, 6개월에 걸쳐 현대글로비스가 리마트 특허를 탈취했다는 내용의 전단을 배포하고, 1인 시위를 벌였다. 현대자동차 본사에 근무하는 경비원들의 저지도 심했다. 검찰이 직접 불러 명예훼손 운운하며 주의 조치도 했다.
조 대표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국회를 방문하고 국회의원실 관계자를 만나 억울한 사연을 해결해줄 것을 부탁했다. 그가 거주하는 서울 구로구가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국회의원실을 수차례 찾아가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대답은 “잘 알고 있다. 도와 드리겠다”는 말뿐이었다. 특히 대법원의 결정에 전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화를 부추겼다.
이인영 국회의원실은 이와 관련 사법권에 개입하는 결과일 수 있어 신중하게 처리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의원실 관계자는 “지역 주민의 애로사항을 듣고 돕는 게 맞지만 소송을 통해 판결이 난 사안을 두고 (국회의원이) 나설 경우 자칫 사법권에 개입하는 결과가 돼 오히려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면서 “직접 대화할 기회가 있으면 더 자세히 듣고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확인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이에 대해 “득표에 도움이 되거나 돈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대법원 서버 장애로 제출시한을 넘겼는데, 그 책임을 소송당사자에게 지우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고 “국회는 민의를 대표하는 기관이고, 많은 사람들은 마지막 보루로 여기고 있지만 대기업의 특허침해로 어려움에 처한 벤처기업을 도와 달라는 요청을 국회의원은 외면했다”며 억울해했다.
이어 “벤처기업을 육성해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하는 게 옳지 않느냐”며 “국회의원이 이런 일에 나서지 않는다면 시민의 대표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촛불집회가 열리는 한 언제든 참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경석 기자 kangsan0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