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미술관 산책 플러스’는 2011년 출간돼 파리의 미술관 여덟 곳을 중심으로 소개했던 ‘파리 미술관 산책’에 현대 미술 중심의 미술관을 더 추가해 소개하는 개정-증보판이다.
기존에 출간됐던 ‘파리 미술관 산책’은 화려한 도판과 함께 루브르 미술관부터 베르사유 궁전 미술관까지 실감나게 소개하며 ‘예술 여행’이라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를 만들어 내는 데 한몫했지만, 현대 미술 작품 소개는 퐁피두 미술관 한 곳만 통해 이뤄져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개정판은 초판이 출간된 이후 새로 문을 연 루이비통과 까르띠에 재단 미술관을 비롯해 팔레 드 도쿄와 주 드 폼 국립 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최첨단의 현대 미술 작품 소개를 포함한다.
초판이 미술사의 흐름을 따라 소개됐다면, 이번 책은 독자에게 익숙한 미술관인 루브르, 오르세, 퐁피두를 먼저 소개한다. 이 세 곳의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은 시대 순으로 나뉘어 있기도 하다. 고대에서 19세기 중반까지는 루브르, 19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는 오르세, 그리고 20세기 후반의 작품은 퐁피두에서 볼 수 있다. 오르세에서 부족함을 느낀 사람을 위해 오랑주리를, 작가별로 작품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을 위해 로댕과 귀스타브 모로의 미술관을 찾는다. 뒤이어 소개되는 현대 미술 작품들을 소개하는 미술관 다섯 곳에선 특별-기획전을 중심으로 21세기 파리가 주목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은 미술에 관한 지식을 딱딱한 문체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숨겨진 이야기를 곁들여 대화를 나누듯 그림을 읽어준다. 예를 들어, 앵그르의 작품 ‘터키의 목욕탕’은 원 안에 그려져 있는데, 그 이유가 주문자인 나폴레옹 3세의 부인이 너무 야하다는 이유로 그림 수령을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림의 일부를 자르기를 반복하며 현재 그림의 형태가 됐다는 것. 저자는 사실 ‘톤도(Tondo)'라 불리는 이런 형식의 그림이 주로 예수와 같은 성스러운 주제를 그릴 때 쓰는 기법이라는 사실을 보태며, 이런 ‘성스러운 형식’ 속에 이런 ‘음란한 그림’이 그려진 모순적이고도 흥미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이렇게 작품만 봐서는 알 수 없는 뒷이야기들은 작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던져 주고 한층 더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본문에 미처 소개하지 못한 작품은 ‘같이 볼 작품들’을 통해 따로 정리해 놓은 한편, 미술관에 가는 간단한 여행 정보들도 같이 실어 미술 여행서의 역할 또한 충실히 해낸다.
최상운 지음 / 1만 6000원 / 북웨이 펴냄 / 384쪽
김연수 breezeme@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