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분해한 물에 환경부 “부적합” vs 식약처 “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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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06 09:37:29

유경석 기자

▲충북 청주시 소재 식품의약품안전처 전경. 사진 = 식품의약품안전처

(CNB저널 = 유경석 기자) 환경부가 양초·워셔액(자동차용 앞면 창유리 세정액)·습기제거제·부동액 공산품 4종을 대상으로 위해성평가를 단계적으로 실시한다. 평가에 따라 기준을 초과하는 제품을 퇴출시킬 예정이다. 국민들이 생활화학 제품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시장 감시 활동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올해 공산품·전기용품 가운데 화학물질 노출 우려가 있는 13개 품목을 전수 조사한다. 대상 품목 가운데 이온 발생기가 특히 눈에 띤다. 이온발생기는 공기 중 물 분자를 H+ 이온과 O2- 이온으로 분리한 후 전자간 화학작용을 통해 공기 중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를 구성하고 있는 H와 반응토록 해 세포막을 파괴, 수증기로 변환시키는 방식으로 세균을 없앤다. 이는 현재 전기분해한 물이 먹는물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전기분해한 물에 환경부의 위해성 평가기준을 적용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먹는물 놓고 ‘환경부 vs 식약처’ 이견

새누리당 김상훈 국회의원실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흥미로운 자료를 전달받았다. ‘지하수가 전기분해 과정을 거쳐 수소이온농도에 변경이 가해졌더라도 먹는물 수질검사기준(ph 5.8~8.5)에 적합하다면 식품용수로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특히 ‘수질검사 시 의뢰인 지참시료를 검사한 후 참고용으로 교부된 수질검사성적서도 먹는물관리법에 의한 수질검사성적서의 범주에 포함된다’는 내용은 눈길을 끌었다.

이는 환경부와 상반된 견해이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수질기준에 적합하도록 전기분해 처리한 지하수는 먹는물관리법에 따라 통상 사용하는 자연상태의 물과 먹는샘물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먹는물관리법 상 ‘먹는물은 먹는데 통상 사용하는 자연상태의 물과 자연상태의 물을 먹는 데 적합하게 처리한 수돗물, 먹는샘물 등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먹는물의 수질기준 및 검사 회수는 환경부령으로 정하고 있다.

▲천연기념물 74호인 열목어가 살고 한국 명수 100선에 선정돼 몸메 좋은 약수를 마실 수 있는 삼봉자연휴양림 전경. 사진은 기사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산림청

아울러 의뢰인 지참시료란 관계 공무원이 검체를 채취한 후 봉함·봉인하지 않은 것으로, 수질검사성적서는 제출 및 기타 증빙서류로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앞서 국민의당 안철수 국회의원실이 지난해 3월 ‘전기분해한 알칼리수가 식품 제조·가공용수로 사용이 가능한지’를 묻는 질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환경부의 입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해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이는 환경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간 이견이 그대로 드러난 것으로, 이후 관련법 개정 등 후속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결과가 주목된다.

‘술=건강 위해 요인’ 복지부 건강증진세 검토

전기분해한 알칼리 이온수 기기는 소화불량과 위산과다, 설사, 장내 이상발효 4가지 소화기 증상 개선에만 허가받은 의료기기다. 신장질환 환자들이 알칼리이온수를 마시면 이온수에 들어있는 칼슘이나 칼륨 때문에 신장 상태가 더 나빠질 수 있다. 알칼리 이온수는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탓에 의약물질로 분류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알칼리이온수의 산도는 ph 9.5 정도가 적당하고, 하루에 1000밀리리터 이하로 마시는 것이 좋다.

특히 건강보험료 재정손실을 메우기 위한 방안으로 술에 건강증진세 부과를 고심 중인 보건복지부의 판단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술에 건강증진세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건강 위해(危害) 요인으로 규정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민들이 즐기는 희석식 소주의 경우 주정을 물로 희석한 것이어서 물과 주정은 위해 여부를 판단하는 데 직접적 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료 재정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소득파악 개선을 통해 보험료 부과기반을 넓히고 재정 누수를 방지하는 등 재정 효율화로 대처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건보료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2018년부터 2024년까지 3단계에 걸쳐 개편할 경우 연간 2조 3000억 원 가량의 재정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 국세청 등 관계부처와 함께 지역가입자 소득 상황을 주기적으로 조사, 평가하는 인프라를 구축해 보험료를 더 걷는 등 재정 확충을 꾀한다는 것이다.

▲한경부가 지하수를 이용해 먹는 농촌지역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무료 수질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환경부

특히 현재 담뱃값에 물려 거두는 건강증진부담금을 더 높이거나 술에도 비슷한 성격의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술도 담배처럼 의료비를 증가시키는 건강위해 요인으로 규정한 후 건강증진부담금을 물리는 방식으로 건강보험의 신규 재원을 발굴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국민건강보다 서민 증세를 야기할 것이라는 비판을 우려해 공론화는 주저하는 분위기다.

‘전기분해한 물’은 자연수 아닌 화학수

수소이온농도(ph)가 1~6이면 산성수로, 9~14면 알칼리수로, 7~8을 중성수로 각각 분류한다. 이중 8ph는 약알칼리라고 하고, 8.5ph 이상은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광천수인 프랑스 에비앙은 수소이온농도(ph)가 8.5~9.5로 알려져 있다. 물(H20)을 전기분해하면 H2(수소)와 0(산소)로 분리된다. 이 과정에서 수소기체가 되기 전 H2와 H2가 결합하면 알칼리수가 된다. 또 O와 O가 결합하면 산성수다. 이는 물 분자가 화학적 결합을 한 것으로, 이를 전해수라고 하며 자연상태의 물은 아니다. 다만 전기분해를 통해 얻은 알칼리수 기준 ph농도 7.3 이상을 습관적으로 복용할 경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료법상 전기분해로 얻은 수소이온농도(ph) 8.5 이상의 음용 액체는 의료용 물질로 관리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하수를 전기분해 한 물도 식품용수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주류안전기획관 관계자는 “지하수를 전기분해한 물이 관련법 규정에 의해 먹는물의 수질기준에 따라 검사를 받아 마시기에 적합하다고 인정된 경우 식품의 제조용수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히고 “검체채취 방법으로 지참시료 또는 검사자 현장채취 모두 관련법에 따른 먹는물의 수질기준에 따라 검사를 받아 마시기에 적합하다고 인정된 물에 대해 발급되는 수질검사성적서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처리 전문업체인 오션에코 김문재 대표는 “국민건강을 위해 전기분해한 물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문재 대표는 지난 2006년 5월 이후 현재까지 전기분해한 알칼리수의 식품 제조·가공용수 사용에 따른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김문재 대표는 “국민권익위원회는 환경부장관과 식품의약품안전처장, 국세청장에게 먹는물 수질기준에 적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수질검사자료에 시료채취 과정 등에서 관계법령에 적합하지 않은 단순 참고용 수질검사서가 사용되는 일이 없도록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 달라고 통보했다”며 “이는 국민건강에 큰 피해를 입힐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한편 두산은 지난 2006년 4월경부터 전기분해한 알칼리수를 제조용수로 사용해 ‘처음처럼’을 제조·판매했다. ㈜롯데주류BG는 2009년 두산을 인수했으며, 현재 국내 2위의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다.

유경석 기자 kangsan0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