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값 하락에 ‘값싼 전기차’ 기대 ↑
▲2세대 전기차 시대를 알린 테슬라 모델3의 프로토타입. (사진 = 테슬라 홈페이지)
전기자동차의 가장 큰 숙제는 언제나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항속거리가 지나치게 짧다는 점이었다. 사실 용량이 더 큰 배터리팩을 장착하면 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차량 가격이 껑충 뛴다는 것이 더 문제였다. 전기차를 구성하는 여러 부품 중에 가장 비싼 것이 바로 배터리이기 때문이다.
테슬라 모터스를 보면 알 수 있다. 테슬라의 모델S는 200마일(약 322km)이 넘는 항속거리로 미국 전기차 시장의 왕좌로 군림하고 있다. 그러나 모델S는 가장 저렴한 트림도 7만 달러(약 8050만 원)가 넘어, 정작 연료비를 걱정하는 서민은 군침만 흘리고 있는 형국이다.
▲가장 먼저 시장에 등장한 2세대 전기차인 쉐보레 볼트(Bolt) EV. (사진 = 쉐보레)
2020년 1kWh당 100달러 예상…
80달러도 머지않을 듯
다행히 전기차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가격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그리고 기존의 전망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낮아지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전문 매체인 ‘워즈오토(WardsAuto)’는 9일, 전기차 배터리셀의 가격이 2020년이면 1kWh 당 100달러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일단 100달러 선이 무너지고 나면 80달러까지 떨어지는데 걸리는 시간은 더 짧을 것이라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워즈오토는 지난 1월 개최되었던 CES 2017에서 마련된 전기차 전문가들의 토론회 내용을 인용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가격이 중요한 한계를 넘기 일보직전이라고 밝혔다.
당시 토론회에 참석한 업계 전문가들은 배터리셀 가격이 1kWh 당 100달러 미만으로 떨어지기만 하면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은 크게 향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처음 전기차가 대량 생산되기 시작한 2010년만 해도 각국의 에너지 당국과 업계는 가격이 이렇게 빠르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당시 쉐보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인 볼트(Volt)나 닛산 리프 1세대에 장착된 배터리팩의 가격은 1kWh당 600~1200달러나 했다.
그리고 그해 미연방 에너지국은 자동차업계가 전기차의 배터리셀 가격을 1kWh당 125달러까지 낮추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도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제시하지도 못했다.
업계는 대중이 전기차 구매를 고려할 만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가격을 4만 달러로 보고 있다. 여기에 연방정부나 주정부, 지자체의 보조금을 받을 경우 전기차는 구매 가능한 수준으로 내려온다.
▲쉐보레 볼트(Bolt) EV에 장착된 배터리팩의 모습. (사진 = 쉐보레)
2세대 전기차가 전기차 대중화 앞당겨
이 정도의 가격대에 항속거리도 모자라지 않은 2세대 전기차는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2017년 쉐보레 볼트(Bolt) EV는 60kWh의 LG화학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으며, 항속거리는 미국 EPA(환경보호국) 인증 기준으로 238마일(383km)이다. 그리고 각종 정부 보조금을 적용하기 전 가격은 3만 7495달러(4314만 원)다.
GM의 생산담당사장인 마크 루스는 처음 볼트(Bolt) EV의 생산에 돌입할 때의 배터리셀 가격이 1kWh당 145달러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배터리셀 가격을 일정 수준까지 낮출 수만 있다면 차량 가격을 4천 달러 더 싸게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전망으로 배터리 용량을 늘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2세대 전기차 시장을 이끌고 나가는 차는 아직 생산되지 않은 테슬라의 모델3이다. 테슬라는 작년 3월 모델3의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는데, 215마일(346km)의 항속거리를 갖추고도 3만 5천 달러(4027만 원)의 가격을 책정했다. 모델3는 올해 말 전에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테슬라는 배터리 가격을 낮추는 전략으로 대량생산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택했다. 이에 네바다에 대규모 배터리공장인 ‘기가팩토리’를 건설 중이며, 여기서 배터리셀과 배터리팩을 대량생산할 수 있으면 모델3의 가격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테슬라에 따르면 모델3의 배터리는 모델S의 배터리처럼 알루미늄 케이스가 아닌 다른 재질로 만들어질 예정이므로 이 역시 배터리 가격을 낮추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닛산의 2세대 리프(Leaf)도 곧 출시될 예정이며, 역시 200마일의 항속거리를 갖춘 트림이 포함될 전망이다.
만약 업계가 전망하는 것처럼 현재의 배터리셀 가격이 3년 안에 1kWh 당 100달러까지 낮아지게 된다면, 더 많은 2세대 전기차 모델들이 시장에 등장할 것이고, 전기차의 대중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면 전기차 시장의 판도는 또 크게 요동칠 것이다.
윤지원 yune.jiw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