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석의 미국 주식] 미국엔 ‘정치인’ 테마주 없다…‘정책’ 테마주 있을 뿐
(CNB저널 = 장우석 유에스스탁 본부장) 미국 주식을 15년째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이맘때가 되면 늘 받는 질문이 “미국 주식시장에는 정치 테마주가 없나요?”라는 질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 주식시장에는 정치테마주가 존재하지 않는다.
단, 정책 테마주 즉 정책과 관련한 주식들은 주목 받는다. 정책에 따라 어느 종목은 상승하고 어느 종목은 하락한다.
최근에는 트럼프 당선 이후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보호무역 관련주다.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 품목에 대해 ‘수입 관세’라는 명목으로 5%의 세금을 추가로 부과키로 했다. 이렇게 되면 인건비 때문에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물건을 만들어서 수입하는 기업은 예상치 못한 세금이 부과되면서 실적이 훼손되고 주가는 하락한다. 대표적으로 자동차 주와 저가제품을 판매하는 백화점 및 마트, 의류회사들이다.
반대로 은행 주들은 규제완화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트럼프 당선 이후 평균 24%이상 상승했다. 같은 기간 동안 S&P500이 7.50% 상승한 것에 비하면 3.5배 이상 상승한 셈이다.
트럼프 정부는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제정된 강력한 금융규제법인 도드-프랭크법을 폐기해 은행주들의 완충자본을 줄여주고, 대출을 원활하게 하고 파생상품 등의 투자를 가능케 하는 방향으로 금융정책을 수정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또 1조 달러의 인프라투자를 통해서 일자리를 만들고,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면서 인프라 관련주인 캐터필라 같은 중장비 회사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원자재 관련주도 좋은 흐름이다. 이게 정책테마주다.
이처럼 미국 주식은 국가 정책을 기준으로 등락한다. 트럼프 본인과 주변 지인들의 관련회사가 상승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이미 선거 때 트럼프가 투자하고 있는 상장사들이 공개됐음에도 사람들은 그 기업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무런 이유 없이 대선 후보자 누구와 관련이 있는 회사다, 투자한 회사다 해서 주가가 움직이는 현상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으니 안타깝다.
정치 테마로 득 보는 세력이 없다?
미국에 정치테마주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한국과 달리 이득 보는 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시가총액 3경(京) 원의 큰 시장인 미국주식시장에서는 한국과 같은 매매방법으로는 수익을 낼 수가 없다.
미국에는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의 대형 IB와 워렌버핏, 조지소로스, 칼 아이칸 등 투자의 대가들이 매일 얼굴을 맞대고 거래를 한다. 이들을 상대로 꼼수로 수익을 낼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주식시장 정보 공개내용도 한국과 달라
또한 미국 주식시장은 실적 말고는 공개하는 정보가 없다.
주식을 개인이 사는지, 기관이 사는지, 외국인이 사는지 등의 수급 내용조차 공개하지 않는다. 당연히 어느 증권사가 매매를 하는지도 알 수 없다. 투자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정보는 공개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한국처럼 ‘호가(呼價)창’으로 시세를 왜곡하는 현상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미국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는 최우선 매수, 매도가만 공개한다. 사실상 가격 체크만 가능할 뿐 여러 개의 가격대에 동시 주문을 걸어둘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0.01%의 확률로 누군가 부정한 방법으로 주식시장을 교란했다면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인 SEC(Securitiesand Exchange Commission)의 매우 엄격한 규정을 적용 받아 감옥에서 여생을 보낼 수도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투자와 투기의 차이점을 생각해야 한다. 이는 부정한 방법과 정당한 방법의 차이이기도 하다. 잠시 욕심을 접고 실적을 바라보자. 어느날 당신의 자식이 정치테마주에 관심을 보인다면 뭐라고 이야기할 것인가. 자식에게 할 말을 미리 자신에게도 해 주길 바란다.
(정리 = 최영태 기자)
장우석 유에스스탁 본부장 babsigy@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