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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년 길고 긴 논란 ‘집단소송제’…이번엔 결단 낼까

20대국회 재발의…기업 vs 소비자 다시 맞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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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22호 이성호 기자⁄ 2017.02.13 10:11:59

▲참여연대 회원들이 2월 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집단소송법안 공동발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이성호 기자) ‘집단소송제 도입법’이 국회에 속속 제출되고 있다. 개별 피해자들이 직접 기업을 상대로 일일이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현실에서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반면 기업들 입장에서는 썩 내키지 않는 제도이기도 하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채 폐기된 바 있는 집단소송법. 이번 20대 국회에서는 어떠한 결실을 맺게 될 지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참여연대와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습기살균제에 의한 사망자는 1106명, 전체 피해신고는 5312건에 달한다. 

지난 2014년에는 KB국민카드·NH농협카드·롯데카드 등 카드3사의 고객 개인정보를 대량 유출사건도 있었고 폴크스바겐의 연비조작 등 최근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기업의 불법 부당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이 기업들의 잘못으로 인해 다수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를 구제 받으려면 각 개인별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기업을 상대로 개인이 소송을 건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다.

이유인 즉 1인당 손해가 소액인데 반해 많은 소송비용의 지불, 장기간의 소송기간에 대한 우려로 인해 정작 소송을 제기하는 소비자가 많지 않은 실정인 것.

이에 소비자·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집단소송제 도입 요구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집단소송의 한 유형으로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이 제정돼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도입 12년 만인 최근에야 1심 판결이 나오는 등 활성화가 안 되고 있고, 무엇보다 증권 뿐만 아니라 모든 소비자 분야에서 일반적인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집단소송제는 피해를 입은 소비자 중 일부가 기업 등 가해자를 상대로 승소를 하면, 동일한 피해를 입은 나머지 소비자들도 별도의 소송 없이 그 판결의 효력(기판력)으로 인해 모두 구제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하지만 제도 도입은 요원하다. 지난 17~19대 국회에서도 집단소송 관련 여러 건의 법안들이 제출됐었으나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고 결국 국회 임기만료로 자동폐기 된 바 있다. 원조발의자는 2004년 대표발의한 최재천 의원(당시 열린우리당)이다.

이런 가운데 2월 2일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참여연대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집단소송법안’을 공동발의했다.

다수의 소비자 피해 발생 시, 50인 이상의 피해자가 대표당사자의 요건을 갖출 경우 법원이 집단소송을 허가할 수 있도록 함이 골자다.

이 법이 통과될 경우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물론, 자동차 회사의 연비조작 사건, 부당한 약관에 의한 계약 체결 등 다수의 소비자가 입는 피해에 대해서 집단소송이 가능해진다. 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사건, 홈플러스의 개인정보 무단거래 행위 등 소비자의 피해가 심각한 개인정보 누출·무단사용과 관련된 사건에서도 집단소송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집단소송을 관할하는 법원이 피고 기업의 본사 지역에 국한되지 않도록 재판 관할을 풀어서 해외법인도 책임을 물 수 있도록 규정했다.

박주민 의원안 외에도 현재 20대 국회에서는 지난해 6월 서영교 의원(무소속)이 대표발의한 ‘소비자집단소송법안’, 같은 해 7월 박영선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집단소송법안’ 등이 계류중이다.

대선주자들 법안 공약 내걸지 주목

이처럼 집단소송 관련법이 국회에 속속 쌓여가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 입장에서는 썩 달가울리 없다.

지금까지 손배소를 건 소비자가 승소했을 경우, 그 사람에게만 피해를 보상해주면 됐지만 이 제도가 도입되면 동일 피해를 입은 모든 소비자에게 배상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남소(濫訴)의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집단소송은 개별 당사자들의 비용이 매우 적게 들기 때문에 패소에 대한 부담은 적은 반면 변호사는 많은 보수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남소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 집단소송이 제기됐다는 사실만으로 대외신인도가 저하되는 등 기업들의 대외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9대 국회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에서는 남소 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유발되고, 기업의 방어비용 및 평판 등에서 막대한 손실이 생길 수 있다며 반대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또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에 따르면 집단소송 비참여자에 대한 판결의 효력 문제도 제기된다. 

개인정보유출 사건과 같이 피해자를 특정하기 쉬운 것 말고 환경 분쟁 등과 같이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사건에서 제외신고를 하지 않은 구성원 모두에게 동일한 판결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은 ‘민사소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판력 체계나 처분권주의와 충돌할 우려가 있다는 것. 소송에 참가하지 않은 자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소지도 있다.

향후 국회에서 집단소송제 관련 논의를 어떻게 풀어갈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박주민 의원실 관계자는 CNB에 “현재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이 있지만 접수 건은 10건에 불과해 포괄적 집단소송법이 제정되더라도 남소의 우려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가습기살균제 사건 등 기업들에 의한 소비자 피해가 누적되면서 법 제정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며 “법 통과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소야대 국회이기도 하고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는 대선공약으로 집단소송법 제정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추이가 예의주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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