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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귀신이 고쳤나? 한 손해사정서에 왜 버전은 둘?

한송텍스 “조직적 보험 사기” vs 한화손보 “원인미상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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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23호 유경석 기자⁄ 2017.02.20 10:01:42

▲잿더미가 된 한송텍스 원단 자재 창고의 모습. 사진 = 한송텍스

(CNB저널 = 유경석 기자) 2017년 2월 7일 인천 서구 오류동에 위치한 ㈜한송텍스 생산공장 현장에서 동산 경매가 진행됐다. 이 업체는 ㈜SK에 극세사 타올 150만 장을 납품하고, 2002년 한일월드컵 공식업체에 선정될 만큼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던 업체다. 특히 항균기능성타월을 개발하면서 매출이 증가하고, 직원도 35명에 이를 정도로 유망한 중소기업이었다. 하지만 현재 파산 상태에 내몰렸다. 한송텍스 김대곤 사장은 “한화손해보험과 방화범이 결탁한 조직적인 보험사기”라고 주장한다. 반면 한화손해보험은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혐의 없음으로 결론이 난 원인미상의 화재사고”라고 해명했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국내 최초 코마사 순면 30수 개발한 우수기업

스포츠타월을 사용해본 경우라면 ㈜한송텍스 제품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극세사 타올이라면 더욱 그렇다. 한송텍스는 1996년 7월 안경을 닦는 니트(knit) 생산을 시작으로, 극세사 섬유 임가공품을 전국 도매시장에 공급하면서 성장했다. 2000년 6월 ㈜효성그룹에 극세사 수출상품을 제조·납품했고 2002년 1월 ㈜SK 고객 사은품으로 극세사 타월 150만 장을 납품했다. 또 2002년 6월 한일 월드컵 공식업체로 선정돼 스포츠타월 160만 장 납품에 이어 2003년부터 유럽, 일본, 미국, 브라질, 캐나다 등으로 본격 수출을 시작했다. 

이어 Q마크를 획득하고 ISO9001 국제 품질인증 및 ISO14001 국제환경인증으로 안정적 성장의 기틀을 닦았다. 특히 그랜드백화점과 세이브존, 행복한세상, 롯데백화점에 입점하는 성과도 거뒀다. ella, ellabeauty, ella kids가 한송텍스가 만든 자체 상표다. 청소용 제품 브랜드 ‘말끄미’를 출시하기도 했다. 특히 2012년 1월 항균기능타월(99.9% 항균)을 개발하고 같은 해 4월 코마사 순면 30수 양면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다음 달인 5월부터 항균기능 스포츠타월의 유럽과 미국 수출을 시작했다. 또 9월 한국산업안전공단으로부터 클린사업장으로 인증을 받았다. 우수한 제품 생산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수출길이 열리면서 탄탄대로가 열리는 듯 했다. 직원도 35명으로 늘었다. 한송텍스 김대곤 사장은 자신이 장애를 가진 탓에 근로자 중 장애가 있는 25명을 채용하고 삶과 꿈을 함께하는 일터로 만들어갔다. 

이틀 간격으로 발생한 두 번의 화재

2013년 1월 15일 오후 ‘첫’ 화재가 발생했다. 극세사 원단 창고는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원단을 보관하는 이외 용도로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전기안전을 위해 사용 때 이외에는 전원을 차단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 흔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창고 면적은 30평 가량. 창고 출입구 맨끝쪽에 보관 중인 원단 포장지에 5~6군데 불에 탄 흔적이 발견됐다. 난로도 유류도 난방기구도 주변에 없었다. 전기도 차단된 상태. 유일한 가능성은 옆 공장에서 사용 중인 화목난로 연통. 화목난로는 건물주인 S산업의 생산현장에서 사용하던 것으로, 창고를 임차하던 당시부터 설치돼 있었다. 화목난로와 불탄 흔적이 발견된 곳과는 4미터 가량 떨어져 있고, 창고와 생산현장은 조립식 패널 벽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당시 연통에서 불꽃이 튀어 발생한 것으로 보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것이 화근(禍根)이 될 줄은 몰랐다. 

▲화재가 발생한 직후 S산업 공장 내부 모습. 사진 = 한송텍스

이틀 뒤인 2013년 1월 17일 오전 10시 50분경. 한송텍스를 파산으로 내몬 사고가 발생한다. 창고가 전소된 것이다. 화원(火源)이 없는 창고에서 발생한 불은 원단을 모두 태우고, 옆 공장 건물로 번지며 피해를 키웠다. 집계된 재산 피해액만 7억 원. 화재 이후 원단 재고가 바닥난 까닭에 제조와 판매는 물론 납품마저 원활치 못했다. 매출과 함께 수주량도 급감했다. 종업원을 3명으로 줄이고, 대표이사 소유의 아파트와 토지를 팔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결국 4년을 버티다가 동산이 경매로 넘어가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었다. 

▲화재발생 상황도. 자료 = 한송텍스

화재사고는 원인 미상으로 마무리됐다. 최초 발화 지점은 원단 창고 내 연통 아래 부분으로 결론이 났다. 이는 창고를 임대한 한송텍스의 부주의로 화재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화재사고로 인한 배상 또는 보상에 대한 책임은 한송텍스가 진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원단까지 모두 불에 타는 손해와 함께 배상의 책임까지 떠안게 된 것이다. 보험마저 가입하지 않았던 탓에 피해복구는 언감생심이 돼 버렸다.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창고 내부에는 화원(火源)이 존재하지 않았던 까닭에 외부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창고와 외부를 오갈 수 있는 곳은 두 곳뿐. 출입구와, 그리고 옆 공장과 연결된, 연통이 설치된 창문. 다만 출입구는 잠금장치가 돼 있던 상태여서 일단 가능성은 낮았다. 유일한 가능성은 ‘3m 벽’ 위에 난 창문으로 좁혀졌다. 3m의 벽은 화재사고인지 아니면 보험사기 사건인지를 풀어줄 열쇠가 된 셈이다. 

‘3m 벽’ 뒤에 감춰진 진실           

다시 이야기는 1차 화재가 발생한 2013년 1월 15일 오후로 돌아간다. ‘3m의 벽’에 담긴 진실의 실마리를 ‘그날 그 시간’에서 찾아낼 가능성 때문이다. 

▲S산업 공장 외부의 모습. 사진=한송텍스

S산업은 침대부품(깔판)을 제조하는 곳으로, 2011년 10월 화재가 난 건물을 매입해 이전했다. 공장 동은 1998년 8월 지어진 것으로, 한송텍스는 2011년 12월 창고를 임차했다. 화재가 발생한 당시 상황을 ‘목격’한 S산업 관계자들의 진술과, 사고현장에 설치된 폐쇄형 카메라(CCTV) 영상을 종합하면 이렇다. S산업 L사장과 그의 아들인 L부장은 외국인 근로자들과 화목난로 부근에서 작업을 하던 중 L사장은 창문을 통해 3m 벽 뒤에 있는 창고에서 불꽃과 연기가 나는 것을 발견한다. 

곧바로 L 사장은 외국인 근로자 A씨에게 분말소화기를 가져오라고 지시한다. 동시에 L부장은 3m 패널 벽체를 넘어간 뒤 A씨가 건네준 3.3kg 분말소화기를 창문 위에서 한 차례 분사하고, 통로 아래로 내려가 또 한 차례 분사했다. 화재를 진압한 L부장은 창문을 넘어, L사장이 미리 준비한 지게차를 타고 작업 중이던 장소로 이동한다. 

분말 흔적 없는, 소화기 제압 화재 현장 

L사장은 곧바로 한송텍스 사무실로 찾아갔으나 손님과 면담 중으로 판단, 기다렸다가 화재 사실을 알리고 창고로 함께 들어가 불이 난 자리를 확인했다. 화재사고 발생 후 네 시간이 흐른 후의 일이다. 현장에서 가로 60cm x 세로60cm 크기의 극세사 완제품을 포장한 비닐 5~6군데에 탄 흔적을 목격했다. 

하지만 옆 공장에 설치된 폐쇄형 카메라(CCTV) 영상을 보면 화재가 발생했다고 진술한 시간에 L사장은 공장이 아닌 사무실에 있었다. 이 영상이 공개되자 L사장은 최초 진술을 번복했다. 또 공장 근로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와 함께 공장에서 근무하던 외국인 근로자들은 잇따라 강제출국되거나 회사를 떠났다. 게다가 불에 탄 흔적 주변에서 분말소화기의 분말이 발견되지 않았다.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분말소화기에서 분사된 분말은 저절로 없어지지 않고 반드시 빗자루나 걸레로 닦아내야 한다.  

▲화재현장에 보관된 단프라의 모습. 사진 = 한송텍스

아울러 3m 벽 건너편 극세사 원단은 3단으로 적재돼 있어 창문을 통해 불꽃이나 연기를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3m 위에 있는 창문과, 그 아래로 동일한 높이로 3단으로 원단이 보관된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생산 현장에서는 폐각목을 화목난로의 땔감으로 사용하고 있어 냄새를 맡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송텍스 측이 대한화재감식감정원에 의뢰해 재연한 실험 결과 극세사원단에 고온의 목탄을 떨어뜨리면 5~6군데 불에 탄 흔적을 남긴 후 자연소화한 탄화모양이 확인됐다고 김 사장은 전했다.

이틀 뒤 동일 장소에서 ‘원인 미상’ 화재 발생       

불에 탄 흔적만 남긴 화재가 발생한 이틀 후 창고가 전소하는 화재가 잇따라 발생했다. 당시 L사장과 L부장의 진술을 종합하면, 오전 10시 36분쯤 사무실에서 서류정리를 하고 있을 때 이상한 냄새가 나서 사무실 밖으로 나와 확인해보았으나 냄새나 다른 이상이 없었다.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 업무를 처리하던 중 공장으로 가서 목재를 절단하는 작업을 살펴봤고, 그 과정에서 한송텍스 김대곤 사장이 “불이야!”라고 소리치며 119에 신고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창고는 전소됐다. 또 옆 건물까지 옮겨 붙으며 수 억 원대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화재 조사가 시작됐고, 원인 미상으로 결론이 났다. 이 사고로 S산업은 한화손해보험에서 1억 6956만 원을, 현대손해보험에서 6916만 원 총 2억 3872만 원의 보험금을 수령했다.

최초 발화지점은 한송텍스 임차 창고 내 연통 아래 부분으로 정리됐다. 이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화재 사건을 감정한 결과 화목난로 연통이 부식되고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어 불씨나 재가 구멍을 통해 유출될 가능성이 있었을 것으로 본 결과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3m의 벽’은 1차 화재와 2차 화재의 관련성을 입증하는 데 연결고리가 될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1차 화재 당시 L부장은 창문 아래 놓인 1m 높이의 플라스틱 재질의 단프라(DANPLA)에 올라간 후 H빔과 C형강을 딛고 창문을 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프라는 PP(Poly Propylene)를 원료로 압출성형해 만드는 것으로, PP는 밀폐용기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하지만 2차 화재 당시 사진 자료를 보면 해당 위치에는 단프라가 소실된 흔적이나 타다 남은 잔존물은 없다. 

1차 화재와 2차 화재, 그리고 ‘3m의 벽’

또 전체 공정을 고려할 때 단프라를 놓을 위치였는지도 의문이다. 공장 생산라인은 출입구에서 볼 때 시계방향으로 왼쪽에 각목 등 자재가 위치하고, 그 반대편에서 목재절단 공정과 완성품 조립공정이 이뤄진 뒤 출하하는 방식이다. 목재를 절단하는 곳 부근에 화목난로가 있었다. 결국 연통을 설치하기 위해 개방한 창문 아래에 1m x 2m 크기의 인화성 자재를 쌓아두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고, 특히 2차 화재가 발생한 이후 해당 위치에서 단프라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처음부터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을 김 사장은 갖게 됐다. 이에 대해 L부장은 화재 발생 후 곧바로 지게차로 단프라를 옮겼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장 외부를 촬영한 CCTV에는 이런 화면이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공장 내부에 적재된 상태로 남아있어 단프라의 존재는 확인된다. L부장 등은 1차 화재 이후 화목난로를 사용하지 않았고, 대신 전열기구를 사용했다는 입장이다. S산업은 단프라가 전소한 것으로 직접 피해내역을 작성, 보상을 받았다.    

▲화재현장에 보관된 단프라의 모습. 사진 = 한송텍스

L사장은 2차 화재 때도 최초 진술을 번복한다. L사장은 한송텍스 김대곤 사장이 달려왔을 때 공장에서 목재절단 작업을 살펴보고 있었다고 했으나 폐쇄형 카메라(CCTV) 영상이 공개되자 “당시 경황이 없어 착각했었던 것 같다”고 말을 바꿨다.   

또다시 번복되는 진술, 커지는 의혹

화재사고 이후 L사장이 자신의 딸과의 통화에서 수사기관 담당자와 나눈 대화를 전달한 내용은 수사 결과에 의문을 갖게 한다고 김 사장은 주장한다. L사장은 수사기관 C형사와 전화 통화 내용을 두고 “형사반장이 변호사법 위반으로 집어 처넣을 거라고, 고소할 거라고, 고소할 거라고 그랬지. 집어 처넣는다고”라고 소개하고 “경찰들이 이렇게 도와줄 줄 몰랐지. 경찰만이 도와주고 있잖아, 나를”이라고 으스댔다는 전언이다.  

아들인 L부장 역시 L사장과의 대화에서 “한송텍스 쟤(김대곤 사장)는 무고로 하고 K씨는 무고하고 변호사법 위반으로 하시면 될 거예요”라며 C형사의 통화 내용을 전하자 L사장은 “내일 형사들 뭐 맛있는 것 좀 사다줘야겠다”라고 맞장구친다. K씨는 한송텍스의 위임을 받아 손해사정업무를 대행 중인 손해사정인이었다.

▲S산업 L사장과 아들 L부장의 대화 내용 일부. 자료 = 한송텍스

이뿐만이 아니다. S산업은 화재보험에 가입된 한화손해보험(주)에 화재보험금을 신청했다. 한화손해보험(주)은 아세아손해사정(주)에 손해조사를 위임했고, 손해사정인 D씨가 화재사건을 조사하고 손해사정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과정에서 D씨는 S산업 L사장과 수시로 통화하고 특정 장소에서 만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L사장은, 아들인 L부장에게 D씨와의 통화 내용을 소개하며 “(만나는 장소에) 10시까지 와서 거기서 저(D씨)하고 친한 체하지 말고 저(D씨)를 까래. 자꾸. 까면 뭐 어떡하라고”라며 투덜거린다. 이에 대해 L부장은 “자기 이제 빠져나갈 궁리하는 거야”라고 하자 L사장은 “웃기는 놈들이야. 잔머리 되게 굴려”라고 대꾸했다고 김 사장은 전했다. 

손해사정보고서를 입맛대로 수정한 한화손해보험(주)

손해보험사는 분쟁발생 시 손해사정 업무를 손해사정회사에 위임해 진행한다. 손해사정인은 적정 피해율 확인, 보험금 산정, 유사 사례 및 판례의 확보 등 손해사정 업무를 맡는다. 최근에는 일반인들도 손해사정 업무를 개인적으로 전문가를 고용해 진행하면서 보험사에 맞대응하는 추세다. 고액 보험금을 지불해야 하는 사고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손해보험은 교통사고, 화재, 도난, 자연재해 같은 불의의 사고로 생기는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가입하는 보험이다. 보험가입자의 재산으로 운영되는 만큼 보험금 지급은 신중해야 한다. 

▲서울 여의도 한화생명빌딩. 사진출처 = 한화생명

하지만 한화손해보험의 태도는 달랐다. 화재사고가 발생하자 한화손해보험은 아세아손해사정에 손해사정을 위임했다. 아세아손해사정은 사고 현장을 채증하고 피해를 입은 동산 및 부동산 등을 조사한다. 또 관련자를 대상으로 진술서를 받는 등 사고경위 등을 파헤친다. 

김 사장은 특히 S산업이 당시 매출부진으로 회사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2년 전인 2011년 화재사고로 6000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받았던 데 주목하고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화재보험협회 화재감식팀 등이 화재감식을 실시 뒤 화재 원인을 원인 미상으로 종결하자 아세아손해사정은 “특이사항을 발견할 수 없다”는 손해사정보고서 최종본을 제출한다. 물론 구상권과 관련해 화재원인이 한송텍스의 책임으로 밝혀질 경우 구상권 행사가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달았다. 손해사정 업무를 수탁한 아세아손해사정 C대표는 한화손해보험 출신으로 알려졌다. 

한화손해보험은 한송텍스와의 민사소송에서, 손해사정을 위임받은 아세아손해사정이 제출한 손해사정보고서 최종본과 다른 내용의 손해사정보고서를 제출하면서 논란이 야기됐다. 변경된 부분은 사고 관련자 조사 사항으로, S산업 L사장과 L부장, 외국인 근로자의 진술과 의문점을 다룬 내용을 비롯해 방화를 주장하는 한송텍스 측 관련 사항이 포함돼 있다. 변경된 손해사정 보고서는 송창텍스에 대한 보험금 구상권 청구를 위한 자료로 제출됐다. 

화재 사고에 보험사기 혐의가 제기되는 과정에서 관계자들의 의견을 크게 엇갈린다. 

한송텍스 김대곤 사장은 “방화가 100%라는 증거자료는 충분하다”면서 “진실이 중요한 것 아니냐.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산업은 정반대의 내용을 주장하며, 오히려 한송텍스 김대곤 사장의 당일 행적을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S산업 L사장은 “멀쩡한 사람을 방화자로 몰아 고생하고 있다”며 “창고에 불이 난 사실을 아는 사람은 김대곤 사장뿐이었다. 김 사장이 창고에 들어가고 3분 후 창고에서 나에게 달려와 ‘불이 났다’며 119에 신고해 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손해사정 보고서의 내용 수정과 관련해서도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한송텍스 손해사정업무를 대리한 K씨는 “검찰에 제출한 손해사정보고서와, 한화손해보험이 구상권 행사를 위해 법원에 제출한 내용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하지만 손해사정보고서가 작성된 날짜는 동일하고 도장이 찍힌 위치도 같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한화손해보험에 손해사정보고서를 제출한 아세아화재특종 D씨는 이와 관련해 “최종 보고서 이후 보험금이 지급됐다면 손해사정 위임업무는 종결된 것”이라며 “이후 최종 보고서를 수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금융감독원 보험제도팀 관계자 역시 “손해사정보고서는 보험금 지급에 앞서 보험금 산정을 위해 작성되는 것”이라며 “손해보험사와 손해사정업체 간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중간과정에 수정은 있을 수 있으나 보험금을 지급한 이후는 손해사정 위임은 끝이 난 것”이라고 손해보험사가 손해사정보고서 최종본의 내용을 변경할 수 없음을 간접 확인했다. 

한화손해보험은 손해사정보고서를 임의대로 수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동일한 날짜에 작성된 손해사정보고서의 내용이 왜 다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한화손해보험 관계자는 “사고조사자 개인의 조사 의견이 담겨 있는 부분만 제외됐을 뿐 면부책 여부와 손해액 평가 여부 등은 동일하고, 제외된 부분은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필요하지 않은 부분”이라며 “아세아화재특종 측에 의뢰해 내용을 변경한 것으로, 임의대로 바꾸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국회의원(비례대표). 사진 = 제윤경 국회의원실


‘절대 갑’ 손보사, 손해사정 92%를 자회사 위탁
제윤경 의원 “객관적인 손해사정 의문”

현대, 동부, KB 손보사 3사가 손해사정 업무의 92%를 자회사에 위탁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해상, 동부화재, KB손보, 삼성화재 소위 빅4 손보사는 손해사정 업무의 90% 이상을 외부에 위탁하고 있고, 외부 위탁 건 중 평균 80%를 자회사에 넘겼다. KB와 동부는 자회사에 100%를 위탁했다. 이에 따라 손해사정 업무의 객관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국회의원(비례대표)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 받은 ‘2015 손해보험회사 손해사정업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빅4 손보사들이 손해사정 업무를 자회사에 위탁한 비중은 평균 80.8%였다. 손해보험사 15곳 전체의 자회사 위탁비중 평균 49.6%에 비하면 월등한 수치다. 대형 손보사일수록 자회사 위탁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사정은 보험 계약자가 질병, 사고 등을 겪어 보험금을 받기 전에 질병이나 사고의 수준과 책임을 따져 보험금을 결정하는 업무를 말한다. 손해사정이 끝나야 산정된 보험금을 지급하는데, 대형 보험사들은 손해사정 업무를 맡는 자회사를 두어 자체적으로 보험금을 산정한다. 사실상 보험사에 유리하게 보험금이 산정될 수밖에 없다.  

작년 한 해 동안 15개 손해보험사들은 손해사정 업무의 평균 80.8%를 외부에 위탁했다. 반면 손해사정 업무를 하는 자회사가 없는 중소 손해보험사들을 비롯해 11개 손해보험사들은 외부위탁 건 중 자회사 위탁비중이 0%로 대조를 보였다.

2015년 7월 기준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손해사정 업체는 무려 944개로, 이 중 생명보험-손해보험을 합해 7개 대기업 보험사들이 세운 자회사는 12개에 불과하다. 대기업 보험사들이 소위 일감몰아주기 식으로 손해사정 업무를 맡기면, 나머지 중소 손해사정사들은 경영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제윤경 의원은 “자회사를 통한 보험금 산정이 모회사인 보험사 입장을 대변해서 정해질 우려가 크다”며 “‘자기 손해사정’ 과정의 불합리성이 보험 가입자들의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손해사정의 객관성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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