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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기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내땅 위의 남 묘지에 손못대니 조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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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23호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2017.02.20 10:01:42

(CNB저널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예전에 한창 부동산 투자 권유가 유행한 적이 있습니다. 텔레마케터가 사무실이나 집에 전화를 걸어와 부동산에 투자를 권유했습니다. 상식적으로 보면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닌 부동산을, 모르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와 투자를 권유한다고 구매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저도 처음에 비상식적인 일이라 생각하고 투자자들이 좀 이상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변호사가 되어 관련 사건들을 많이 접해보니, “그럴 만 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텔레마케터들은 전화를 걸 때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다이얼을 돌리는 것이 아닙니다. 타깃을 설정하고, 그 타깃의 기본정보를 가지고 전화를 합니다. 그리고 그 기본정보는 먼저 그 부동산 또는 부동산 회사에 투자를 했던 지인에게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는 사람을 소개해 주고, 그 사람이 투자를 하면 소개자는 수수료를 받습니다. 

다단계 형태의 투자 방법과 지인을 통한 마케팅 등의 권유 기법이 결합해서, 투자자들의 투자를 받습니다. 그리고 몇 달 혹은 몇 년 후 그 부동산 투자회사는 소리 없이 사라집니다. 

몇 년이 지나서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속았음을 깨닫습니다. 부동산 투자회사에서 분명히 부동산의 시세가 오른다고 했는데, 부동산의 가격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습니다. 투자한 땅의 주변이 개발될 기미도 안 보입니다. 이제 투자자들은 부동산을 팔아서 원금이라도 건지고 싶습니다.

잘못 산 ‘묻지 마 투자’ 부동산, 팔기라도 하면 다행

그런데 이런 식으로 ‘묻지 마 투자’로 매수한 부동산은 대부분 여러 투자자들의 공유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서로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심지어 자신의 땅이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운 좋게 공유자 중에 한 사람 또는 매수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 나서서 공유자들을 모두 모아 부동산을 적절한 가격에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한다면, 나름 제 값을 받고 팔 수 있습니다. 이런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공유자 중 한 명이 ‘공유물분할청구소송’을 제기해 판결에 따라 경매를 해서 돈을 회수하거나, 조정을 통해 적절히 토지를 분배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정말 일이 잘 풀려서 부동산을 매각하게 된 경우에도, 제가 경험해 본 바로는 여러 가지 쟁점이 발생합니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을 파는 가격입니다. 투자자들이 충분한 이익을 받고 판다면 아무도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판매 가격에는 숨어있는 문제가 있습니다. 양도소득세, 부동산 중개 수수료, 매각을 추진한 사람이 그동안 들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가 문제됩니다. 그리고 토지에 있는 묘지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도 문제 됩니다. 

내 땅의 남의 묘지, 해결하기 어렵다

앞의 부분이 단지 돈을 누가 부담해야 할 것인지의 문제라면, 토지에 있는 묘지의 처리 문제는 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추가적으로 묘지 소유자와의 협상, 무연고 묘지의 제거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내가 토지를 샀는데 토지 위에 묘지가 있는 경우, 큰 분쟁의 원인이 됩니다. 부동산 위에 있는 묘지를 모르고 토지를 매수한 경우, 계약할 때 알았던 묘지의 수보다 많은 묘지가 후에 발견된 경우 등 여러 가지 분쟁이 있습니다. 

▲최태민 씨의 가족묘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의 야산에 불법으로 조성되어 있다. 이 불법 묘지에 대한 행정처분이 현재 두 달 이상 지연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분묘기지권(墳墓基地權)이라는 권리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내’ 묘지를 위해 ‘타인의’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라는 뜻입니다. 

분묘기지권은 ① 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얻어 분묘(묘지)를 설치한 경우 ② 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받지 않았더라도 분묘를 설치하고 20년 동안 평온·공연하게 점유함으로써 시효로 인하여 취득한 경우(시효취득) ③ 자기 소유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자가 분묘에 관해서는 별도의 특약이 없이 토지만을 타인에게 처분한 경우 가운데 하나에 해당하면 성립합니다. 

분묘기지권이라는 것은 토지가 없어서 묘지를 못 만드는 것은 가혹하다는 전통적인 관습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서는 좀 황당한 권리입니다. 

시대와 동떨어진 ‘분묘기지권’

일단 분묘기지권은 사용 기간이 정해지지 않습니다. 당사자 간에 약정이 없는 한, “권리자가 분묘의 수호와 봉사를 계속하는 한 그 분묘가 존속하고 있는 동안은 분묘기지권이 존속한다”는 것이 판례입니다. 사실상 기간 제한이 없는 권리입니다. 

분묘기지권의 범위는 분묘가 설치된 그 땅 부분만이 아니라 분묘의 수호 및 제사에 필요한 범위 안에서 분묘기지 주변의 공지(空地)를 포함한 지역에까지 미치는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분묘기지권은 종손에 속하는 권리이지만 분묘에 안치된 선조의 자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등기도 필요 없습니다. 이 권리는 관습법이라는 명목 하에 1927. 3. 8. 조선 고등법원 판결 이래 계속 인정되어 왔습니다. 

내 땅에 남의 무덤이 있는 것도 서러운데, 마음대로 처리할 수가 없습니다. 결국 이런 토지는 매매가 어렵습니다. 골프를 치시는 분들은 종종 골프장 안에 묘지가 설치된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 묘지가 토지의 매수자와 묘지 소유자 간에 이전 협의가 안 된 묘지입니다. 

특히 앞서 말씀드린 세 가지 경우 중, 토지소유자에게 승낙을 얻어서 묘지를 설치한 경우에는 당연히 별 문제가 없는데, 두 번째 경우인 시효취득과 세 번째 경우인 묘지를 설치한 후에 토지를 판 경우에는 큰 분쟁의 소지가 됩니다. 

땅 살 때 묘지 유무 철저히 확인해야

이런 분쟁이 계속되다 보니, 2001. 1. 13.부터 시행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연고가 있는 묘지라 하더라도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해당 토지에 설치한 분묘”를 허가를 받아 분묘에 매장된 시신 또는 유골을 개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조항은 2001. 1. 13.부터 설치된 묘지에만 적용이 됩니다. 묘지의 소유자에게 통지하는 등 절차를 법에 따라 거치면 됩니다. 무연고 묘지의 경우에는 더 간단합니다. 법에 따른 공고절차 등만 지키면 빠른 시일 내에 묘지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대법원에서 다시 이 분묘기지권과 관련한 판결이 나왔습니다. 쟁점은 이 분묘기지권을 인정하는 근거인 관습법이 더 이상 우리 법질서에 맞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대법원은 ‘효 사상 및 조상숭배사상에 근거하여 분묘의 정신적 가치를 중시해야 한다’는 이유로 여전히 이 분묘기지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분묘기지권은 언젠가는 없어질 권리로 보이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부동산을 매수하실 때에는 토지에 분묘가 있는지 여부를 꼭 확인해야 하고, 연고가 있는 묘지인지 여부를 확인해서 이를 계약 내용에 반영해야 합니다. 또한 수풀 사이에 숨어 있던 묘지가 토지를 개발하던 중에 발견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토지의 현황 조사를 철저히 해서, 이를 계약에 빠뜨리지 말아야 합니다. 

(정리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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