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산 그리고 있습니다’는 지은이 박활민의 산을 그린 작품들과 글로 구성된 책이다.
박활민은 홍익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했다. 영화 아트디렉터, CF감독, 인테리어 디자이너, 현대미술작가 등으로 활동했던 그의 이력 중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은 한때 이동통신업계를 사로잡았던 캐릭터 ‘홀맨’이다. ‘홀맨의 아버지’로 불리며 전성기를 맞이했던 박활민은 여행을 하며 산업이 모두의 삶을 위협하는 시대임을 깨닫고 ‘삶 디자이너’가 되기로 자처했다. 삶 디자인, 곧 삶의 방식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한편, 지은이는 고독을 ‘다루기 어려운 손님’이라 표현한다. “혼자 있는 날이면 책도 읽어주고 음악도 들려주고 맥주도 마셔준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정성껏 해주면서 공을 들인다.”
산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지은이에겐 ‘고독’이란 손님이 더 자주 찾아온다. 그는 그때마다 0.03밀리 검정 펜을 든다. 자신을 외롭게 만들려고 찾아온 손님에게 되레 격려 받으며 한 점 한 점을 정성껏 찍어나간다. 그 점들은 지은이를 집 밖으로 데려다주기도 하고, 현실이 아닌 곳으로 향하게 하기도 한다. 그렇게 그린 그림이 모여 이 책의 낱장을 이룬다.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글은 영문, 중문, 일문으로도 번역되어 실렸다. 또한, 그림은 원작을 최대한 고스란히 옮겨왔다. 그림들은 원래 조그마한 수첩에 그려져 있었다. 기존에 나온 그림 작품집에 비하면 한없이 작아 보일 수도 있지만, 원래 지은이의 수첩을 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박활민 지음 / 홍진명, 김은주, 치우지아쳔 김유익 감수 / 1만 6000원 / 안그라픽스 펴냄 / 128쪽
김연수 breezeme@cn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