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알바생의 눈물 뽑아내는 택배물류업체는 어디어디?
250개소 위반 적발…다단계 하도급이 원인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센터에 수많은 소포와 택배 물품들이 쌓여 있다. 사진은 기사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유경석 기자) 경기 용인의 한 대형 택배회사가 운영하는 물류센터의 컨베이어벨트에서 상·하차 작업을 하는 A씨(24)는 일당을 받는 일용직 근로자로,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매일 12시간을 근무하고 있다. 대형 택배회사의 물류센터에서 근무하지만 실제 소속된 회사는 상·하차 작업을 ‘물량도급’한 C 회사다. C 회사는 대형 택배회사의 상하차 작업을 하도급 계약한 B 회사와 재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곳이다. A씨는 대형 택배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지만, 실제 작업배치와 업무지시는 B 회사로부터 받고 있다.
서울의 한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D씨는 일당 7만 5000원을 받고 매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일하고 있다. 택배 물량이 많아지면서 주말에도 쉬지 않고 매일 근무 중으로, 주당 하루 또는 이틀씩 새벽 6시 이후까지 일을 한다. 하지만 일당은 동일하게 7만 5000원을 받는다.
알바생 ‘임금 꺾기’, 이랜드파크에서 ‘흔한 일’
최근 애슐리, 자연별곡 등의 식당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이랜드파크가 임금 꺾기 등 방식으로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지급해야할 임금을 약 84억 원 빼돌린 사실이 드러나 비난을 받았다. 또 맥도날드 망원점은 60여 명의 노동자의 임금 5000여 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채 달아났다가 최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바생을 위한 공약 우선순위 설문조사 결과. 자료 = 알바천국
알바비를 떼먹는 갖가지 수법들이 택배·물류업체에는 관행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알바의 눈물 플랫폼”이라는 평가도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택배·물류 업종의 사업장 250개소에 대한 근로감독 결과, 대형 물류센터에서 불법 파견, 최저임금 미지급 등 노동관계법을 위반한 사례를 무더기로 적발했다.
점검 대상 대형 택배회사는 CJ 대한통운, ㈜한진택배, 롯데글로벌로지스(구 현대), KG로지스, 로젠택배, KGB 택배, 우체국택배다. 이들 택배회사 물류센터를 비롯해 하청 218개소, 기타 중소 택배회사 물류센터 32개소가 포함됐다.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는 놀라웠다. 감독대상 250개소 중 202개소에서 총 558건의 근로기준법, 파견법 등 노동관계법 위반이 적발됐다. 이 중 33개소 37건은 입건 등 사법조치에 착수했고, 29개소 34건은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 140개소 487건은 법 위반사항을 시정토록 조치됐다.
사법처리는 파견법 위반 32개소, 근로기준법 위반 1개소이고, 과태료는 근로조건을 명시하지 않은 기간제법 위반이 많았다. 또 임금체불은 주로 연장·휴일·야간근로 가산수당, 주휴수당 미지급 등이었다.
불법파견, 임금체불, 주휴수당 미지급 등 ‘우수수’
또 서면계약 미체결 131건이 가장 많았고, 임금체불 117건, 불법파견 44건도 적발됐다. 특히 물류 상·하차 업무 특성상 업무량이 몰리는 특정 시기에 업무를 재하도급함에 따라 중소 영세규모의 2차 하청업체를 중심으로 임금체불 등 기초고용질서 위반이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임금대장이나 근로명부를 작성하지 않거나 서류를 보존하지 않고, 성희롱예방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한편 노사협의회를 설치하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대형 택배회사의 물류센터는 대부분 하청업체에 위탁하고 있었다. 이들 하청업체는 물류 상·하차 업무를 다시 2차 하청업체에 재위탁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A씨처럼 불법 파견(위장 도급)이 다수 적발됐다.
불법 파견은 2차 하청업체가 상·하차 업무인력을 단순 모집 후 현장관리인 없이 물류센터에 공급하고, 1차 하청 업체가 이들을 직접 지휘·감독하는 등 불법파견(위장 도급)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울러 최저임금법 위반 7개소, 1억 6400만 원, 주휴수당 미지급 28개소 1억 5000만 원,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가산금 미지급 44개소 1억 400만 원 등 노동관계법 위반도 다수 적발됐다.
이 같은 현실은 알바의 눈물로 대표되는 것들이다. 일당 7만 5000원을 받는 D씨는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가산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이를 계산하면 매일 1만 6000원 이상을 더 받아야 한다. 매달 무려 48만 원을 덜 받은 것이다.
▲임금체불 근절을 위한 알바천국의 설문조사 결과. 자료 = 알바천국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택배물류업체를 두고 ‘알바의 눈물 플랫폼’이라는 평가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최저시급-주휴수당 지켜라”
알바천국이 전국 알바생 601명을 대상으로 1월 9일부터 15일까지 실시한 ‘2017년 아르바이트생이 대한민국에 바란다’ 설문조사 결과 가장 먼저 변화되길 바라는 것으로 ‘최저시급 준수’(30.6%)가 꼽혔다. 가장 지켜지고 있지 않는 것으로 ‘주휴수당’(35.4%)이 가장 많았다.
주휴수당과 관련해 알고 있다(82.6%)는 응답과 달리 받아본 적이 있는 경우(37.9%)는 44.7%p가 낮아 적극적인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임금체불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임금체불은 알바생들 사이에서 우선순위로 꼽히는 중요한 이슈다. 알바천국이 지난 4월 알바생 5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59명(28.4%)이 임금체불 때 근로계약서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이어 ‘주휴수당/연장근로수당 미지급’(82명, 14.6%)이 차지했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상습 체불사업주 현황을 보면 3년간 평균 체불금액은 6633만 원으로, 이랜드파크처럼 1억 원 이상 체불한 사업자도 상당수였다.
택배물류업체는 이와 관련 재하도급을 금지하고 최저임금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택배회사 관계자는 “위탁 계약 시 재하도급 금지 및 최저임금 준수 등 법 위반이 없도록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이 발생한 점에 대해 유감”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 불법파견 소지가 있는 재하도급을 금지하고, 최저임금 준수, 산업안전시설 설치, 안전보건교육 지원 등 하청 근로자 보호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택배·물류센터의 다단계 하도급 등 고용구조 개선 및 하청 근로자 근로조건 보호를 위해 대기업 원청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정지원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원청은 1·2차 하청 업체가 근로기준을 준수하고 산업재해를 예방하도록 지도해 나갈 책임이 있다”며 “대형 택배회사 등을 중심으로 불법 파견, 최저임금 등 법 위반사항을 조속히 시정토록 하고, 고용구조 개선을 통해 원청의 성과를 하청근로자도 누릴 수 있도록 적극 지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또 “상반기부터 IT·시멘트·자동차·전자부품 제조업 등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만연한 업종에 대해 상향식 감독을 집중 실시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고용노동부는 대형 택배회사로부터 물류센터의 고용구조개선계획을 제출받아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한편 이행계획을 미제출하거나 이행이 미흡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근로감독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유경석 기자 kangsan0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