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8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6-2017 루지 월드컵 및 팀계주 월드컵 여자 싱글경기에서 참가 선수가 질주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유경석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찬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오는 13일 이전 헌법재판소가 탄핵 인용/기각/각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헌재 결정은 조기 대선 또는 연말 대선을 결정하는 요소라는 점에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갈등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동시에 갈라진 민심을 봉합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 2월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한 해 앞두고 열리고 있는 테스트이벤트에서 “대~한민국”의 하나 된 함성은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평창올림픽 붐 조성과 관중 참여가 성공 개최의 관건이라는 점에서 ‘하나 된 대한민국’을 바라는 민심이 평창올림픽 참여로 수렴될지 주목된다.
“테스트이벤트 통해 붐조성-관중참여에 자신감”
98주년 3·1절을 맞은 지난 1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반 집회로 양분됐다. 경찰 버스 차벽을 사이에 두고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주최 탄핵 촉구 촛불집회와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주최 탄핵반대 집회가 열렸다. 경찰은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 1만 6000명의 경비병력을 투입했다.
박근혜 정권퇴진 비상 국민행동은 ‘하야가 민심’, ‘박근혜 구속’을 주장했다. 반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는 ‘촛불은 인민, 태극기는 국민’, ‘헌재의 탄핵 기각이 국민의 명령’이라고 응수했다.
▲98주년 3·1절을 맞은 지난 1일 박근혜 대통령 찬핵 찬반 집회가 열린 서울 광화문 사거리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이날 참가자들 중 한민족의 역사적 기념일에 쪼개진 민심을 지켜보는 것을 괴로워하는 참가자들이 적지 않았다. 탄핵을 주장하는 시민도, 탄핵 기각을 외치는 시민도 ‘쪼개진 민심’을 걱정하는 마음은 같았다.
이날 집회를 앞두고 물리적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으나 집회는 불상사 없이 끝났다. 이는 대한민국의 갈 길에 대한 방향은 차이를 보이지만 대한민국의 갈 길을 걱정하는 마음은 차이가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은 하나가 돼야 한다는 민심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Again ‘대~한민국’ 테스트이벤트에서 가능성 확인
전 국민을 하나로 만드는 데는 스포츠가 유용하다는 평가가 많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지난해 한 행사에서 “Sport’s power is uniting all people in an increasingly fragile world”라면서 모든 사람을 하나로 만드는 힘을 가진 올림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퇴임을 얼마 앞두고 “역사적으로 볼 때 스포츠는 우리가 갈라져 있을 때 하나로 통합하는 힘을 발휘한다”며 국민을 단합시키는 스포츠의 힘을 역설했다.
비단 우리나라 스포츠 역사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스포츠 특히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은 지역, 종교, 이념을 뛰어 넘어 모든 사람을 하나로 만들고 위기를 극복하는 동력이 돼왔다.
이런 스포츠의 유용성은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 재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과, 이후 치러질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갈등을 봉합하는 처방전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 스포츠 역사상 가장 강력한 참여 열기를 이끌어낸 2002년 한일 월드컵은 전 국민을 붉은 악마로 만들었다. 또 전국 방방곡곡에서 ‘대~한민국, 짝짝짝짝짝!’과 ‘오! 필승 코리아’ 소리가 울려 퍼지게 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장기간 계속된 경기 침체에 지쳐 있던 국민에게 활력을 불어 넣었다. 아울러 전 국민을 하나로 만들어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기폭제가 됐다.
현재 강원도와 문화체육관광부, 2018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하나된 열정(Passion.Connected)!’을 대회 슬로건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이 우리나라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대한민국에 활력을 불어 넣어 온 국민이 “대한민국”과 “평창”을 연호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준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G-1년, ‘하나 된 열정’으로 ‘하나 된 대한민국’을 만드는 테스트이벤트에 참가한 관중들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감동과 함께 하나 된 경험에 대한 글을 쏟아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1년 앞두고 종목별 테스트이벤트 실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오는 2018년 2월 9일부터 25일까지 17일간, 동계패럴림픽은 3월 9일부터 18일까지 10일간, 강원도 평창, 강릉, 정선 일원에서 열린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개막이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프레올림픽 성격의 종목별 테스트이벤트가 열린 것이다.
지난 3일 평창 용평 알파인경기장에서 펼쳐지는 FIS(국제스키연맹) 크로스컨트리 월드컵을 시작으로 오는 4월 아이스하키 남(U18)·여 세계선수권대회까지 19개의 테스트이벤트가 평창과 강릉, 정선에서 잇달아 열린다.
이번 테스트이벤트에는 전 세계 90여 개 국에서 선수와 임원 4800여 명, 방송과 기자단 3800여 명, 관중 5만 6000여 명, 자원봉사자 2000여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2월 18일 강원 강릉시 명주동 일원에서 강릉 겨울퍼포먼스 페스티벌 메인행사의 하나로 대형 길놀이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전체 테스트이벤트 중 피겨 스케이팅 대회 입장권은 판매했다. 스피드 스케이팅·노르딕 복합·휠체어컬링·봅슬레이/스켈레톤 등 4개 대회 입장권은 무료로 배부하고 나머지 14개 대회는 자유 입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각종 경기장과 기반시설 공사가 순조롭게 추진되면서 현재 경기운영 단계로 돌입했다. 이번 테스트이벤트를 통해 종합적인 대회 준비상황 점검과 운영능력을 끌어올려 성공 올림픽 개최 준비의 기회로 삼는다는 게 조직위원회의 구상이다.
물론 테스트이벤트와 평창올림픽 성공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붐 조성과 관중 참여다. 테스트이벤트는 기대 이상의 흥행으로 성공 개최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입장권을 판매한 사대륙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의 폭발적인 인기로 국민적 관심은 물론 대회 재정 수익까지 올릴 수 있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 집계 결과 2월 16~19일 나흘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7 ISU 사대륙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의 입장권 판매로 6억 8000만 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는 지난 2015년 서울에서 열린 사대륙 피겨 선수권대회를 기준으로 산출한 당초 예상 매출액 2억 8000만 원보다 4억 원(243%)이 늘어난 결과다. 지난해 같은 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테스트이벤트 입장권 수입까지 포함하면 두 대회에서만 총 8억 5000여 만 원의 입장권 판매 수입을 기록했다. 대회 기간 전체 4만 4126석 중 3만 8031석(86%)의 좌석판매율을 보였고, 주중인 16일과 17일은 70%, 주말인 18일과 19일은 95%를 판매했다. 지역별로는 강원이 54%로 가장 많았고, 서울(24%), 인천/경기(14%) 등 순이었다. 국내와 해외는 각각 75%와 25%로 4명 중 1명이 해외에서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테스트이벤트 경기 과정에서 관중들은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선수들을 응원했다. 이 함성은 선수는 물론 응원단과 평창올림픽 관계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는 전언이다.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가능성을 현실로
평창올림픽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평창의 위기’, ‘정선의 위기’ 등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하지만 조직위원회는 테스트이벤트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세간의 우려를 대회 성공 개최에 대한 기대로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여세를 몰아 본격적인 붐 조성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해 6월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대회의 공식 마스코트로 백호 ‘수호랑’과 반달가슴곰 ‘반다비’를 확정, 홍보에 나서고 있다. 현재 마스코트를 활용해 국내 유명 관광지와 전국 주요 축제에서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마스코트 애니메이션을 방송과 극장, 전광판 등을 통해 홍보하는 동시에 마스코트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배포해 붐업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달 19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7 ISU 사대륙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 갈라쇼 장면. 사진 =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
또 서울역과 코엑스, 알펜시아리조트, 한국관광공사 빌딩 등에 평창올림픽 체험 공간을 조성하는 한편 올해 인천·김포공항, 부산역 등 전국의 주요 교통거점과 다중 이용시설로 확대·운영할 계획이다.
물론 어려움은 있다. 정부·국회 등 적극적인 지원으로 범정부적 지원 기반은 어느 정도 마련됐으나 현재까지 공공기관의 후원은 전무한 실정이다. 후원 참여 의사를 보이던 일부 기업마저 경기 침체와 최근 사태의 여파로 사태 추이를 관망하는 자세로 바꾸는 등 기업 후원도 주춤한 상태다.
대회 운영에 꼭 필요한 재정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대회 재정을 확보하더라도 적기를 놓치면 효과는 반감되고 비용은 더 들게 된다. 조직위원회는 이에 따라 늦어도 올 상반기 중에는 부족한 대회 재원을 전부 마련한다는 각오로 민간 기업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후원 유치 활동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활발한 해외 홍보로 전 세계 올림픽 붐 확산에 공을 들일 방침이다. 이를 위해 NBC, 유로스포츠 등 글로벌 매체의 평창 관련 방송프로그램의 제작을 지원하고 재외공관·한국문화원(31개소), 한국관광공사 해외지사(31개소) 등 해와 관계기관과 주요 해외관광박람회에서 평창올림픽 홍보 부스를 설치할 계획이다.
최근 미주지역 해외 동포들을 직접 방문해 평창 동계올림픽의 준비상황을 설명한 데 이어 동포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를 요청하는 해외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를 통해 ‘아! 대한민국’이라는 함성이 울려 퍼지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김재열 조직위 국제부위원장은 “최근 일련의 사태로 인해 대회 붐 조성에 다소 제동이 걸린 것은 사실”이라며 “이에 G-1년을 전후해 ‘이제는 평창입니다’를 슬로건으로 걸고 서울과 강원도를 중심으로 풍성한 문화 행사를 개최해 국민들의 흥미와 관심을 불러 모아 분위기 전환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평창 동계올림픽이 1년 앞으로 다가와 성공적 대회 개최를 위한 준비 움직임이 더욱 분주해지고 있다”며 “평창 동계올림픽이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대한민국을 다시 뜨겁게 달굴 호재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4월까지 테스트 이벤트 이어져
한편 2018평창동계올림픽 최종 리허설인 테스트이벤트는 동계올림픽 4개 대회와 패럴림픽 5개 대회를 남겨놓고 있다.
2017 BMW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IBSF) 봅슬레이·스켈레톤 월드컵이 오는 17~19일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다. 4월2일부터 8일까지 강릉·관동하키센터에서는 2017 IIHF 아이스하키 U-18(18세 이하) 세계선수권과 여자세계선수권대회가 함께 열린다. 북한대표팀의 참가 여부가 관심을 끈다. 만약 북한대표팀이 참가할 경우 4월6일 강릉하키센터에서 남북 대결이 펼쳐지게 된다.
2018평창동계패럴림픽 테스트이벤트가 4일부터 11일까지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리는 2017 세계휠체어컬링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세계장애인스노보드월드컵 파이널(3월10~13일)과 세계장애인알파인스키 월드컵 파이널(3월11~18일)이 정선알파인경기장에서 함께 열린다. 또 3월10~15일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는 세계장애인노르딕스키 월드컵이 펼쳐지고, 4월11~20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세계장애인아이스하키선수권대회(A-pool)가 열린다.
유경석 기자 kangsan0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