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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차기정권에서 블랙리스트 처리] 예술계 내 의견 분분…"지원의 지방화"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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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26호 윤하나⁄ 2017.03.10 10:40:02

▲문화연대가 주최한 '문화정책 대안모색 연속 토론회'가 지난 2월 8일부터 4주간 열렸다. (사진=문화연대)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과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사태 속에서 문화예술계가 직접 나서 문화 지원정책을 진단하는 토론회가 최근 잇따라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목전에 둔 현재, 정부의 입맛에 따라 예술지원 배제 대상자 목록(블랙리스트)’을 작성·실행한 문체부 및 산하 문화예술 지원기관에 대한 규탄과 대안 촉구를 위한 자리다. 이에 각계의 문화기관 행정가, 정책연구가, 현장 예술가 및 비평가 등이 모인 토론회에 예술인의 기대와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지지부진한 문제제기와 합의점을 찾지 못한 논의 탓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특히 문화정책 토론의 포문을 연 문화연대 주최 문화정책 토론회(이하 문화정책 토론회)가 지난 2월 8일부터 4차례에 걸쳐 진행됐다(‘문화정책의 대안모색을 위한 연속토론회’). 차기 정권 아래에서의 정책 개선을 염두에 둔 만큼, 지원정책 수혜와 수행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예술인과 현장 행정가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매 토론회는 1~2인의 전문가 발제와 참석자 간의 자유 토론으로 진행됐다. 이에 CNB저널은 총 4회의 토론회에서 등장한 쟁점들과 앞으로 추가 논의가 필요한 과제들을 정리했다.

 

수면 위로 떠오른 쟁점 4가지

1차 토론의 시작점은 박근혜 정부의 문화정책과 문화예술 검열이 가능했던 체제의 맹점에 대한 진단이었다. 여기에 박 정권의 블랙리스트 정책이 작용할 수 있었던 예술행정 체계 내 팽배한 관료주의에 대한 비판이 뒤따랐다. 이후 4차에 걸친 토론회 속 다양한 목소리가 오갔던 주요 쟁점들은 다음과 같이 정리됐다. 문화의 공공성 및 문화 기본권 제정 요구부터 국가 전체 문화예술 행정체계의 재편까지 다양한 쟁점들이 플로어 자유토론에서 폭넓게 논의됐다.

 

문화예술 지원책: "‘예술인은 구휼의 대상프레임에서 벗어나라"

현장 예술가들은 가장 먼저 예술가를 구휼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현 문화지원 정책의 발단을 문제 삼았다. '예술가 지원이 곧 검열로 이어진' 블랙리스트 사태가 이 인식 수준과 결코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예술가 (및 단체) 지원의 결과를 예술가 개인의 성취로만 한정하기보다 공공을 위한 예술로의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현행 문화지원법이 기초부터 예술의 공공적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 문제는 표현의 자유 논의와도 궤를 같이 했다. 표현의 자유는 예술가들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술가의 표현이 위축되면 국민의 표현의 자유까지 위축되고 마는 현실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최근 두 정부에서 드러난 집회결사의 자유 침해 등의 예시 등도 연달아 언급됐다.

 

블랙리스트 재발방지책: 닭과 달걀의 싸움?

블랙리스트 관련자 처벌 vs 관료중심 체제 개편과 보완

3월 9일 문체부는 윗선 권력에 의한 배제와 검열의 재발 방지 후속대책을 발표했다. 박 정권에서 부당하게 폐지-축소된 사업 복구 및 예술가의 권익보장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한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문예위) 등 대표적 예술지원기관의 기관장을 호선제로 뽑겠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블랙리스트 재발방지에 대한 문화예술인들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보여주기 식 임시 대응이란 평가가 이어졌다.

 

앞선 토론회에서도 블랙리스트 방지책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관료체제 하의 하위직 공무원을 탓하기보다 체제 개선을 외치는 문화행정가 및 정책연구원와, 블랙리스트 관계자의 인적청산을 외치는 예술가들의 온도차가 드러나기도 했다. 몇몇 예술인은 문예위 해체를 언급하면서까지 문화계 행정가들의 사과와 체제 재정비를 촉구하기도 했다.

 

문화예술계, 불평등한 장르 간 지원제도 불만: 장르별 진흥법과 기구의 분리 요구

문화예술계(미술, 연극, 문학 등)와 문화산업계(영화, 게임, 만화 등)를 아우른 2, 3차 토론회에서는 각 장르의 개별적 지원에 대한 필요성이 중점적으로 거론됐다. 문화예술계 안에서는 장르 간의 불평등한 지원금 규모와 정책 지적을 주로 내세운 반편, 문화산업계는 각 장르별 진흥법 마련 및 진흥원 분리를 요구했다. 각계의 이 같은 요구는 장르별 행정계의 전문성 강화와 실질적인 진흥 대책이 절실함을 시사했다.

 

중앙정부 집중화 현상: 문화 지원의 지방 분권화가 대안?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문화예술 지원 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도 활발했다. 현 정권에서 드러났듯 국정농단 세력이라는 거대 권력에 의해 문체부로부터 산하기관인 문예위, 영진위, 한국콘텐츠진흥원, 예술경영지원센터 등까지 행정-지원 기구 전체가 좌지우지되는 현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로 예술지원의 지방분권화가 제시됐다. 중앙에 집중된 지원자원을 지자체 문화재단 및 민간에 분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권력에 휩쓸리는 지원제의 문제점이 지방에서라고 자유로울 수 있는가"라는 회의론도 나왔다. 하지만 지역문화 활성화와 민관 거버넌스(협치)가 대세인 시대에 이제는 지역 문화행정가들의 전문성 개발에 투자할 적기라는 지적도 다수를 차지했다.

 

차기 정권을 향한 문화예술인의 바람

토론회를 향한 문화예술계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이들이 차기 정권에 바라는 문화지원 정책의 청사진을 살펴볼 수 있었다. 하지만 토론회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각계의 의견수렴과 구체적인 대안 연구가 절실한 상황이란 지적이 나왔다. 다소 원론에 가까운 문제 제기가 반복된 점도 아쉬웠다는 의견도 있었다. 결국 때이른 대선정국처럼, 다음 정권의 문화정책 토론회 또한 이제야 구체적인 논점 구축이 시작된 셈이다.

 

현재 각 대선주자 캠프들은 문화정책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문화연대 주최 문화정책 토론회를 시작으로 문화예술계 내 각 단체에서 다양한 정책토론회들도 진행 중이다. 아직도 블랙리스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현 상황에 뿔난문화예술인들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책토론이 차기 정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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