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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김종인표 상법 개정안’, 대선국면 경제 활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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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26호 유경석 기자⁄ 2017.03.13 09:54:32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 = 연합뉴스

(CNB저널 = 유경석 기자) ‘김종인 표’ 경제민주화가 대선 정국에서 빅텐트의 핵심 콘텐츠로 급부상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대표가 정치권을 일거에 흔들고 있다. 당내 개헌파 등의 후속 탈당도 예상된다. 이는 경제민주화를 대선의 쟁점 한가운데에 놓고, 그 중심에 김종인 전 대표가 서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재벌의 3세 경영이 본격화되는 반면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로 높아지면서 경제민주화는 다가오는 대선의 중요 이슈가 될 전망이다. 김종인표 경제민주화는 그가 대표발의한 상법 개정안에 그대로 녹아 있다. 김종인 전 대표는 어떤 대한민국을 꿈꾸고 있을까?

대기업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한 ‘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김종인 전 대표는 2016년 7월 4일 경제민주화를 통한 ‘포용적 성장’이 가능한 경제의 틀을 만들기 위한 방안을 담은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고 사외이사 선출에 근로자 우리사주조합 및 소액주주의 사외이사 추천·선출권을 도입하는 동시에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대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김 전 대표의 상법 개정안에는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국민의당, 정의당,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까지 총 122명이 서명해 높은 관심이 반영됐다. 김 전 대표 이외에도 정의당 노회찬 의원, 민주당 민병두·박용진 의원,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 무소속 정갑윤 의원 등도 발의에 가세했다. 하지만 지난 2월 국회 본회의 통과는 무산됐다. 재계 등의 반발 때문이다. 재계는 야당이 앞장선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외국계 기업들이 국내 업체의 경영권을 침해할 수 있고, 주가를 높이기 위한 단기적인 사업에 치중하면서 성장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3월 임시국회에서 다룰 계획이지만, 정치 쟁점이 많아 처리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금수저’ 재벌 3세 경영 vs ‘흙수저’ 청년실업 10% 

CJ그룹 미국지역본부 이경후(32) 통합마케팅팀장이 최근 상무대우로 승진했다. 이경후 씨는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장녀다. 임대홍 대상그룹 창업주의 손녀인 임상민(38) 전무도 최근 승진했다. SPC그룹 허희수(38) 부사장과 보해양조 임지선(33) 대표이사는 일찌감치 수장의 반열에 올랐다. 두산 박서원(39) 전무는 4세 경영인이다. 하이트진로그룹 박태영(40) 부사장은 4년 만에 상무에서 전무로, 또 부사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대한항공 조원태(42) 사장,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세창(43) 사장은 항공 부문에서 3세 경영인 간 대결로 화제가 되고 있다. 이와 함께 국제약품 남태훈(37) 사장, 크라운해태제과 윤석빈(46) 대표이사, 삼천리그룹 이은선(35) 이사, 경동나비엔 손흥락(37) 이사 등 재계의 3세 경영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는 (앞줄 오른쪽부터)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회장, 조양호 한진그룹회장, 신동빈 롯데그룹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대표이사, 김승연 한화그룹회장, 구본무 LG 대표이사, 손경식 CJ대표이사. 사진 = 연합뉴스

이 같은 현상은 연예계와 정치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구라의 아들 김동현을 비롯해 염경환의 아들 염은율, 이정용의 아들 이믿음·이마음 형제, 박찬민의 딸 박민하, 윤민수의 아들 윤후, 추성훈의 딸 추사랑, 김성주의 아들 김민율 등 2세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바른정당 김무성 국회의원은 제5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의 아들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국회의원은 유수호 전 의원(13·14대)의 아들이고, 김세연 국회의원은 5선 의원출신인 김진재 전 의원의 아들이다. 민주당 정호준 국회의원의 부친은 5선출신의 정대철 전 고문이고, 조부는 8선을 한 정일형 전 의원이다. 

이렇게 각 분야를 2세, 3세들이 장악하는 반면 대부분 청년들은 괜찮은 일자리조차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통계청과 중소기업연구원 등이 발표한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15∼29세) 실업률은 9.8%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전체(15∼64세) 실업률 3.7%의 3배에 가까운 수치다. 이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괜찮은 일자리에 비해 중소기업의 급여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실제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2015년 현재 중소기업 제조업 직원 급여 수준은 같은 업종 대기업의 절반에 불과했다. 대기업(300인 이상) 직원은 상여금 등을 포함한 월평균 임금총액이 561만 원인 데 비해 중소기업(5∼299인)의 월평균 임금총액은 306만 원으로 대기업의 54.5%에 불과했다. 특히 연봉이 높고, 안전망이 튼튼한 금융 공기업과 비교할 경우 그 격차가 더욱 컸다. 2015년 현재 수출입은행 직원 평균 연봉은 9543만 원, 산업은행은 9385만 원으로 1억 원에 가까웠다. 이는 직원 수 299인 이하 중소기업의 월평균 임금을 연봉으로 계산한 3672만 원보다 두 배 반가량 많은 금액이다. 

여소야대 정국 속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상법 개정안 봇물

금수저 대 흙수저 논란은 기회의 평등이 보장되지 않고, 그 격차가 갈수록 심화되는 데 따른 것이다. 상법 개정안은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방법으로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을 정조준하고 있다. 김종인 전 대표가 대표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경제민주화를 통한 포용적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기업집단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해 책임성을 확보하고 주주총회를 활성화하는 등 투명하고 건전한 경영문화를 확립하기 위한 법적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취지다. 포용적 성장이란 경제성장에 따른 기회가 국민 각계각층에게 주어지고, 그 결과 늘어난 부가 사회전체에 공정하게 분배되는 것을 말한다. 

김 전 대표는 상법 개정안을 통해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의 이사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는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고, 이해관계자(stakeholder) 자본주의를 강화하는 측면에서 사외이사 선출에 근로자와 소액주주의 경영감시·감독권을 보장해 근로자 우리사주조합 및 소액주주의 사외이사 추천·선출권을 도입했다. 또 대표소송제도 및 감사위원회위원의 선임 절차를 개선하고,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모자회사 관계에 있어 자회사 이사의 위법행위로 자회사에 손해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모회사 역시 손해를 입더라도 자회사나 그 주주 또는 모회사가 책임을 추궁하지 않는 경우 현행법상 모회사의 주주가 직접 권리를 구제받는 데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2월 22일 건국대학교에서 열린 2016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을 마친 졸업생들이 취업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또 이를 위한 관련 규정이 미흡해 대표소송제도가 활발하게 활용되지 못하고 있고 사외이사가 지배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선출돼 제도의 실질적 기능이 무용지물이 되는 문제에 주목했다. 

이와 함께 감사에 갈음하는 감사위원회위원은 선임된 이사 중에서 선임되기 때문에 대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돼 선임되는 감사에 비해 독립성이 저해되는 문제도 있다는 시각이다.

재계, 기업지배구조 관련 상법 개정안에 반대 공동 성명서 채택 

재계는 감사위원선출 시 대주주의결권 제한이나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이 실시될 경우 국내기업은 외국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기업 경영권을 보호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5단체와 업종·지역별 단체로 구성된 경제단체협의회는 지난 3월 7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정기총회를 갖고 “기업이 일자리 창출과 경제 살리기에 전념할 수 있도록 과도한 규제 입법을 지양하고, 고용친화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시장경제 원칙이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기업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된 상법 개정안이 시장경제 기본원칙을 훼손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을 비롯해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도 상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공동 성명서를 채택하는 등 가세했다. 이들은 “과도한 기업규제로 투기성 거대 외국자본 앞에 기업의 경영권을 무방비 상태로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상장회사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상장기피 요인으로 작용해 자본시장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재벌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대부분 자본시장에 상장된 상장회사를 규제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상장회사 중 대기업은 14%에 불과하고 나머지 86%는 중소·중견기업으로 재벌개혁과는 상관없는 기업”이라고 주장했다. 재벌 개혁을 위한 상법 개정안이 경제민주화의 혜택을 받아야 할 중소·중견기업에게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포이즌 필(poison pill)이나 차등의결권과 같은 경영권 방어수단을 도입하기 위한 논의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상법 개정에 앞서 적대적 기업 인수에 대한 방어제도나 전략이 전제돼야 한다는 의미다. 포이즌 필(poison pill plan, 독약계획 제도)은 적대적 기업인수 이전에 대상회사의 주주들에게 일정한 사실이 발생하면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낮은 가격으로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증권 발행을 가능케 하는 제도다. 이와 함께 적대적 기업인수 대상회사의 경영진이 자신들이 선호하는 다른 회사로 하여금 대상회사의 주식을 매수하도록 해 적대적 기업인수 시도를 무산시키는 백기사 제도(white knight) 등도 있다. 

금뱃지 던지고 빅텐트로 돌아온 김종인

김종인 전 대표가 8일 민주당에 탈당계를 제출하자 ‘대선 정국을 주도할 빅텐트가 펼쳐졌다’는 평가가 일부에서 나왔다. 경제민주화를 중심으로 한 빅텐트는 과거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시도한 개헌 중심의 빅텐트와는 또다른 버전이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 = 국회

김종인發 빅텐트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다양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9일 기자회견에서 김 전 대표의 개헌 방향과 경제민주화, 패권정치 종식 방안에 협력할 뜻을 분명히 했다.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유승민 의원은 역시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등에 대한 공감대로 연대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경제민주화 콘텐츠의 영향력 때문으로 보인다. 김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표에게 ‘쓰다버린 카드’로 전락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최근 몇 차례의 선거에서 그의 ‘콘텐츠 파워’는 이미 발휘된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3·4세 경영인과 청년실업률 10%의 대비는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했고, 이는 경제민주화 주장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상법 개정안을 두고 “재벌 총수일가 지배력 강화를 방지하고 황제경영 방지를 위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영권 세습을 위한 재벌 오너들의 노림수를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재계에선 경영 자율성을 강조하며 ‘기업 옥죄기’라고 주장하지만 재벌들의 황제경영을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상법 개정안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며 “다만 여야 간 정치쟁점이 많아 집중력이 떨어지고 차기 정부가 출범할 경우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 임시국회 때 처리가 최적”이라고 말했다. 김종인표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는 “상징성이 있다는 점에는 동의할 수 있으나 다양한 진영에서 법안이나 대책들을 내놓고 있어 대표성이 있다는 점에서는 평가가 엇갈릴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재계는 외국 투기자본의 기업 경영권 장악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돼 외국 투기자본이 주가 상승을 노리고 단기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할 경우 정상적인 기업경영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시각이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단기이익을 노린 소수 주주들의 기회주의적 행동으로 일반 주주들과 회사의 장기적 가치훼손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자회사에 대한 평균 지분율이 75%를 넘는 우리나라는 자회사 경영진에 대한 경영권 침해와 자회사 주주의 권리침해 등 부작용이 클 것”이라며 강조했다. 이어 “원론적으로 상법은 기업을 옥죄는 법이 아니라 기업 활동을 원활하게 하고 기업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법으로, 상법 개정안은 기업 부담을 가중하는 것으로 그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평가했다. 

김 전 대표의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선 “1987년 헌법 제8차 개정 때 경제민주화 조항이 만들어졌지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불과 4~5년 전부터의 일”이라며 “이는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구조화된 것으로, 목적에는 동의할 수 있으나 재벌기업을 억눌러서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식으로 대기업 규제가 모든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접근하는 방법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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