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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경제 인터뷰-김병규 교수] 한국 기업들, 품질은 좋은데 감각이 영…

"세련된 감각 포지셔닝 개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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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26호 윤지원⁄ 2017.03.13 10:31:18

▲‘감각을 디자인하라’의 저자 김병규. (사진 = 윤지원 기자)


작년 9월 ‘감각을 디자인하라’를 펴낸 연세대 경영학과 김병규 교수는 책 서문에서 집필 의도를 이렇게 밝혔다. 한국 브랜드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 경쟁력을 갖추고도 소비자들의 신뢰를 넘어 사랑을 받는 데는 미국이나 유럽의 유명 브랜드에 비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이 이 책을 집필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그는 그 차이가 다양한 감각경험을 통해 그 브랜드를 느낄 수 있는지의 여부에 있다고 파악했다. 그래서 자신의 연구를 통해 한국 브랜드들이 감각경험을 브랜드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하고 브랜드 전략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근거와 방법을 제시하고자 했다. 컨설팅과 광고계가 최근 10년가량 집중해 온 ‘오감 브랜딩(마케팅)’의 필요성에서 한발 더 나아간 주제의식이다. ‘문화가 경제’라는 구호를 통해 경제와 문화의 접점을 들여다보고 기사화하는 CNB저널은 김 교수를 만나 첨단 마케팅 영역인 ‘감각경험 브랜딩’에 대해 들어봤다.


‘미국의 대학생들이나 일반 소비자들에게 자신들이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가 무엇인지 자주 알아보았다. 애플, 나이키, 티파니, 넷플릭스, 버진 아메리카 등 다양한 미국 브랜드들이 답으로 나왔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답으로 나오는 것은 안타깝게도 한국 브랜드들이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브랜드들이었다.’ 서문에 이렇게 적으셨던데, 기자도 그런 안타까운 한국 소비자 중 하나다. 소비자들이 신뢰를 넘어선 애착을 갖는 브랜드를 책에는 ‘Love 브랜드’라고 명명했다. 기자처럼 안타까운 한국 소비자는 한국 브랜드의 품질이 아무리 뛰어나도 자신의 러브 브랜드(대개 외국의)에 비하면 아직 카피캣(흉내쟁이)에 불과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노골적으로 ‘카피캣’임을 표방한 중국 브랜드는 더 하다. 서구 원본의 감각경험을 흉내 내지만 원본과 차이가 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책 후반부에 인용한 애플 수석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의 “디테일에 집착하라”는 말이 러브브랜드와 카피캣의 차이에 대한 해답으로 보였다.

제품이나 서비스에는 본연의 기능과 관련된 주요 품질이 있고, 그것보다 덜 중요한 품질이 있다. 예를 들어 TV의 주요 품질이라면 화질을 들 수 있다. 한국 브랜드 제품은 그런 주요 품질의 완성도가 대단히 높다. 핵심적인 성능은 나무랄 데 없이 좋다. 그런데 유럽이나 일본의 제품들과 비교해보면, 소비자가 쉽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지점에서 완성도 차이가 발견된다. 한국 기업인들도 공통적으로 ‘디테일에서는 차이가 있다’고 인정하며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제품의 주요 품질이 뛰어나면 소비자는 그 제품에 대해 신뢰한다. 그런데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완성도가 뛰어나면 소비자는 감탄하게 된다. “이 제품이 좋고 믿을만하다”라는 평가는 머리(이성)에 따른 것이고, 그것을 넘어선 감탄은 정서적인 문제다. 감탄이 나올 수 있을 때 제품에 대한 애착과 애정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주요 품질이 뛰어나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거기에 더해 소비자가 브랜드에 애정과 애착까지 가지려면 역시 디테일이 중요하다.

잘나가는 브랜드와 못나가는 브랜드의 차이가 아니라, 둘 다 잘나가지만 어떻게 한 단계 더 올라가느냐 하는 문제는 디테일에서 결정된다는 것인지?

그렇다.


삼성전자가 처음 스마트폰을 내놨을 때 애플을 따라한다는 비판이 있었고 지금도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하지만 이제는 시장에서 애플을 뛰어 넘는 성적을 내놓기도 한다.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충성도는 품질에 대한 신뢰에서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소위 ‘애플 빠’, ‘앱등이’ 같은 말이 붙을 정도인 애플 브랜드 팬들의 충성도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소비자가 어떤 브랜드를 좋아하게 되는 데는 인지적인(cognitive) 요소가 있다. 좋다는 것이 머리로 이해되는 것을 말한다. 또한, 감정적인 요소도 있다. 좋다고 느끼는 것이다. 

머리로 이해하면 신뢰가 형성되지만 그것만으로는 ‘빠’나 팬이 생긴다고 볼 수 없다. 반면 감성적이기만 하고 신뢰가 뒤를 받쳐주지 못해도 안 된다. 예뻐서 갖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 제품을 구매했지만, 사용해보고 품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신뢰를 가질 수 없다. 따라서 브랜드는 소비자의 신뢰와 애착이 동시에 갖춰지는 것이 이상적이다.

삼성 제품의 이성적인 면, 신뢰할만한 품질은 나무랄 데 없다고 본다. 오히려 더 뛰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감성이나 정서적인 면에서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서는 애플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아까 말한 대로 디테일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고가 카메라 브랜드인 ‘라이카’의 뛰어난 성능을 평범한 소비자가 제대로 활용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라이카의 묵직한 셔터 소리는 누가 들어도 이것이 고가의 고성능 카메라라고 느낄 수 있어 브랜드 성능을 전달하는 감각적 포지셔닝의 좋은 예가 된다. (사진 = 라이카)


감각적 포지셔닝을 제안하다

‘감각을 디자인하라’는 한국 브랜드가 소비자로부터 애착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제시하나?

어떤 브랜드가 소비자로부터 신뢰 이상의 애정과 애착을 끌어내려면 감각적인 자극이 필요하다. 예컨대, 로봇 강아지의 성능이 매우 뛰어나서 실제 강아지처럼 짖고 뛰어다니고 애교를 부린다고 해도, 소비자는 진짜 강아지만큼 사랑하게 되지 않을 것이다. 눈으로 봤을 때, 그것이 내는 소리를 들었을 때, 그것의 감촉과 향기를 느꼈을 때 비로소 그것이 살아있는 대상이라고 인정할 수 있고, 애정과 애착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그런데 “브랜드는 품질 이상의 감각 자극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얘기는 컨설팅 분야나 광고계에서 이미 10년 전부터 깨닫고 논의해 온 부분이다. ‘감각을 디자인하라’에서 새롭게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감각적 자극의 필요성을 논하는 차원을 넘어선 ‘감각적 포지셔닝(Sensory Positioning)’에 대한 것이다.

브랜드가 감각 자극을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반응을 이끌어내려면 두 가지가 필요한데, 첫째는 브랜드의 성능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브랜드의 뚜렷한 성격을 드러내는 것이다.

브랜드 포지셔닝은 소비자가 브랜드를 어떤 성능, 어떤 성격을 갖춘 것으로 인식하게 할 것인가 하는 전략이다. 기존에는 기업들이 광고를 통해 소비자에게 자기네 브랜드의 포지션을 알렸다. “이 제품은 이런 제품이다. 이 브랜드는 이런 브랜드다”라고, 광고를 통해 소비자에게 말했다.

‘감각적 포지셔닝’은, 소비자가 그 제품을 소비하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직접 자신의 감각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 브랜드의 포지션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각적 포지셔닝이 왜 필요한가?

먼저 제품 성능 면에서 얘기해보자. 스마트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등 요즘 제품은 성능이 매우 뛰어나다. 소비자가 실제로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수준 이상으로 뛰어나다.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이 제품이 정말로 얼마나 뛰어난 건지 판단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 기업이 아무리 제품을 잘 만들어도 소비자가 그 진가를 직관적으로 알 수 없으면 소용없는 일이다. 이 제품이 왜 좋은지, 어떤 면이 좋은지, 계속 알려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소비자는 그 차가 얼마나 빠른지, 얼마나 성능이 뛰어난지, 아무리 설명을 듣고 머리로 이해해보려 해도 크게 와 닿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바로 “와, 이 제품 되게 좋다!”라며 감탄하게 만드는 것이다.

카메라를 예로 들어 보겠다. ‘라이카’ 브랜드의 카메라는 매우 고가의 카메라다.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아무리 라이카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도 싸구려 똑딱이 디지털 카메라로 찍는 것과 사진 질에 큰 차이가 없다. 남들이 라이카는 좋은 카메라라고 얘기하고, 가격도 비싸니까 머리로는 비싸고 좋은 카메라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내가 그것을 사용해서 찍은 사진을 통해서는 그 뛰어난 품질을 실제로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아무리 나처럼 사진에 초심자인 소비자라고 해도 라이카 카메라의 셔터 소리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셔터 소리가 얼마나 무게감 있게 들리는지, 또렷하게 들리는지 등을 감각적으로 느끼게 된다. 라이카 사용자 포럼을 방문해보면, 셔터 소리를 듣고 “좋은 카메라”라고 느낄 수 있어 만족한다는 소비자 리뷰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제품이 정말로 뛰어나다면 소비자는 열 마디 설명을 들을 필요 없이, 감각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줄 필요가 있다. 특히 요즘처럼 제품들의 성능이 너무 뛰어날 경우에 더욱 필요하다. 제품의 여러 가지 우수한 성능을 모두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사용자 스스로 써 보다가 “와, 이런 것도 되네”하면서 감탄하면, 제품의 좋음을 감각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처럼 제품의 성능을 감각적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븐스 제너레이션’은 친환경 세제의 용기를 재생종이로 만들어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라는 브랜드의 성격을 감각을 통해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게 했다. (사진 = 세븐스 제너레이션 홈페이지)


“성능을 어떻게 말로 알려주나? 감각으로 느끼게 해야지”

두 번째, 요즘은 제품 종류도 많고, 품질도 다 비슷해지고 있다. 이럴 때 제품에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부여해야 하는데, 이때도 역시 감각적인 경험을 이용해야 한다.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면서 “제품이 품위 있다”, “제품이 트렌디하다”를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어야 좋다.

예를 들어 ‘세븐스 제너레이션(Seventh Generation)’이라는 친환경 제품 브랜드가 있다. 현 세대뿐 아니라 일곱 세대 후의 후손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를 내세운 브랜드다. 이 회사의 제품이 아무리 친환경 원료를 사용하고, 또 소비자가 그걸 매일 사용한다고 해도, 그것이 친환경 제품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거나 느끼기는 어렵다. 그런데 이 회사는 고농축 세제를 재활용 종이 용기에 담아 출시했다. 이 종이 용기는 자연에서 완전히 생분해된다. 액체 세제를 보관해야 하므로 용기 내부에 얇은 비닐 팩이 들어있기는 하지만, 일반 세제용기에 비해 플라스틱을 65% 덜 사용한다. 

소비자는 이 용기를 보고, 손에 쥐는 순간 플라스틱 표면의 차갑고 매끈함이 아니라 재생용지의 거친 질감을 느끼게 된다. 뒷면에 상세히 적혀있는 세제 원료에 대한 정보를 일일이 다 읽지 않더라도 소비자는 이 제품이 얼마나 친환경적인지를 감각적으로 느끼게 된다. 이처럼 브랜드 정체성에 딱 맞는 감각 자극을 제대로 활용하면 직관적으로 그 브랜드가 추구하는 성격을 알 수 있다.

기술이 너무 좋아진 결과로 소비자들이 제품들 사이에 품질의 차이를 못 느끼고 있다. 그러니 소비자가 우리 브랜드의 품질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도와줘야 하는 것이고, 차별성을 느끼게 해 줘야 한다. 이처럼 브랜드의 독특한 아이덴티티 구축을 위해서도 감각적인 경험을 활용해야 한다.

이런 감각적 포지셔닝에 어울리는 감각적 자극의 좋은 예들이 있다. 코카콜라의 탄산이 주는 시원한 질감과 소리, 티파니 포장재에 쓰이는 강렬한 색상, 미니 쿠퍼의 귀여운 디자인 같은 뚜렷한 감각적 자극과 브랜드의 감각적 포지셔닝이 잘 결합됐을 때 소비자가 애정과 애착을 갖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책에 ‘프링글스’ 예를 든 것도 재미있었다. ‘빼빼로’ 과자 역시 비슷한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프링글스의 바삭바삭한 감각과 빼빼로의 똑똑 끊어먹는 감각 등은 감각적 자극과 감각적 포지셔닝 의 두 측면에서 모두 좋은 예가 된다. 프링글스를 부숴 먹을 때의 소리나 촉각은 우선 재미가 있다. 그것은 감각적 자극이다. 또 그것이 완벽하게 ‘바삭’하고 부서지는 감각이 전해질 때 소비자는 그것을 신선함의 척도로 받아들인다. 바삭거릴수록 신선하다고 여긴다. 그것은 감각적 성능, 즉 감각적 포지셔닝에 기여한다.


감성품질이 특히 중요한 제품은 사실 자동차나 전자제품 같은 고성능 제품이다. 소비자는 요즘 고성능 제품의 모든 성능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다 쓰지 못하기도 하고, 본래 용도와 무관하게 사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고성능 제품 영역에서는 국내 브랜드와 해외 브랜드를 비교하는 데 감성 품질이 유용하고 뚜렷한 기준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는 특유의 민트색 포장이 주는 산뜻하고 캐주얼한 느낌으로 클래식한 유럽 명품 주얼리와는 다른 브랜드 성격을 어필한다. (사진 = 티파니)


공간을 차별화하라

책에서 ‘버진 아메리카’ 항공은 다른 저가항공과 달리 비행기 내부 조명을 보라색 톤으로 디자인하고 특유의 향을 내는 등 비행기가 아닌 고급 바(Bar)에 들어선 느낌을 주도록 공간 감각을 차별화해 성공을 거두었다고 썼다. 그런데 이처럼 어떤 공간에서 조명과 향기로 조성되는 분위기나 무드는 시각과 후각이 공감각적으로 만들어내는 자극 아닌가? 또 사람들은 공간의 ‘기운’을 느낀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일종의 육감이 작용되는 것 같기도 하다. 공간에서 느껴지는 공감각적 자극이나 육감 자극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브랜드의 감각적 포지셔닝에서, 공간의 성격을 차별화하는 것은 중요하다. 공간의 향기가 소비자 심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관련 연구 사례가 다양하고, 책에도 여럿 소개되어 있는데, 일반적으로 사람이 공간의 성격을 파악할 때는 후각에 많이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공간에 관한 언어적 표현을 통해 이를 짐작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어떤 방에 들어갔을 때, 안에서 수군거리던 사람들이 갑자기 조용해지는 것을 느꼈을 때 우리는 ‘수상한 냄새가 난다’고 표현한다. 수군거리는 소리가 사라지는 것은 청각 자극인데도 그렇게 말한다. 그리고 영어로도 똑같은 표현을 쓴다. “Something smells fish” 즉 “생선 냄새가 난다”는 말로 그 공간 분위기의 수상함을 표현한다.

이처럼 언어가 서로 다른 문화권이라도 공간의 분위기에 대한 표현이 비슷한 것을 보면, 사람이 공간의 성격을 파악할 때 후각에 많이 의존하는 것이 아닐까 짐작할 수 있다. 

다만 공간의 성격이나 분위기가 어떠하다 판단하면서 그 판단의 근거가 된 자극의 기원을 모를 때가 많을 것이다. 입력된 감각적 자극(Sensory Input)이 시각적인지 후각적인지 늘 의식하고 사는 것은 아니니까. 

따라서 분위기 판단의 근거가 된 자극의 근원이 추적되지 않는 채 느낌만 남았다고 생각되면, 이를 육감이나 기운으로 해석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때 실제로 어떤 물리적 자극이 작용했는지 파악할 수 있지 않아 학문의 대상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사례다.

공간 차별화에 관한 얘기를 더 해보자. 최신 트렌드의 감각적 포지셔닝을 시도하는 브랜드들이 많지만, 대형 마트에 밀려 사라져가는 재래시장처럼 고유한 공간도 감각적인 포지셔닝 면에서 이미 독특한 성격을 지니고 있지 않나 싶다.

공간을 감각적으로 차별하는 효과는 ‘일상과 다른 곳’이라는 느낌을 줄 때 유효하다. 과거 재래시장은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와 비슷한 일상적인 공간이었다. 그때 사람들은 그것과 다른 분위기를 띄는 공간, 즉 더 깔끔하고 정돈되고 잘 구획된 곳을 찾아가고 싶어 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디를 가든 깔끔하고 정돈되고 잘 구획되어 있다. 요즘 한국 대형마트는 매우 깨끗하고 현대적이다. 하지만 모든 마트가 전부 다 그렇다면, 오히려 재래시장이 새롭고 다르다고 느껴질 것이다. 사람들은 계속 일상을 벗어난 다른 경험을 하고 싶어 한다. 

따라서 재래시장은 감각적으로 더 전통 재래시장다워야 한다. 생선 비린내라던가 사방에서 들려오는 소음, 또는 전혀 조화롭지 않게 배치된 여러 색깔 등등은 더 강조를 하는 것이 낫다. 다만, 재래시장의 낙후된 안전 및 위생 시설 등은 관리가 필요하다.

꼭 현대적인 감각을 도입할 필요는 없다는 뜻인가?

안전과 위생은 가장 현대적이고 확실한 방법을 도입하되, 드러나지 않게 잘 관리해야 할 것이다. 그밖에 고유한 감각적인 요소들은 기존 그대로 유지하는 편이 더 도움 될 것으로 본다.


▲미국의 저가항공사 '버진아메리카'는 고급 바(Bar)를 연상시키는 보라색 톤의 조명과 특별히 조향한 향기, 클럽 음악 등으로 저가항공 비행기의 객실 공간을 감각적으로 차별화해 젊은 대도시 비즈니스맨을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 성격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사진 = 버진아메리카)


심리학적 접근의 유용성

학부 시절 서울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교수님의 심리학적 배경과 관련한 질문이다. 심리학에서도 대상에 애착을 형성하는 데 감각적 자극이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교수님의 책도 소비자가 브랜드에 대한 애정과 애착이 형성되는 데는 감각적 자극이 중요하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바로 그렇다. 심리학에서는 대인관계에 있어 친밀도를 높이는 데 신체적 접촉이 중요하다는 연구가 많다. 경험적으로도 알 수 있다. 아무런 감각적 자극이 없는 대상보다, 좋은 냄새가 난다거나 가벼운 스킨십이라도 주고받는 사이에 친밀도가 높아진다. 


내가 브랜드에 대해 기대하는 부분도 바로 그것이다. 아무리 제품을 잘 만들어도 아무런 느낌이 생기지 않는다면 도구에 불과하다. 하지만 제품이 주는 감각적 자극을 통해 쾌감을 얻을 뿐 아니라 그 자극을 통해 그 제품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그 제품은 소비자에게 도구 이상의 지위를 얻게 되고,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이런 심리학적인 면이 브랜드에 바로 적용이 돼야 한다.

내가 감각 경험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고 관심을 가지게 된 것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시작되었다. 느껴지지 않는 브랜드는 그냥 거기 놓여있는 것에 불과하다.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려면 애착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감각적 자극의 필요성에 대한 얘기다. 조금 더 들어가서 이 책에서 강조한 감각적 포지셔닝에 관해 얘기하자면 다른 예를 들 수 있다. 어떤 사람을 만나 악수나 포옹 같은 신체 접촉을 해서 친밀도가 높아지는 것은 감각적 자극 차원의 얘기다. 감각적 포지셔닝은, 그렇게 잠깐 만져본 상대방의 옷이 매우 고급스러운 질감이었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이 고급스러운 취향을 가졌거나, 품위 있는 사람이라고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내 경험을 바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얘기라서 쉽다. 책도 쉽고 재미있게 읽었다. 평소 관심 있던 브랜드들이 등장하고 재미있는 사례들이 많이 소개돼 딱딱하지 않고 편했다. 기자에겐 사실 낯선 이론인데 전체적으로 쉽게 수긍이 된다. 얼마나 오래된 학문 분야인가?

감각 마케팅(Sensory Marketing) 자체가 오래된 학문 분야는 아니다. 미국에서도 연구가 많지 않고 관련 서적도 몇 권 없다. 하지만 마케팅 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개념이고, 그들에게 가이드가 될 수 있는 책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집필을 시작했다.



김 교수는 감각적 자극이나 감각적 포지셔닝 등이 수치화·계량화되기 어려운 개념이긴 하지만, 실제 여러 브랜드의 감각적 포지셔닝 성취도를 평가하고,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꼭 해야 할 일이며, 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만약 이것이 실현된다면 마케팅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감각을 디자인하라’는 2016년 9월 27일에 출간되었다. 책을 펴낸 출판사 ‘미래의 창’은 이 책이 마케팅/세일즈 부문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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