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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갤러리AG서 첫 개인전 갖는 배우 아닌 작가 이광기

"나라고"를 외치며 막간 사이 자아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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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27호 김금영⁄ 2017.03.17 10:43:52

▲'자아 찾기' 그리고 '희망'을 주제로 한 '막간(Intermission)'전으로 첫 개인전을 연 이광기.(사진=김금영 기자)

(CNB저널 = 김금영 기자) “나야, 나라고, 나라니까.”


“배우야? 작가야?” 이 질문에 이광기는 이렇게 대답할 듯하다. 배우로서 연기를 하는 것도, 작가로서 전시를 여는 것도 모두 이광기다. 그는 실제로 갤러리AG에서의 작가 데뷔전에 이 음성을 틀어놓았다. ‘당신은 누구냐’고 묻는 질문에 끊임없이 “바로 나”라고 답한다. 이건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막간(Intermission)’전을 선보인 그를 만났다. 사진을 포함해 설치 작품까지 총 20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광기 작가의 '막간(Intermission)'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AG 전시장 내부.(사진=김금영 기자)

“막간은 배우로서는 극과 극 사이를 이야기하죠. 그런데 꼭 배우가 아니어도 모든 사람들에게는 막간이 존재해요. 삶과 죽음이 존재하고, 상처와 치유도 있으며, 다양한 선택 사이의 기로도 있죠. 이 모든 게 막간이에요. 바로 우리의 이야기죠.”


이 막간을 이야기하기 위해 화면에 등장시킨 건 꽃이다. 그의 화면을 보면 생생한 꽃과 시들어가는 꽃이 함께 등장한다. 언뜻 보면 모두 생화인 것 같지만, 잘 살펴보면 생생한 꽃은 조화다. 삶과 죽음이 함께 자리하는 듯한 화면이 묘한 느낌을 준다.


“사람들이 처음에 작품을 보면 조화와 생화를 구분 못해요. 그런데 화면을 자세히 보고서야 조화가 있다는 것을 눈치 채죠. 라마라마 플라워 정은정 대표와 협업한 설치작품을 보고서도 깨달아요. 실제 생화를 가져다 놓았는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이 꽃이 점점 시드는 게 보이거든요. 가짜인 조화와 진짜인 생화가 극명하게 차이가 나기 시작하는 거죠. 그런데 전 여기서 자신의 본질을 잊고, 자신의 껍데기가 진짜인줄 알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봤어요. 이건 아마 제가 경험했기에 더 여실히 다가왔는지도 모르겠어요.”


▲이광기, '동정의 시선에서 공감의 마음으로'. 115 x 143cm.

사람들에게 익숙한 건 연예인으로서의 이광기다. 특히 그에겐 활발한 이미지가 있다. 생기발랄한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광기는 스스로 무리할 때도 있을 터다. 그러다보니 진짜 자신이 누구인지 점점 잊어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성찰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결국 화면에 등장하는 조화와 생화는 모두 이광기의 모습이자,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런데 마냥 어둡지만은 않다.


“저는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생화가 내 본모습이니 아름답고, 조화는 거짓된 모습이니 아름답지 않다는 이분법적인 이야기가 아니죠. 제게 있는 모든 모습을 살펴보고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는 거예요. 그리고 막간을 살아가는 이 꽃의 모습에서 조화로움도 느꼈습니다. 흔히들 삶과 죽음은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시든 꽃을 보면 씨앗이 떨어져 있어요. 이 씨앗이 바닥에 떨어져서 또 생명을 만들죠. 여기서 우리는 새로운 시작, 희망을 발견해요. 막간의 우리는 계속해서 희망을 찾아가며 살아가는 거예요.”


▲이광기, '막간 꽃(Intermission Flower) No.7'. 잉크젯 프린트, 90 x 112cm. 2017.

이광기 또한 절망을 맛본 순간이 있었다. 일곱 살 어린 아들이 신종플루에 이은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광기는 그때 세상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어느 순간 자신을 돌아보니, 또 새로운 희망을 품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그때 이광기는 눈물이 흘렀다고 한다. 그리고 다짐했단다. 끊임없이 희망을 찾고, 열정적으로 막간을 살아가겠다고.


“예전에 저는 아주 못난 꽃이었어요. 지금도 못났지만요. 그런데 어느 날 보니 그래도 조금 아름다운 꽃으로 변해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제 자아를 돌아보면서 시들어가는 것에서도 길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또 스스로에게 다짐한 게 있어요. 나중에 하늘나라에 갔을 때 떳떳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절망에 주저하지 않고 앞을 바라보는 멋진 아버지요. 이 희망의 이야기를 함께 공유하고 싶었어요.”


삶과 죽음이 순환되는 사이, 그곳에 희망이 있다


▲이광기, '막간 꽃(Intermission Flower) No.4'. 잉크젯 프린트, 90 x 112cm. 2017.

이광기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갑자기 웬 전시?"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실상 그는 작가들 사이에서도 소문난 문화예술 애호가다. 작품 수집은 물론, 특히 전시 기획에 활발하게 참여했다. 2010~2015년 아이티 자선 미술 경매를 기획했고, 2011 DMZ 국제다큐영화제 특별전, 2012 제4회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 이용백 작가의 ‘상상동화’ 퍼레이드, 2013 정전 60주년 공공미술 프로젝트 - 아이 드림(I dream) 등을 기획했다. 또한 2016 화랑미술제, 아트부산, 부산사진아트페어, 키아프 등을 비롯해, 2016 DMZ 캠프그리브스 문화재생사업의 디렉터로 참여하기도 했다. ‘문화 나눔’의 힘을 믿는 그다.


“전시 기획을 할 때도, 봉사 활동을 할 때도 밑바탕에는 문화 나눔의 실천이 깔려 있었어요. 지구 반대편의 아이들을 만났을 때 특히 이 점을 느꼈어요. 아이들은 물질적 도움은 많이 받았지만 문화적 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많았죠. 피리 하나를 주고 곡 하나를 가르쳐줬는데 2년 뒤 다시 만났을 때도 그 피리로 가르쳐 준 곡을 계속 연습 중이더라고요. 그런데 표정이 정말 행복했어요. 기부를 하고 학교를 짓는 것도 물론 중요한 도움이에요. 그런데 이들의 감성을 문화로 풍요롭게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이광기, '막간 꽃(Intermission Flower) No.1'. 잉크젯 프린트, 155 x 118.75cm. 2017.

작가로서의 활동을 결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전부터 전시를 기획하며 작업에 대한 갈망은 있었다. 그런데 아프리카에서의 봉사 활동 때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그 열망이 더욱 커졌다. 평소에도 촬영장에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그런데 아이들의 사진을 찍으면서 행복한 감정을 느꼈다. 사진을 접하기 힘든 아이들은 자신의 모습이 찍힌 사진을 보고 정말 행복해했다. 이광기 또한 그 모습을 보고 행복했고, 집에 와서 사진을 돌아보며 그 행복감을 다시 떠올렸다.


“배우로서도 창작 활동을 해 왔어요. 그런데 예술이라는 근원 아래 사진 찍는 활동도 창작 활동이죠. 저는 배우와 작가 사이에 선을 긋고 싶지 않았어요. 과거 사람들은 벽화를 통해 그림을 그렸고, 소통을 하기 위해 언어가 생겼고, 표현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원형 극장을 만들었죠. 그 근원에 예술이 있어요. 본질은 결국 같은 거죠. 예술로 기쁨을 나누고 소통하는 일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요?”


안국약품 갤러리AG는 데뷔전의 부담을 덜어줬다고 한다. 지역사회를 위한 갤러리의 특성을 갖췄고, 비영리공간이라 순수하게 작품으로서 평가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이광기, '막간 꽃(Intermission Flower) No.3'. 잉크젯 프린트, 155 x 118.75cm. 2017.

“이 공간에서 전시를 하면서 특히 좋았던 순간이 초등학생들이 와서 작품을 볼 때였어요. 거의 매일 오는 아이들이 있는데, ‘야, 오늘 그림 바뀌었다’ 하면서 자기들끼리 열심히 작품 보면서 놀다가 가더라고요.”


아이들은 연예인 작가라는 편견 없이 작품을 보고 갔다. 이광기가 고민한 부분이기도 하다. 인지도에 의지해 쉽게 전시를 여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아트테이너에겐 숙명처럼 따라다닌다. 이광기는 신중하고 싶다는 생각에 전시 기간도 미루면서 준비했다.


“저는 먼저 작품을 봐달라고 말하고 싶어요. 작품을 본 뒤 비판하면 받아들이겠지만, 보지도 않고 비난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배우들은 순전히 운으로 인지도를 얻지 않아요. 진정성을 담은 연기와 활동이 바탕이 되죠. 그래서 얼마나 힘들게 올라간 자리란 걸 알기에 결코 쉬운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지 않아요. 그건 본인 스스로 자멸하는 길이라는 걸 알거든요. 저는 대표적인 아트테이너로 꼽히는 하정우의 열정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영화 촬영장에서도 틈틈이 그림을 그릴 정도로 열정을 보이죠. 저 또한 인기에 업혀 작업하려는 생각은 없습니다.”


▲라마라마 플라워 정은정 대표와 협업한 설치작품 앞에서 이광기 작가가 포즈를 취했다. 그는 이번 첫 개인전을 통해 연예인이 아닌 작가로 평가받고 싶어 했다.(사진=김금영 기자)

고심과 노력 속에 마련한 첫 개인전 공개 자리에서 그는 다시금 흐르려는 눈물을 참았다. 그건 아마 이번 전시가 지금까지의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돌아보는 동시에, 앞으로 더 열정을 다할 삶을 바라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진뿐 아니라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작업이 많아요. 설치 작업도 올해 안에 선보일 예정이고, 미디어 작업에도 관심이 있죠. 방식은 다양할지 몰라도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같아요. 희망,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성찰의 이야기죠. 주위의 시선에 비치는 자신을 만들려다가 자기 모습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 또한 아직 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 있죠. 이 과정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면서 이광기만의 색깔을 갖추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계속 작업을 통해 퀘스천 마크를 던질 겁니다.” 전시는 안국약품 갤러리AG에서 4월 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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