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너무 가난해 헌 종이, 녹슨 냄비 줍는 넝마주이로 살 때도, 이 나이가 되어서까지 같은 일을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리어카 가득 파지를 실어 나르는 노인의 한숨 섞인 이야기가 핑크색 천에 묶인 골판지 작품으로 녹아들었다.
작가 차재영의 전시 ‘저니#(Journey#)’가 갤러리 도스에서 3월 22~28일 열린다.
차재영 작가는 그간 버려지고 소외되는 것, 파괴되고 사라지는 것에 대한 사유를 강렬한 색감의 오브제를 통해 작업해왔다. 전작에서 어릴 적 동심을 구름이란 소재로 풀어낸 그는, 신작에서 조금 더 불편한 현실을 대면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길에서 마주하는 노인과 리어카, 그리고 고물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시를 준비하며 고물상을 많이 찾아다닌 작가는, 마치 보물창고에 온 듯한 기분을 느낀 반면, 말끔히 차려입은 자신에게 돌아온 따가운 시선과 문전박대도 경험했다고 한다.
길 위에서 혹은 고물상에서 만난 어르신들과 점차 가까워지며 그는 “알면서도 모른척했던 것들이 자꾸 보이기 시작하면서 죄책감이 들었다”고 작가노트를 통해 밝힌다. 이어 “어쩌면 수레의 주인은 가난한 노인이 아닌 현대인들이 아닐까” 되물으며 사회를 향한 불편함과 동시에 놓칠 수 없는 희망을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