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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북해에서의 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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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529호 김연수⁄ 2017.03.23 17:08:42


비평가 로절린드 크라우스의 ‘북해에서의 항해’는 새로운 밀레니엄을 목전에 둔 1999년에 발표돼, 동시대의 미술이 당면한 상황을 진단하고 이를 넘어서기 위한 방편을 제시한 책이다.


낭만주의적 정조가 물씬 풍기는 이 책의 제목은 벨기에의 개념미술가 마르셀 브로타스(Marcel Broodthaers)의 기념비적 작업인 ‘북해에서의 항해’에서 가져온 것이다. 크라우스는 브로타스의 이 작업에서 현대미술을 곤란에 빠트린 ‘매체’의 개념을 구원할 가능성을 발견한다.


“각 예술이 고유하고 그 스스로가 되는 것은 자체의 매체에 의해서다”라는 클레멘트 그린버그의 말은 모더니즘 미술의 교리였다. 매체에 부여된 과도한 의미부여 때문에 ‘매체’라는 말에는 너무 많은 거품이 낄 수밖에 없었기도 하다. 모더니즘은 매체의 순수성을 발전시켜오다가, 1970년대에 이르러 모더니즘이 상정한 바로 그 매체라는 개념 때문에 미술사 내적으로 파국을 맞게 된다. 그리고 이후에 전개되는 설치미술 등의 유행도 결과적으로 이 매체라는 개념에서 파생된 것이다.


브로타스는 매체의 개념을 뒤흔들며 ‘포스트-매체’의 조건을 예견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그는 설치미술과 장소 특정적 미술, 그리고 인터미디어 예술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실제로 그의 작업은 책, 실험영화, 설치미술, 허구의 미술관 등 다양한 매체를 종횡으로 가로지른다.


책과 영화로 만들어진 브로타스의 ‘북해에서의 항해’는 매체라는 개념이 미술 안팎에서 근본적인 위기를 받고 있던 개념미술 시대(1960~1970년대)에 만들어진 작업이다. 크라우스가 보기에, 뉴욕의 개념미술은 모더니즘적 매체 개념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결국 후유증에 불과한 설치미술의 도래를 초래했다. 반면에 북해에서의 항해는 모더니즘적 매체의 개념을 넘어서면서도 매체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작업임을 크라우스는 치밀한 분석과 논리적 구성을 통해 밝혀낸다.


로절린드 크라우스 지음 / 김지훈 옮김 / 2만 원 / 현실문화A 펴냄 / 1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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