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저널 = 유경석 기자) 2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 1위와 격차를 줄여나가는 동시에 2위를 수성하기 위한 경쟁은 기업 전략이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위 경쟁의 핵심은 엣지(edge), 즉 날카로움이다. 고객이 중요하게 여기는 기능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경쟁사와는 차별화할 수 있는 전략이 승부수다. 이는 ‘최초’를 내세운 시장 선도자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퍼스트무버(first mover) 전략, 즉 1위 전략과는 분명한 차이다. 1위 기업보다 개선된 기능이나 서비스로 업그레이드한,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운 2위 경쟁은 어떻게 펼쳐지고 있을까.
▲사진은 서울 세종로네거리에서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는 시민들. 사진은 기사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사진 = 연합뉴스
밸런스로 승부하는 1등 전략, 엣지로 승부수 띄운 2등 전략
브랜드 사무용 가구시장 점유율이 50%에 달하는 퍼시스는 1등 전략의 전형을 보이며 성장 중이다. 1등 전략의 핵심은 밸런스, 즉 고객이 관심을 갖는 모든 부분에서 균형감을 갖추는 것이다. 퍼시스는 현재 전문성 강화를 밸런스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퍼시스는 직군별 업무행태와 특성을 연구 분석해 5가지 사용자 유형에 맞도록 맞춤형 사무 환경을 제안하고 있다. 집중과 협업의 조화를 이루며 일하는 마케터·기획자·디자이너(Self-driven Innovator) 유형을 비롯해 프로젝트 단위로 협업하는 설계 엔지니어·연구원·프로그래머(Insightful Creator) 유형, 독립적으로 일하는 전문직 종사자(Independent Profession) 유형, 문서 작업이 비교적 많은 인사담당자·총무관리자(Consistent Supporter) 유형, 동료들과 커뮤니케이션이 많은 현장 담당자·영업 전문가(Onsite Player) 유형이 그것이다.
▲독일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의 ‘제품 디자인’ 부문을 수상한 퍼시스. 사진=퍼시스그룹
1등 퍼시스를 뒤쫓는 2위 경쟁은 한샘과 현대리바트가 벌이고 있다. 이들 기업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제품들로 승부수를 띄웠다. 퍼스시와 같은 브랜드 제품의 가격이 120만 원을 호가하는 데 비해 비(非)브랜드 제품은 30~40만 원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한샘과 현대리바트는 가격은 60~70만 원대로 낮추는 대신 기능은 퍼시스와의 경쟁력을 갖춘 제품 라인업을 구성해 매출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한샘은 계열사 한샘이펙스를 통해, 현대리바트는 보급형 사무용 가구 브랜드 리바트하움을 론칭하며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샘이펙스는 사무용가구 브랜드 비츠(VIITZ)를 통해 전동식 높이조절 책상 ‘플롯(이하 FLOT)’을 출시했다. FLOT은 사용자 신체와 업무조건을 고려한 높이조절 책상 시리즈다. 국내 제품 최초로 하부프레임이 원터치 조립방식(K&C 방식: kick & click) 구조로 이뤄져 깨끗한 마감은 물론 프레임 자체 전선 수납, 프레임 길이 확장 기능으로 사용 편의성도 갖췄다.
현대리바트는 보급형 사무가구 브랜드 리바트하움에서 전동식 높이조절 책상인 ‘업앤다운 데스크’(Up&Down Desk)를 출시했다. 업앤다운 데스크는 상승과 하강 버튼을 이용해 쉽게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전동식 높이조절 책상이다. 판매 가격은 67만 원대로 정했다. 이는 퍼시스 대비 최대 절반 가격 수준이다.
현대 vs 신세계, 엣지가 돋보이는 백화점 2위 경쟁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2위 경쟁은 치열하다. 그만큼 주력 분야도 선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패션·리빙 사업에서, 신세계백화점은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뷰티·주얼리 사업에서 날카로움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정유경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백화점이 2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시장점유율 50% 내외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현대백화점 중동 스튜디오에서 무료 체험행사를 연 프리미엄 피트니스 하이폭시. 사진 = 하이폭시코리아
현대백화점은 패션·리빙 부문을 중심으로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시장점유율이 2014년 51%에서 2015년 50%, 2016년 48%로 줄어들고 있는 데 비해 현대백화점은 2014년 26%, 2015년 27%, 2016년 28%로 성장하고 있다.
정지선 회장은 ‘더욱 고급화된 전략’을 내세우며 명품브랜드 유치, 매장의 고급화, 문화마케팅 등 능동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미국 최대 홈퍼니싱 기업인 윌리엄스소노마 사와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SK네트웍스 패션 부문을 인수해 패션사업 강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SK네트웍스 패션 부문은 타미힐피거·DKNY·CK·클럽모나코·까날리·아메리칸이글 수입 브랜드를 비롯해 오브제·오즈세컨·세컨플로워·루즈앤라운지·SJYP·스티브J&요니P 등 국내 브랜드를 포함해 총 12개를 보유하고 있다.
▲뷰티 편집숍 ‘크리마레’에 입점한 스위스킨.(사진=씨엠에스랩)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은 고소득 젊은 세대에 주목하고 있다. 가장 강력한 명품 수요 파워를 지닌 집단이기 때문이다. ‘여자들을 위한 놀이터’를 표방하며 여심을 공략하는 배경이다.
명품의 대중화가 이뤄지면서 보다 프레스티지하면서 럭셔리한 제품을 선호해 다양한 차별화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최근 다이아몬드 중심의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 아디르를 론칭한 것도 이런 인식에 따른 시도라는 분석이다.
더 많은 소비자 혜택 앞세운 엎치락뒤치락 2위 경쟁
동부화재와 현대해상이 자동차보험 시장을 두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동부화재는 지난 1월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 19.5%를 확보해 현대해상(18.5%)을 1%p 차로 따돌리며 2위를 탈환했다. 자동차보험 시장 1위는 삼성화재로 지난 1월 29.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동부화재의 2위 탈환은 2016년 1월 이후 1년 만이다. 당시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은 삼성화재 29.0%, 동부화재 18.8%, 현대해상 17.9%였으나 2분기부터 현대해상에 2위 자리를 내주고 3위로 밀려났다. 동부화재의 2위 탈환을 위한 승부수는 각종 할인 특약. 지난해 4월 안전운전 점수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UBI특약을 출시했다. 이어 임신 중이거나 만 1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고객에게 보험료를 10% 할인해주는 특약을 내놓았다. 또 일반 자동차보험보다 보험료가 10% 저렴한 전기차 전용 자동차보험을 선보였다.
현대해상은 이에 대응해 자동차보험 인수 지침을 완화하고 연간 운행거리 1만 5000㎞ 이하 차량에도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상품인 마일리지 특약을 제시하며 할인을 확대했다.
현대홈쇼핑은 효율성을 중심으로 한 실리있는 2등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국내 TV홈쇼핑사 시장점유율은 2015년 기준 CJ오쇼핑과 GS홈쇼핑이 각각 23.74%, 23.15%로 1위를 두고 주도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어 현대홈쇼핑(18.89%), 롯데홈쇼핑(18.12%)이 공동 2위군을 형성하고 있다. NS쇼핑(8.60%), 홈앤쇼핑(7.50%)는 3위군이다.
현대홈쇼핑은 업계가 외형 확대를 위해 공격적 마케팅이나 신사업 투자확대, 해외진출 드라이브 등 경쟁을 벌일 때 판매·관리비 등 영업비용을 보수적으로 집행하는 등 효율성을 중심으로 실속 경영을 유지했다.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모바일이나 해외 사업 확장 대신 TV쇼핑 부문에서 단독상품과 자체브랜드(PL) 상품에 주력하며 고객 충성도를 높였다. 승부수는 역발상 전략이었다. 가성비를 앞세운 저가 상품군 대신 프리미엄 상품군을 강화했다. 가격에 민감한 홈쇼핑에서 고품질 제품을 판매한 것이다. 이러한 실속 경영의 결과 비용관리에 효율성이 높아지고 해외 명품 잡화·패션 부문 매출도 20% 증가했다.
▲2008년 6월 김포-제주 노선 운항을 시작한 진에어(위)와 같은 해 10월 부산-김포와 부산-제주 노선을 취항한 부산에어. 사진 = 각 사
국내 LCC(저비용항공사) 시장에서 대한항공 자회사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계열사인 에어부산의 2위 경쟁은 그 역사가 꽤 깊다. 1위 제주항공을 바짝 추격하면서도 2008년 첫 비행기를 띄운 이후 10년째 티격태격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진에어가 2008년 6월 김포-제주 노선 운항을 시작하면서 운항·여객 부문에서 시장을 주도하게 된다. 에어부산 역시 4개월 후인 2008년 10월 부산-김포 노선과 부산-제주 노선을 취항하면서 맞수 경쟁이 시작됐다.
아주 오래된 맞수들의 2등 경쟁
하지만 2015년 이후 눈에 띄는 차별화로 각각 승부를 재점화했다. 진에어는 중대형 항공기를 도입한 데 비해 에어부산은 무료 기내식 제공과 사전좌석 배정 무료, 위탁 수화물 20㎏ 허용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생수 시장 역시 2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생수 시장점유율에서 광동제약의 삼다수(35%)는 독보적이다. 뒤를 이어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12.2%), 농심 백산수(9.6%)가 2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대대적인 PPL 광고로 아이시스의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반면 농심은 회사의 명운을 건 벼랑끝 전략을 펼치고 있다. 2015년 3000억 원을 투자해 중국에 백두산 신공장을 건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CJ대한통운이 1위인 택배시장에서는 롯데글로벌과 한진이 2위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이다. 특히 최근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롯데그룹에 편입된 데 이어 사세 확장에 나서면서 한진과 일전이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하고 최근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로 사명을 바꿨다.
롯데글로벌은 공격적인 인프라 투자로 많은 규모의 택배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방침이라서 관심을 끈다. 합병시 매출규모는 연간 약 4조 5000억 원에 달해 매출규모 6조 원인 CJ대한통운과 양강 구도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진 역시 올 하반기 항만하역 물동량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또 택배사업의 자동화를 올해 핵심사업으로 선정하고 운영효율 제고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선다. 택배시장 물동량이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어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정수기 시장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 청호나이스는 기술을 앞세워 2위를 수성한다는 전략이다. 지속적인 R&D투자로 새로운 신제품을 출시해 동양매직과 쿠쿠 등 후발주자를 따돌리고, 새롭게 시장에 진출한 LG전자 등과 차별화한다는 계획이다.
“자신만의 강점으로 획기적 가치 창출해 독점시장 만들어야”
카드업계의 차별화 전략도 눈에 띈다. 시장점유율과 자산 규모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신한카드는 빅데이터 센터를 설립하고 신한 앱카드를 선보이는 등 빅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시장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KB국민카드와 현대카드는 2위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이다. KB국민카드는 모바일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목표로 조직을 개편하고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간편 인증 서비스를 본격 시행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자회사 블루월넷을 설립하고 전자지급 결제대행(PG) 업무와 함께 핀테크 플랫폼 개발 등 디지털 카드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카드 디자인 부문 강점을 살려 오프라인 카드에도 디지털 개념을 도입한 ‘세로형 카드’를 선보이며 디자인 혁신을 시도, 호평받고 있다.
퍼스트 무버 전략보다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 2위를 수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1위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강점(edge)으로 향상된 가치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박상규 강원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신만이 갖는 강점으로 틈새를 찾아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에 존재하지 않았거나, 획기적으로 향상된 가치를 창출해 독점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며 “기업가들의 사업 동기는 금전, 권력, 명예 등 다양할 것이지만 그들은 현존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인류 사회에 공헌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이런 가치창출의 기반은 혁신과 도전정신에서 출발한다”며 기업가 정신을 강조했다.
유경석 기자 kangsan0691@naver.com